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얀오베 발트너(스웨덴)
1965년생.
전형 : 오른손, 셰이크핸드 올라운더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단식 금메달
2000 시드니 올림픽 단식 은메달
1989 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 단식, 단체전 금메달
이전 이야기
3번째 레슨을 뒤로하고, 오후 출근으로 인해 2주간의 레슨 공백 기간이 찾아왔다. 이른 시간에 탁구를 치고 출근을 한다. 눈뜨자마자 탁구를 치러 간다는 말이 딱 맞겠다. 이 정도면 탁구 치는 꿈이라도 꿀 지경이다. 매일 탁구장에 가면서 오늘도 즐탁 하기를, 하나라도 배우거나 느끼는 날로 만들기를 되뇌인다. 받던 레슨을 못 받으니 뭔가 허전하고, 작은 동작에도 이게 맞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아니지, 아니지’하고 일갈하는 코치님의 죽비 같은 강력한 한마디가 그새 그리워진다.
연습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꾀를 부리고 싶은 날도 생긴다. 정신을 차려야 할 때다. 혼자서도 효율적으로 연습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 그간 배운 것들을 쭉 정리해 본다. 포핸드, 백핸드 쇼트, 백사이드 포핸드, 스텝이동 포핸드, 백핸드 후 돌아서서 포핸드, 그리고 거기에 더해 스텝이동 포핸드까지. 이전 레슨 때 코치님과 공을 나누었던 시스템을 이렇게 대략 6가지로 만들어서 2주 동안은 기계와 놀리라. 물론 저번처럼 다른 회원들의 이용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문 여는 시간에 맞추어 일찍이 연습을 하고 있던 날. 오전반 회원들이 하나둘씩 나오며 서로 인사했다. 그중에 처음 보는 중년 여성 회원분이 한 분 계셨는데 잠시 쉬고 있으니 ‘총각~~ 공 좀 칩시다’하고 나를 부른다. ‘총각이요? 하긴 아직 미혼이긴 합니다만’, 라켓을 주섬주섬 챙긴다. 탁구대 앞에선 긴 말이 필요 없다. 가볍게 테이블 앞에서 서로 목례를 하고 볼을 건네면서 포핸드를 친다.
풀로 갖춰진 유니폼 복장에 세월이 묻은 펜홀더 라켓이 눈에 띈다. ‘냄새가 난다, 냄새가’ 바로 고수의 냄새가. 포핸드 랠리가 몇 번 이어졌을까, 갑자기 소리를 내시면서 뜬 볼에 강력한 스매시를 구사한다. 라켓을 갖다 대기는커녕 공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지나가 버렸다. 그 후 연신 강스매시의 향연이 펼쳐진다. ‘제가 뭘 잘못했나요..?’ 생각이 내심 들었다. 강력한 파워는 물론, 물 흐르듯 부드러운 동작까지. 이 분의 구력이 궁금해진다. 내 기준 구력이 궁금해지면 딱 고수로 느껴지곤 한다.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구나.
강한 스매시에 나가떨어진 후 “저, 이제 탁구 친지 3주 차입니다. 살살 쳐주세요” 알랑방귀를 뀌었다. “어머, 3주 배운것 치곤 잘한다.” 하시더니 조금 가볍게 맞춰주시긴 했다. 한참 있다 ”3주면 한참 재밌을 때야“라는 말도 툭 건넨다. 재밌기보다는 미쳐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이 뒤로 빠져 주우러 갔다 올 때면 ‘허리를 써서 몸과 함께 스윙을 해라, 너무 팔만 움직인다’ ‘백스윙이 크다, 짧은 볼은 간결한 스윙을, 긴 볼은 정확한 스윙으로 공에 맞춰야 한다.’고 조언을 해주신다. 반대편에서 보면 상대의 자세가 훤히도 잘 보이나 보다.
왜 다들 하수에겐 이리도 알려주고 싶어 할까 생각해 보니 나라도 그러겠다. 누구나 잘 치고 싶어 하는 마음의 바탕에 상대방이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 섞여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인류애일까? ‘이렇게 쳐라, 저렇게 쳐라.’ 처음에는 내게 하는 여러 회원들의 조언이 모두 달라 헷갈렸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듣지 않고 관심과 애정으로 받아들인다. ‘내가 빨리 늘기를 바라시는구나, 감사하다’는 생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