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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석에서 각조 명단을 불러 진행 테이블로 이동하는 사이, 코치님은 “탁구 대회의 꽃은 단체전인데, 이 대회는 단체전에만 상금이 있어. 개인전과 복식은 탁구 용품이랑 쌀 준다네? 단체전에서 올인해야겠어.” 하며 묻지도 않은 각오를 다지신다. 20개 중 한 개의 탁구대가 배정되었고, 지천명 오십의 나이를 넘어 선수부에서 한 부수 내린 1부 코치님, 선수부, 오픈 2부 이렇게 세 선수가 한 조로 편성되었다. 장비와 수건을 챙겨 탁구대로 가는 코치님의 표정은 몸만 푼다는 사람의 표정은 아니었기에 웃음이 나왔다.
첫 번째 선수와의 대결 전에 가볍게 포핸드를 주고받고, 그다음엔 백핸드, 그리고 커트를 주고받으며 몸을 푸는 시간이 있었는데 시작 전 일종의 규칙인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몸이 풀렸다 싶었는지 가위바위보로 선공을 정한 후 게임이 시작되었다. 코치님은 펜홀더 특유의 강한 드라이브 위주로 공격을, 수비 시에는 코스를 짧게 빼주며 상대의 공격을 대비했다. ‘길게 공이 나가면 여기 수준에선 모두 다 드라이브로 날아오는구나.’ 왕초보인 내가 봐도 그게 느껴질 정도였다. 상대 선수는 백핸드로 수비를 하다가도 돌아서서는 결정구 포핸드로 한방을 노리기도 했다. ‘셰이크가 펜홀더보다 백핸드를 쓰기에 용이하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 것 같았는데 말 그대로 상대는 백핸드로 수비를 하다가 강공으로 전환해 깊은 코스를 찔러댔다. 상대 공격에 대한 수비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리듬이 흔들렸고 가끔 나오는 온몸을 틀어 때리는 강 드라이브 빼고는 점수는 상대에게 조금씩 더 쌓였다. 결과는 세트스코어 2:1로 패배.
두 번째 2부 선수와의 게임도 비슷하게 흘러갔으나 상대는 젊은 나이의 패기로 똘똘 뭉쳐 밀리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붙는 게 인상 깊었다. 득점을 낼 때는 과감한 공격을 시도했고, 실점을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돋보였다. 특히 이 두 번째 경기에서 코치님 컨디션이 더 안 좋아 보였고, 강한 반동으로 몸을 쓰고 나서는 허리와 무릎이 불편한 게 보는 나까지 느껴졌다. 실점하거나 공을 주우러 가는 그의 표정엔 숨길 수 없는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두 번째 단식 역시 아쉽게 석패로 끝났다. 예선 2패 3위로 랭크, 조별 2위까지 올라가는 개인전은 토너먼트에 진출하지 못하고 종료되었다. 단 두 경기를 끝냈을 뿐인데 코치님의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테이블의 다른 선수들은 물론이거니와, 주위를 둘러보니 모든 탁구대에서 선수들의 열정과 노력이 땀으로 치환되어 테이블과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개인전을 마무리하고 복식과 단체전이 열리는 3층 대강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잠깐 사이 코치님은 젖은 유니폼을 새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개인전만 해도 시간이 오후를 넘어가고 있어 집으로 갈 생각에 코치님께 인사드리러 갔더니, “벌써 가려고? 약속 있어? 없으면 뒤에 경기도 보고 가. 복식이랑 단체전이 더 재밌을 거야”라는 강공으로 코스 깊숙한 제안을 내게 건넸다. 라켓을 대보지도 못하고 공은 지나갔다. 하는 수없이 모든 경기를 다 보기로 하고 체육관 밖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돌아왔다. 그 사이 코치님은 관객석 위에 자리를 잡고 여성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전 탁구장에서 가르쳤던 수강생들이 팀을 만들어 이 대회에 참가를 했단다. 코치님과 식사와 과일, 간식과 커피를 나눠 먹으며 지내는 모습은 ‘그저 탁구를 좋아한다는’ 순수함 덕분인지 놀러 나온 아이들 같이 보이기도 했다. 올 초에 생긴 우리 탁구장에선 코치님을 응원하러 오거나 이 대회에 참여한 자가 보이지 않았는데, 아마 이 대회에 나간다는 사실조차 아는 사람이 몇 없을 것 같기도 했다. 가장 늦게 코치님을 알게 된 내가 응원을 하고 있으니 그게 또 웃기기도 했다. 코치님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