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라켓부터 잡아보란다. 아까 부관장과 칠 때 내 그립이 이상해 보였다고 한다. ‘그 짧은 순간에도 그걸 캐치해 내는구나‘ 처음 라켓을 쥐어보는 어정쩡한 내 손은 여러 번지수를 찾는다. 셰이크핸드 그립으로 라켓 잡는 법을 직접 보여주신다. 셰이크핸드는 말 그대로 악수하듯 잡는 그립으로, 엄지와 검지를 앞 뒷면 러버 쪽에 붙여 안정감을 더해주되, 이 두 손가락으로 라켓을 지탱할 수 있어야 한다. 나머지 세 손가락은 라켓 그립을 가볍게 잡아주면 된다. 이게 그립의 기본이지만, 사람마다 잡는 방식이 다르다고 한다. 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본인에게 편한 그립으로 가게 된다고. 내 라켓으로 잡는 시범을 보여주시다가 “라켓은 왜 이렇게 좋은 걸 샀어요?”라고 물으신다. 얼굴이 살짝 화끈해지려는 찰나, “오래 배우고 치고 싶어서요.”라는 말로 재빨리 카운터를 친다.
라켓을 제대로 잡게 한 뒤 “이렇게 팔을 앞으로 보내며공을 밀어 보낸다는 느낌으로 쳐보라”라며 내 팔을 잡고 휘둘렀다. 오른팔을 옆으로 가볍게 대주면서도, 몸통과 팔 사이엔 주먹 하나 들어갈 정도의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스윙을 할 때는 팔만 앞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팔의 움직임보다 허리를 오른쪽으로 돌려 뒤로 가게 한 다음 다시 원심력으로 앞으로 오면서 공을 타구한다. 허리를 돌리면 오른쪽 다리에 힘이 들어갈 텐데 그 힘이 타구 할 때는 왼쪽으로 자연스레 중심이동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포핸드로 공 하나 넘기는 자세에도 이렇게 유념할게 많다니, 기본 스윙에서부터 머릿속에 정리가 안되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공을 쳐보자며 반대편에서 공을 넘겨준다. 누구나 탁구장에 오면 몸을 풀 때 하는 가장 기본 동작 포핸드 스트로크인데 공 맞히기에 급급한 나머지 자세나 팔의 움직임은 체크조차 할 수 없다. ‘내 팔과 다리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 거야..’ 왼쪽 오른쪽으로 중구난방으로 공이 나간다. 아이고아이고 속에선 탄식이 나오고, 식은땀이 흐른다. 치다가 멈추더니, 키가 큰 편이라 일반 사람들보다 무릎을 더 굽혀서 자세 낮춰야 한다고. 너무 굽힌 거 아닌가 할 정도로 굽혀 네트와 눈높이가 가까워질수록 공이 잘 보일 거란다.
라켓 각도는 일자가 아닌 아주 살짝 앞으로 눕힐 것. 너무 위로 향하면 공이 떠버리고, 너무 아래로 향하면 네트에 걸린다. 손목은 살짝 꺾어서 잡고 아래 세 손가락은 힘을 빼고 그립 부분을 편하게 잡으라고 한다. 그 뒤 몇 번 치다가 ‘몸이 테이블에서 너무 떨어져 있다’며 좀 더 앞으로, 오른발을 살짝만 뒤로해 사선으로 위치를 조정한다. 탁구공은 자기 몸 옆을 기준으로 조금 앞에서 치면 되는데 너무 일찍 칠 필요 없고, 너무 늦게 치면 테이블 밖으로 나가거나, 라켓을 억지로 감아야 한단다. 공을 보고 라켓 어디에 맞는지 확인하면서 천천히 쳐 볼 것. 라켓은 몸 옆에서 시작해 왼쪽 눈썹 위까지 정도 올려주면 되고, 일단 처음이니 공을 라켓의 정 중앙에 맞히는 것에 집중해 보자고 하신다.
