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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열쇠를 쥐어본다. 자세를 알려주기 전에 공을 어디서 쳐야 하는지 위치부터 알려준다. 커트볼은 공이 무거워 테이블에 맞고 포물선이 훅 가라앉기 때문에 최대한 붙어서 떨어지는 공을 쳐올려야 하며, 항상 지적받는 사항인 내 가슴 앞의 타격존을 앞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자세는 최대한 하체를 낮게 한 후 오른쪽 다리에서 시작한 중심이 스윙을 하면서 왼쪽 다리 까지가 아닌 몸이 중간 지점 정도까지 이동하는 느낌으로 해주면 된단다. 오른 다리에 중심을 줄 때 팔은 자연스레 내려가야 하는데, 스윙이 뒤에서 앞이 아닌 밑에서 위로 뻗치는 느낌이어야 하기 때문에 팔의 위치는 종아리 정도까지 내려줘야 한다. 기마자세를 최대한 낮추고서는 또 한 번 목각인형이 된 나는 코치님이 잡아주는 자세로 얼어붙었다. 이렇게 불편한 자세로 공을 쳐올려야 한다고요? 이게 가능한 거예요?
공을 맞힐 때는 공의 4-5시 부분인 엉덩이 쪽을 러버의 가운데 맞춰야 한다. 그때 순간적인 힘을 줘야 하는데, 순간적이지만 두껍게 오래 머물러 주는 손의 느낌을 기억해야 한다. 짧은 순간에 오래 머무르는 게 뭔지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커트를 달라며 커트볼 드라이브를 거는 시범을 보니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내게 날아와 테이블에 맞자마자 공은 엄청나게 튀었다. 심지어 이 공은 대기만 해도 그냥 멀리 날아가 버렸고. 타구할 때 공을 때리면 안 되고 공을 순간적으로 채서 하회전 보다 더 강한 회전을 먹이는 게 원리다. 그래야 공은 네트에 걸리지 않고 오롯이 상대에게 넘어간다. 채지 않고 공을 때리기만 하면 소리가 다른데 코치님의 커트볼 드라이브엔 뽁하고 러버에 마찰되는 찰진 소리가 났다.
“생체인들을 보면 포물선을 만들지 못하고 힘으로 때려서 커트볼 드라이브를 거는데 설사 이게 들어가더라도 미스가 많이 난다. 빠르고 낮게 때리는 커트볼 드라이브는 이 다음 단계다.”라며 일갈했다. 어물정하게 위력 없이 넘어간 드라이브를 치면서도 어쨌든 넘어가긴 했으니 이제 됐다며 확신하기도 한단다. 더 고쳐야 할 이유를 모르고, 고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열에 일곱 번 정도 넘어가면 안 들어갈 땐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쉽게 타협할 수도 있다. 생체인들 중에 제대로 커트볼을 거는 사람을 많이 보지 못했다고 하는 말에, 정석대로 배워야 써먹을 수 있다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열에 열 번 다 넘길 수 있는, 오히려 회전이 많은 커트볼을 찬스로 여길 줄 알고, 반길 줄 아는 플레이어가 되어야겠다 다짐한다.
레슨 마지막 즈음, 라켓을 고쳐 잡고 코치님의 커트를 걷어올려본다. 포핸드 사이드에 있다 커트볼이 넘어올 때 엉거주춤한 자세에서 공도 제대로 맞지 않고, 타이밍도 어긋나니 공은 그냥 네트에 걸려버린다. 공을 챈다, 회전을 먹인다는 감을 느낄 새도 없이 순간적으로. 방향을 알고도, 구질을 알면서도 왜 처리하지 못할까, 한번 칠 때마다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준비하는 자세가 너무 늦어. 공은 이미 넘어와 내 테이블에 맞았는데 그때서야 내려가는 자세를 잡으니 제대로 칠 수가 없잖아.” 문제점이 한 둘이 아니다. ‘상대 라켓을 보고 미리 준비해야 하는데’ 오늘도 역시 나만의 작은 주문을 외운다. 그 뒤로도 번번이 나의 공은 넘어가지 못했다. 어디 첫술에 배부르랴.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5분? 10분? 시간을 왜 이리도 느리게 흐르는지, 몸에서 이 동작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음을 느낀다. 하체를 내리면서 칠 때 위로 퍼올리는 동작을 반복해서인지 허벅지는 비명을 질러댔고 온몸에서 땀이 나며 숨이 거칠어졌다. 내가 손에 땀이 이렇게 많이 나는 사람이었던가. 라켓을 꽉 잡아도 흘러내릴 것 같이 고정이 되지 않았다. 어깨와 팔이 아프기도 했다. 얼마나 팔에 힘을 주었을까. 레슨 종료 알람이 울렸다, 마치 복싱에서 ‘공이 살렸다’는 기분을 이제는 안다. 레슨이 끝났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내가 왜 이럴까. “당분간 몸 좀 뻐근할 거야. 연습 많이 해” 수고하셨다는 말을 건넸다. 씩 웃는 코치님의 표정에서 알게 되었다. 이제 시작임에도 만만치 않을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