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쳐 볼 생각 없나요? (2)

by 분더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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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탁구 성장기

17구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랠리가 끝나고 “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사했다. 잠시 쉬는 틈에, 쓱 다가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알고 보니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선수 생활을 하셨단다. 지겹도록 배워서일까 한때는 꼴도 보기 싫었는데 나이가 들고 라켓을 선물 받아 간간이 친단다. 그러다 무릎이 아프면 또 쉬고, 쉬다 보면 또 삼삼해서 치러 나오고 싶다고.


좋아했다가 질려서 싫어하고, 다시 생각나 찾게 되는… 탁구의 매력은 뭘까 싶었다. 대뜸 내 나이를 물어보시더니 ‘되게 동안이네요? 더 어리게 봤어’한다. 본인 아들도 나와 비슷한 또래라니, 내 어머니뻘 되는 분이셨다. 본인 아들은 외국에서 학교를 다닌 후 한국 와서 일한다며 묻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아들 챙겨주러 지방에서 올라와서는 탁구장은 한 달 정도만 다닐 거라고 한다. 자주 나오셔서 나와 쳐달라고 했다. 나 역시 매일매일 나오니까.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다 ‘총각… 내가 조언 하나 해도 될까?’ 하시더니 이목구비가 굵직하고 미남형 얼굴에 피어싱도 세련되게 잘 어울리고 멋지다. 근데 그 콧수염과, 턱수염을 좀 깎으면 훨씬 좋겠다고 말한다.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건 우리 엄마가 내게 하는 말에 토시 하나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수염을 기르고 문신을 하고 피어싱을 하니 엄마도 나를 내가 가고 싶은 곳 어딘가로 고이 보내주었다. 우리네 어머니들은 모두 비슷한가 보다. 그분 아들도 아직 장가를 안 갔다고 하니, 얼마나 이런 소리를 많이 들을까 생각했다.


그러고는 엄마가 떠올랐다. 우리 엄마도 어렸을 땐 키가 커 배구 선수를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운동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하다못해 산책이라도. 그러면서 이제 무릎이 아프고, 이도 안 좋다는 말들이 전화 너머로 들려온다. 산지 60년이 넘어가니 그동안 잘 버텨줬던 몸의 소모품들이 달그락거리며 고장 나기 시작하나 보다. 그런 이야기를 나눌 때 아프셔도 좀 걸어야 하고, 가볍게 운동을 하라고 권유한다. 그래야 유지라도 되지 않겠냐며. 아들이 그리 힘주어 말해도 엄마는 한 귀로 흘린다. 내가 내 꼬락서니에 관한 이야기를 흘리듯이. 나중에 더 크게 아프시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나이 듦에 따라 가볍게 운동하는 것도 필요하니 만약 가족과 같이 살았다면 당장 엄마를 탁구장에 같이 데려갔으리라. 삼삼하게 나와 사람들과 운동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탁구는 중년과 노년에게 좋은 운동이니까. 아마 질색팔색을 하셨을 것 같은데, 비슷한 연배에 만난 이모님의 그 활기참이 오늘은 조금 부러웠다.

러버의 사이드가 닳고 있는 중


요즘 만나는 사람들에게 모두 탁구를 권하고 있다. 생활에서 할 수 있는, 무리하지 않을 수 있는 운동을 원하는 회사 과장님께도 탁구만 한 게 없다며 권하고, 당구를 잘 치는 고향 친구에게도 권한다. 손의 감각이 특히나 좋으니 하면 잘할 것 같은 게 내게도 보인다. 체력과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하는 나이대에 정기적인 운동을 해야 생활에서의 컨디션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몸을 움직이기 싫어지고 이게 또 고스란히 정신으로 연결된다.


건강한 몸과 건강한 정신을 가꾸기, 몇 년째 나의 화두다. 술은 멀리하고 몸을 움직일 것을, 바이크 타는 친구들에게 똑같이 권한다. 대체로 안 해 본 이들은 탁구가 운동이 되는지, 땀은 나는지 묻곤 한다. 테이블이 작으니 가만히 서서 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나 역시 그랬고. 30분만 쳐보면 얼마나 운동이 되는지 다들 알 텐데. 앞으로도 계속 주위에 탁구를 권해야겠다. 이렇게 재밌고 유익한 운동이 어딨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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