“공은 테이블 반대편, 대각선 모서리 쪽으로 보내요” 엉거주춤하게 낮춘 자세에서 라켓을 휘두르면서 영점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전보다는 정확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포핸드는 이 정도로 맛보고 백핸드로 넘어간다. 백핸드는 포핸드 손을 그대로 왼쪽 가슴 앞으로 가져오면 된다. 주의할 점은 라켓의 각도. 라켓 면이 바뀌지 않도록 일자로 고정시켜야 하며, 손목을 꺾어서 잡아야 한다. 이 백핸드 할 때의 손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백핸드 그립은 엄지에 좀 더 힘을 준다는 느낌으로 잡아보란다. 이 상태로 공이 올 때 손목을 앞으로 밀어준다는 느낌으로 타구 하면 된다고. 손목을 앞으로 밀어주니 라켓이 고정되어 앞으로 나갔고, 공을 가운데 맞추어 툭툭 밀어줬다. 치다가 다시 스톱. “공이 깎여서 온다” 위에서 아래로 미는 게 아니라 살짝 위로 밀어주라고 한다. 가운데 맞추려고 노력했는데도 공은 네트에 걸리고 직선으로 잘 가지 못했는데, 코치님이 ’하나 둘 하나 둘‘ 박자를 맞춰주니 또 조금씩 들어간다. 탁구 영상에서 ‘박자가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탁구에 무슨 박자야?’ 이해를 못 했었는데 이런 게 그 박자의 의미인가 싶었다. 포핸드, 백핸드 기본만 배우며 치고 있는데 알람이 울린다. 30분이라는 시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러버를 한번 보자” 하여 갑자기 면을 왜 보자 하시지 생각했다. “러버를 보면 공이 어디 맞는지 보인다”. 러버를 봤더니 공자국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이루고 있었다. “가운데에 잘 맞추는 편이고, 처음 치고는 감이 있는 편이다”라는 코치님의 말에 “고생하셨습니다.” 하고 크게 인사했다.
재미로 쳤을 때는 펜홀더 라켓을 잡고 쳤었는데, 셰이크핸드는 왜 이리 어색하고 낯선지. 말로는 다 이해가 되는데 처음 해보는 모든 동작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몸이 쉼 없이 움직여댔다. 쉽게 감을 잡을 수 없는 동작들이 연속되니 몸이 로봇처럼 삐걱대고,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았다. 큰 움직임 없이 제자리에서 공을 치기만 했는데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허벅지가 후들거렸다. 모두 처음 해보는 동작이니 어려운 게 당연한 것임을, 이 진흙탕에서 계속 발을 디디며 땅을 다져야 할 것임을 안다. 레슨에서 배우는 모든 것들을 반복 숙달로 내 것으로 만들어내야 하리라.
어쩌면 우리는 삶에서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있을 것이다. 모르던 것을 배우면서 익히고 그것이 내 것이 되기까지 부단히 노력한 경우들. 학업, 직장, 삶에서도 이러한 과정들 중에 우리가 있고, 모두들 한 스텝씩 밟아나가며 살아가게 된다. 과정 없는 결과는 없기에, 지난한 시간을 보내야만 한 스텝을 더 디딜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이 쉽고 편할 리 있던가. 주어진 시간에 요령 피우지 않고 충실히 해야 할 것을 하는 수밖에. 하여 나는 이 탁구를 배우면서 우리네 삶을 조금씩 생각하게 된다.
‘운동 신경이 있으니 조금만 배우면 잘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있었다. 이제 시작일 뿐인데 그동안 탁구를 너무 만만하게 보지 않았는지 반추해 본다. 새로운 자세와 동작들을 레슨에서 배우면서 어렵지만 재미있었고, 몸은 지치고 뻐근해도 땀 흘리는 일종의 쾌감도 느낄 수 있었다. 왜 그렇게들 이 작은 공 하나에 열광하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탁구... 왠지 깊이 빠질 느낌이다. 그렇게 감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