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왕만위(중국)
1999년생
세계 랭킹 2위
전형 : 오른손, 셰이크핸드 올라운더
24년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금메달
21년 도쿄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금메달
24년 파리 올림픽 탁구 국가대표
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국가대표
21년 도쿄 올림픽 탁구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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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째 레슨일이 다가왔다. 탁구장을 가자마자 기계가 있는 레슨실을 먼저 기웃거린다. 몸을 풀고 기본기를 연습하기엔 탁구 기계만 한 게 없다. 첫 번째 레슨에서 했던 포핸드와 백핸드 기본 동작들을 알려준 대로 연습한다. 연신 같은 곳에 공을 뿌려주는 기계 볼을 치면서 팔로만 치는 건 아닌지, 공이 라켓 가운데 맞는지, 공의 정점에서 타구를 하는지 유념하며 스윙을 가져간다. 150개씩 3세트를 진행하고 나면 마치 나도 기계가 된 것 같은 몰입감이 들 때도 있다. 잡생각을 버리고 오직 공에 집중해야 한다. 이 수백 번의 스윙을 몸에 적응시켜야 한다. 언제나 같은 자세가 나올 수 있도록.
첫 레슨을 받고 나서 짧다면 짧은 레슨 시간에 맞추어 몸을 풀고 전에 배웠던 것을 꼭 연습하고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배우는 것들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흡수할 나만의 준비과정을 정립하는 것. 마음먹고 다짐하는 것들이 하나둘씩 늘어간다. 무언가에 임하는 자세는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몸을 풀고 회원들과 가벼운 랠리를 주고받고 있다 보면 레슨의 가장 첫 타임인 나를 코치님이 부른다. 또다시 진실의 방으로 들어갈 차례, 심호흡을 깊게 하고 탁구 라켓을 바르게 잡아본다.
들어가자마자 포핸드 스트로크부터 시작. 코치님이 서 있는 대각선 구석으로 공을 일정하게 보내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거였나. 좌로 우로 짧았다 길었다 종잡을 수 없게 공이 튀고 있다. ‘아, 이게 아닌데…’ 탄식이 나온다. 스톱 사인이 떨어졌다. 지금 라켓 어떻게 잡고 있냐고 하여 보여주니, 라켓 손잡이를 너무 움켜쥐고 있다고 한다. 엄지와 검지 두 개 손가락 만으로 앞뒤로 라켓을 지탱할 수 있게 잡고 나머지 3개 손가락은 힘을 빼고 그립을 편하게 잡으면 된단다. 공을 치기도 전에 힘이 가득한데, 어떻게 공을 강하게 칠 수 있겠냐며, 힘을 풀고 있다가 공의 정점에서 내 라켓과 맞을 때 힘을 전달하는 게 공을 치는 법이란다. 어린아이도 알아들을만한 설명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얼마 정도 힘을 풀고 있어야 하나?’ 생각이 들었지만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다음은 백핸드. 셰이크핸드 2주 차인 내게 가장 난제는 이 백핸드다. 회원들과 백핸드를 했을 때 5번도 랠리를 이어 나가지 못할 정도로 감이 없었는데 그래도 코치님이 주는 볼은 편하게 칠 수 있게 넘겨주니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었다. 백핸드를 치고 있는 모든 자세를 매의 눈으로 유심히 보고는 내 몸과 일직선이 되게 만들어 공을 쳐야 하는데 팔이 몸 밖으로까지 나가니 공이 일자로 바르게 가지 못한단다. 그리고 손목을 꺾어 라켓의 면을 반듯하게 상대에게 향하도록 만들 것. 면이 반듯하지 못하면 공은 일자로 나아갈 수 없다. 백핸드는 가슴 앞에 공을 두어야 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공이 낮게 오면 라켓 각을 올리고 높게 오면 각을 내려 눌러주라는 데, 백핸드 하나에 유념할 게 이렇게나 많다니. 백핸드를 칠 땐 아까보다 더한 일발 탄식이 흘러나왔다. 유니폼 상의 뒤로 식은땀이 한줄기 흘렀다.
