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하야타 히나(일본)
2000년생
세계랭킹 6위
전형 : 왼손 셰이크핸드 올라운더
24년 파리올림픽 단체전 은메달
24년 파리올림픽 단식 동메달
24년 부산세계선수권 단체전 은메달
21년 도하 아시아선수권 단식 금메달
이전 이야기
“자 이제 커트볼 드라이브”라는 말을 듣고는 어안이 벙벙했다. “네?” 반문했더니, 포핸드와 백핸드 스트로크는 어느 정도 자세와 기본은 갖춰졌다며 감각이 좋고 빨리 배우니까 진도를 빨리 빼본다고 하신다. ‘나에게도 처음 드라이브를 배우는 시간이 왔구나’. 근 한 달간 손에서 탁구채를 놓지 않으며 열심히 한 보람을 이때 조금은 느꼈다. 그동안 배운 포핸드, 백핸드 스트로크와 커트만으로 탁구를 치다 새로운 기술 하나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게임에서 경험치를 쌓아 새로운 스킬을 찍는 기분이, 한 챕터를 정복하고 다음 스테이지의 문을 여느 듯한 느낌도 들었다. 구장 4-6부 회원들의 경기를 보면 하회전을 상회전으로 바꾸며 공격하고 다시 그 상회전을 하회전으로 수비하며 그야말로 공의 회전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며 탁구를 치고 있었다. ‘저게 탁구지, 어떻게 하면 나도 저들과 대등하게 탁구를 칠 수 있을까’ 그들의 뒤에서 동경하기도 했다.
커트라는 하회전을 구사하는 것은 공 아래 회전을 주어 네트를 넘기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고, 이 또한 탁구 기술 중에 하나다. 그런 의도로 넘어온 커트볼을 드라이브로 건다는 것은 그 하회전을 상회전으로 바꾸면서 먼저 선제공격을 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커트 서브를 넣고 상대방의 커트 리시브를 그다음 공인, 3구에 드라이브로 공격하는 게 일반적인 시스템. 이 작은 테이블에서도 공격과 수비가 눈 깜짝할 새 바뀌곤 하는데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있듯 선제 공세를 잡는 쪽이 승률이 높은 편이다.
코치님 대회를 응원하러 갔을 때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선제 잡고 반격의 기회를 주지 마라’였다. 선제를 잡았다면 쉴 새 없이 몰아쳐 상대에게 백기를 받아내야 하는 그것이 테이블 위의 승부. 하지만 공은 또 둥글기에 이 공격과 수비가 바뀔 때도 허다하다. 계속 수비하다 반격 한 번으로도 득점을 이끌어 낼 수 있기에 짧은 순간에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매력이 배가 되는 탁구에 중독될 수밖에.
고수들의 탁구를 떠나 현실로 돌아오면 지금 내 수준의 탁구에서는 그야말로 ‘커트의 향연’이 펼쳐진다. 서브도 커트, 리시브도 커트, 그다음 그다음도 커트다. 그 길고 짧음, 왼쪽이냐 가운데냐 오른쪽이냐 뿐이다. ‘메뉴판을 보면 커트밖에 없는’ 한 가지 음식을 고집하는 맛집을 연상케 한다. 한 번 시작된 이 하회전을 아무도 상회전으로 바꿀 생각이 없다. 아니, 바꿀 기술이 아직 부족할 수도 있겠다.
그리하여 누가 덜 실수하면서 이 하회전 공을 상대에게 넘기느냐가 관건이고 승부가 되는 게임이 된다. 밖에서 보면 조금은 지루하기도 한데, 막상 내가 그 게임에 들어가면 나조차도 그러고 있으니 실소가 나온다. 실점하지 않으려고 하는, 지지 않으려고 치는 게 탁구인가? 의문이 생긴다. 여기서 승부가 무엇이 중요한가 하는 꼬리가 남는다. 과감하게 나는 그것을 타파하고 싶었고, 고수들처럼 드라이브를 날리고 싶었다. 그에 맞는 커트볼 드라이브라는 열쇠가 내게 주어졌다. 하회전을 상회전으로 바꿀 수 있는 이 열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