이전 이야기
중국의 레전드 탁구선수 장지커는 ‘근육기억’이라는 말을 강조한다. 각 동작들에서 쓰이는 몸과 근육들의 움직임이 조금씩 쌓여 기억되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쌓인 기억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실전에서 자연스레 동작으로 나온다. 지금은 강하게 치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보내고자 하는 대로 공이 가는것이 중요하다는 걸 머릿속에 되뇌인다. 머릿속 생각이 그대로 몸에 전달되면 좋겠다. 제대로 된 자세로 멋지게 탁구를 치고 싶으니까.
기본으로 몸을 풀면 그다음은 스텝을 가미해 천천히 쳐본다. 공이 떨어지는 자리를 백핸드 쪽 하나, 포핸드 쪽 하나 이렇게 2개를 세팅해 스텝을 밝으며 쳐본다. 역시 같은 위치에서 백핸드를 치고 포핸드를 치는 연결 동작까지 하면 내 몸은 이미 땀범벅이다. 스텝 이동을 하는 방법은 알겠는데 얼마나 부드럽게, 자연스럽게 해야 하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공이 튀기고 난 뒤 정점의 위치에 올 때 이미 스텝을 밟아 공에 다가간 후 내 가슴 앞에서 스윙을 정타로 맞춰야 하는데, 언제나 말이 쉽지 이 중 하나라도 해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너무 가깝거나 멀리 공에 다가가면 제대로 된 스윙이 나오지 못하고, 일찍이나 느리게 다가가면 공을 정타에 맞추지를 못한다. 이래서 자기만의 박자를 가져야 한다는 말을 몸소 느낀다. 잘 안된다고 고개 숙일 필요는 없다. 우리에겐 반복숙달이라는 돌파구가 있기에. 끝없는 연습만이 살 길 아니던가.
회원과 가벼운 랠리를 주고받고 감사의 인사를 하고, 쉬다 다시 빈 테이블 있으면 들어가서 랠리를 주고받고 초보의 탁구장 생존방식에 눈은 쉴 틈이 없다. 다른 사람들 치는 걸 볼 새도 없이 언제 치고 들어가야 할지 눈칫밥에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다. 그때 젊은 친구 한 명이 내게 테이블로 들어오라고 부른다. 매일매일 얼굴을 보다 내가 인사를 몇 번 건넸던 친구. ‘이 친구 치는 것 보니 엄청 잘하던데, 왜 나를 부르나’ 무려 6부로 활동하는 젊은 대학생. 6부라니.. 가늠되지 않는 까마득한 부수에다 이 친구의 젊음이 문득 부러웠다.
들어가자마자 말없이 포핸드 랠리를 쳤다. 땀을 뻘뻘 흘리며 그래도 그 친구가 서 있는 곳으로, 치기 좋은 포핸드 쪽으로 공을 보내주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상대에게 공을 주려니 내 자세가 괜찮은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일단은 넘기기에 집중하자’ 하고 공만 보고 치니 이 친구가 점점 테이블에서 멀어지고 팔이 아래로 떨어지더니 강력한 드라이브를 내게 구사했다. 팔을 더 뻗어서라도 감으로 받아 몇 번 넘겼더니 이 친구의 입에서 감탄사가 나온다. 무슨 의미의 감탄사일까. 그렇게 20분 정도 내 눈으로 처음 본 드라이브를 맞받아서도 치고 헛스윙도 날리고 그야말로 쇼를 했다. 고수인 상대가 이렇게 쳐주니까 ‘아, 드라이브가 이런 거구나, 이렇게 궤적을 그리며 휘어서 나가는구나’ 하는 게 몸으로 느껴진다. ‘드라이브를 건다, 선제공격을 한다’고 말하는 게 이런 거구나 깨달았다. 너덜너덜한 몸을 챙기고 있을 때 이 친구가 다가와 내게 묻는다.
“탁구 친지 얼마나 되었어요?”
“저 이제 2주 차인데요..”
“와……! 엄청 잘하시는데요? 계속 치시면 엄청 느실 거예요 진짜!“
초보같이 보이긴 했겠지만 내가 구력 2주라는 것은 모르고 있었나 보다. 순간 서투른 내 공을 받아주고 진심으로 드라이브를 빵빵 날려준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대화를 하다 이번 주 금요일 밤에 있는 저녁 리그 게임에 나간단다. “곧 있을 리그전 때 화이팅 해요. 응원할게요” 하고 자판기에서 산 음료수를 건넸다. 고작 음료 하나인데 참 고마워하는 친구의 모습이 멋졌다. 그대의 탁구가 일취월장하길 바라는 마음과, 나도 어서 늘어 그대와 멋진 한 판을 벌일 수 있기를 마음속 깊이 다짐했다.
“오늘도 여로모로 참 고마웠어요 탁구인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