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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더카머 Nov 22. 2024

그의 열정에 큰 박수를 - 1

cover 전지희(한국)

1992년생.

단식 세계 랭킹 15위, 복식 랭킹 2위(+신유빈)

전형 : 왼손, 셰이크핸드 올라운드

24년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동메달

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 금메달

24년 파리 올림픽 탁구 국가대표

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국가대표


7구


첫 레슨이 끝나고도 이날 배운 것들을 2시간 정도 더 연습하고 돌아왔다. 손에서부터 어깨까지 저릿한 이 느낌이 낯설지만 생활이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처음 해보는 동작으로 내 몸이 살짝 놀란 수준 정도다. 틈틈이 회복을 위한 스트레칭을 하면서 문득 코치님은 어떤 플레이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을 검색해 보니 유튜브에 꽤 많은 코치님 영상이 있는 게 아닌가?


일일이 보니 이른바 생활체육 탁구 대회라고 불리는 ‘탁구 오픈대회’에 자주 참가한 코치님 경기 영상을 찍은 유튜브 영상들이 많았다. 우리 코치님은 ‘국대 펜홀더 최강’이라는 타이틀로 이 고수의 세계에 군림하고 있었고, 몇 번의 대회 우승으로 아직 그 실력의 건재를 입증하고 있었다. 이력을 말하면 입 아프지만 선수 때는 중국의 벽을 넘고 아시안컵 결승에서 준우승을 일궜다. 지금도 물론이거니와 그 당시에도 중국 선수들이 호령하고 있던 아시아 탁구계에서 결승에만 올라도 뉴스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시절이었다. 결승에 올라간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선수를 은퇴하고선 임종훈 선수를 키워낸 프로팀 코치를 마지막 커리어로 엘리트 탁구계를 떠나온 것 같았다.​

그렇게 검색의 검색을 거듭하다 전국에서 1년에도 수십 개의 탁구 대회가 펼쳐진다는 것을 알았다. 지역별 협회장기, 구청장기에서부터 전국의 실력자들이 모인다는 오픈 대회까지 생활체육에서 이렇게 많은 대회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마침 일요일인 이날도 김포에서 열리는 오픈 탁구 대회가 있었는데, 참가자 목록에 코치님의 이름이 떡하니 박혀있었다. 코치님의 경기를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마음에, 작은 응원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더해졌다. 오픈 대회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소위 탁구 고수들은 어떻게 탁구를 치는지 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되지 않을까 해서 바이크를 타고 여행 가는 기분으로 오픈 대회 경기를 보러 갔다.

도착한 김포 체육관엔 이미 탁구인들로 인산인해. 큰 문을 열고 들어간 1층에선 모두 저마다 각양각색의 복장을 하고 장비를 들고 다니며 대회를 치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위부 예선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었고, 넓은 체육관에 정돈된 20개의 탁구대에서 저마다의 기량을 펼치는 모습은 보는 나의 피도 끓게 할 정도였다.

작은 공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참가자들의 표정이 가장 먼저 들어왔다. 준비된 공격이 성공하면 “초레이!” 주먹을 불끈 쥐며 큰 소리를 내고, 공을 받지 못하면 라켓을 쳐다보고, 자세를 다시 고쳐잡는 등 여러 모습들이 재미있었다. 가까운 테이블에서 펼쳐지는 게임에 몰두해 그들의 기술과 플레이 시스템들을 눈여겨보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던데 내가 느끼기엔 ‘공격이 빠르다, 회전이 엄청나다, 발이 빠르다’ 정도일 뿐, 세밀한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차차 지나면 나에게도 보이는 게 많으리라 생각했다. 대회를 주관하는 프런트에선 연신 선수들의 이름을 불러 진행 테이블로 부른 후 오더지를 주고 가서 칠 탁구대를 정해주었다. 그렇게 한 조가 된 3명이 정해진 테이블로 이동해 예선전을 치르고, 예선에서 순위권에 오르면 본선 토너먼트를 치르는 시스템이었다.


한참 하위부 게임을 보고 있던 와중에 며칠 전 본 실루엣의 코치님이 큰 가방을 메고 들어왔다. 입구에서 꾸벅 인사하니 ‘왜 여기 왔어?’ 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악수를 건네신다.

“코치님 참가하는 거 인터넷에서 보고 응원하러 왔습니다.”하며 음료와 멀티비타민을 슥 건넸다.

“뭘 이런 걸 다 사 왔어. 집 어디야? 김포까지 멀지 않아?”

“용산인데요, 오토바이 타고 오니까 금방이더라고요. 마침 오늘 쉬는 날이기도 해서..”

다소 머쓱한 남자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코치님, 화이팅 하세요. 응원하겠습니다. 우승하셔야지요” 진심이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

“금요일에 골프 쳤는데 허리가 아파서 개인전은 몸만 풀려고.” 하며 허리를 잡고 돌리신다.

코치님은 경기장을 한참을 둘러보더니 같은 팀 참가자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혹시나 무거울까 들고 있던 음료와 비타민을 나도 같이 따라가 전해주고는 돌아왔다. 같은 팀 선수들도 ‘누구시지?’하며 처음 본 나를 멀뚱하게 쳐다봤다. 코치님은 팀원들과 가볍게 몸을 풀고 게임 준비를 했다. 사실 대회를 보러 오기 전엔 이제 막이라고 하기도 그럴 정도로, 지난주부터 레슨을 받아온 회원이 갑자기 대회장을 찾아와 응원을 하면 부담스럽지 않을까, 오히려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하기도 했다. 4명이서 팀을 이뤄 참가하지만 개인전 모두 각자의 게임을 하러 뿔뿔이 흩어지는 것을 보고 이내 오히려 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코치님의 개인전 첫 예선이 시작되었고, 지정된 탁구장 뒤에 앉아 코치님의 득점엔 박수를, 실점에는 아쉬움을 보내며 같이 호흡하고 응원했다. 그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조금씩 빠져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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