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열정에 큰 박수를 (3)

by 분더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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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탁구 성장기

9구


개인전 결승이 치러짐과 동시에 복식 대회가 시작됐다. 제자와 팀을 이뤄 나간 복식 대회에서는 여러 팀을 격파하며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왼손 셰이크핸드인 제자와 팀을 이루니 오른손과 왼손으로 이룬 복식 팀이 오른손, 오른손 팀보다 움직임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준결승까지 올라갔지만 아쉽게 강팀을 만나 패배해 공동 3위를 기록했다. “반대편 대진의 저 팀이 약한데”하며 대진운의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의 꽃이라는, 단식 단식 복식 총 3게임으로 진행되는 단체전에선 첫 라운드부터 강한 팀을 만나 총 스코어 2:1로 지면서 아쉽게 이번 대회 여정을 마무리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서 쉬는 시간.

“직접 경기 보니까 어때?”

”다들 실력들이 엄청난데요. 보기만 해도 박진감이… 아까 오전에 한 예선이랑은 정말 다른데요?”

“그럼. 여기 있는 애들 다 선수 출신인데!“ 하고선 ”재밌어?” 물어보시고는 내 표정을 슥 살피신다. 이놈이 얼마나 탁구를 좋아하는 놈인가 판단하는 것 같기도 하고, 오랫동안 탁구에 붙어 있을 녀석인지 판단하는 것 같기도 했다. 코치님이 출전한 선수부-오픈 3부 구간 출전자는 선수 출신이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인 대회 룰에서 고등학교 이상 엘리트 탁구를 친 사람이 생활체육에 나오면 선수부로 등록된다. 여기 있는 이들은 짧게는 중학교 이상, 길게는 프로, 실업팀에 몸담을 때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검색으로 알게 되었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내걸고 여러 지역에서 탁구클럽을 운영하는 선수들도 많았다. 선수에서 누군가에겐 관장 또는 레슨 코치로 불리는 이들, 탁구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선수로 청년기를 보낸 이들도 대회에 나와 생활체육인들과 공을 나누며 호흡한다. 비선수 출신이라면 어릴 때부터 레슨을 받았거나, 생활체육을 오랫동안 꾸준히 한 사람들로 이들은 소위 순수 생체인으로 불린다. 생체인으로 선수 출신과 쟁쟁한 실력을 겨룰 만큼 실력자도 많다. ‘열심히 배워 저 정도 레벨까지 올라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동호인들의 한 줄기 빛 같은 희망이 되는 경우도 있으리라. 구력은 말할 것도 없고 실력에도 어디서 뒤처지는 않는 탁구인들이 있다는 점도 놀랐지만 여기서도 승패가 갈리는 것을 보니 이 무림의 세계에 고수가 얼마나 많은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코치님과 이야기할 때면 주위에서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는데, 이런 대회에서 후배들과 만나 서로 근황을 나누고, 또 게임 때는 테이블 위에서 얼굴을 맞대며 승부를 벌이는 것은 ‘탁구로 대화하는’ 그들만의 소통 방식으로 보였다. 모두 비슷한 선수 생활을 거쳤기에 서로에게 느끼는 유대감 또한 다르리라 생각했다.

대회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재밌는 이야기도 찾았다. 코치님이 대회에 등록하거나 게임에서 만나면 생체 분들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는 뉘앙스의 이야기. ‘생활체육 대회에 왜 국대까지 한 분이 나오느냐’는 의견인데, 순수 아마추어 입장도 이해가 된다. 직업으로 탁구를 쳤던 사람들을 이기기가 쉬울까. 누군가는 선출과 게임에서 만나면 탄식할 테지만, 단체전일 경우 펜홀더 라켓을 사용하는 분들은 오히려 코치님과 일부러 시합을 해보려고 하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국대 출신 펜홀더 선수와 게임을 해보면서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지 않을까. 또 누군가에겐 영광스러운 게임이 될 수도 있고.

동호인들이 높은 수준의 선수와 게임을 해본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수 출신과 탁구를 치면 우리들의 실력이 상승할 것이라는 것엔 일말의 여지가 없고, 생활체육 수준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거대한 산을 만났을 때, 포기하고 뒤돌아서는 사람이 있는 반면, 몇 번씩 그 산을 정복하려 도전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우리의 실력이라는 것은 그 계단 끝에 턱걸이해 겨우겨우 한 단계 올라가곤 한다. 이것은 우리 삶의 이치와도 비슷하지 않은가 대화해 보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나 2년 전에 이 대회 우승했거든. 그때 보러 왔어야 했는데! 좋은 모습 못 보여줘서 아쉽다!”라는 말과 함께 허리를 만지는 코치님. 순간 성적을 내고, 입상을 하고, 상금을 받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치님이 치르는 모든 게임을 뒤에서 묵묵히 보고 응원하면서 그가 아직도 이렇게 옛 제자, 후배, 레슨 수강생, 모든 탁구인들과 함께 호흡하고 공을 나누는 모습이 선수이기 이전에 정말 탁구를 좋아하는 순수한 인간 그 자체로 내게 거대하게 다가왔다.

“대회에서 탁구 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많이 배웠습니다.” 하고 진심을 담아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이미 코치님이 보여주신 열정만으로도 내가 얼마나 감동했는지 그는 모를 것이다. 그저 단순히 참가하는 게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기량을 펼쳐 보이는 것 자체가 스포츠 본연의 모습이 아닌가도 생각하게 된다.


“코치님을 이렇게 우연하게 만나게 되어 참으로 영광이고, 감사합니다.”라고 직접 하지 못한 말을 여기에 써 본다. 누군가의 열정과 땀이 지켜보는 이에게 이렇게나 큰 울림을 줄 수 있는지,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었던 적이 있었는지 반추한다. 이날은 내 인생에서 탁구에 제대로 빠지게 된 몇 안 되는 계기로 다가올 것이다. 지금도,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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