그다음은 방금 백핸드를 보낸 그 자리에서 포핸드를 처음 쳐봤다. ‘백핸드로 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왜 여기서 몸을 돌려서 포핸드를 쳐요?‘ 물어봤더니 결국 공격의 결정구는 포핸드에서 나온다고 한다. 백핸드를 주고 서 있는 코스로 다시 공이 리턴될 때 준비된 자세로 몸을 돌려 포핸드로 강한 공격을 이어나가는 세계적 선수들의 경기 장면이 떠올랐다. 몸을 활처럼 옆으로 휘게 해 강한 드라이브 날리는 중국의 왕추친은 내가 좋아하는 선수 중 하나다. 유연한 동작에서 나오는, 부드럽지만 강한 탁구 스타일은 가장 가지고 싶은 능력 중 하나다. 백사이드 포핸드를 칠 때 내 몸의 중심이 왼쪽으로 쏠려있는 것 같다고 하신다. 축구할 때 왼발잡이라서 그런가? 상체를 돌리면 자연스레 오른쪽 허벅지에 힘이 들어갈 것이고 허리를 돌리면서 자연스럽게 왼쪽으로 중심을 옮겨줘야 하건만, 톱니바퀴 어디에 잔해물이 끼었는지 이 뻣뻣한 상체는 도저히 돌아갈 생각을 않는다. 그래도 억지로 돌려야지 어쩌겠는가. ‘오른쪽에서 왼쪽, 오른쪽에서 왼쪽’ 입으로 계속 되뇌며 기억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백핸드 한번, 포핸드 한 번을 치는데 스텝 이동까지 더한다. 왼쪽으로 갈 때는 오른발을 먼저 밟고 왼발을, 오른쪽으로 갈 때는 왼발을 먼저 밟고 오른쪽으로 이동하라고 동작을 보여주신다. 서른여덞 인생에서 일련의 스텝 이동은 처음이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몸이 왜 이렇게 안 따라주는 것인가. 처음 배우는 연결이자 스텝이동인데 그래도 발에는 자신이 있다 자부했건만 이동하면서 치니 모든 자세가 무너진다. 백핸드도, 포핸드도, 스텝도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이 무너진다. 턱 밑까지 숨이 차오르지만 공에 집중해야 다음 동작을 시도라도 할 수 있다. 천천히 박자를 맞추고 공을 쳐내면서 레슨이 끝이 났다. 오늘도 역시 30분 만에 온몸이 땀에 젖었음은 물론이다. 오늘 배운 모든 동작뿐 아니라, 앞으로 배울 모든 자세와 동작들을 몸이 체득하도록 기본 연습 항목에 올린다.
마지막에 배운 연결 동작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코치님은 말한다. 결국 모든 공의 랠리는 상대방과 연결이 되어야 하고, 그 연결에서 내게 찬스볼이 오도록 만든 후 공격으로 점수를 가져와야 한다. 고수의 게임에서 나오는 기술과 동작을 보다 탁구의 세계가 얼마나 깊을까 생각했다. 아득하게 멀어 보이고 깊어 보이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나는 어쩌다 이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인가.
탁구는 감각으로 하는 운동인데, 그래도 운동신경은 좋은 편인 것 같고, 가르쳐 주는 것의 포인트를 빨리 집는다는 코치님의 말이 이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공을 한창 줍고 있을 때 유니폼이랑 신발 모두 새로 산 거라며 물어보시더니 대뜸 옷 사이즈 물어보신다. 105 엑스라지입니다 했더니 “옷 산다고 돈 좀 들었겠어? 집에 있는 운동복 몇 개 가져다줄게“ 하신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고개를 꾸벅 숙이고 2번째 레슨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