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리그전에 나서다 (2)

by 분더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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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탁구 성장기

32구


정신을 차리고 이제서야 다시 조편성과 대진을 본다. 월요 리그는 1-6부는 상위부, 7-9부는 하위부로 나뉘어 리그전을 펼친다. 하위부에선 13명이 참가해 한 사람당 12경기를 치르는 일정. 게임만 12게임이라… 힘들겠다는 생각보다 공부가 제대로 되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첫 게임은 집중하지 못하고 끝났지만, 오면서 꼭 지키고자 했던 것을 차분히 떠올렸다. 첫째, 공을 끝까지 보고 칠 것. 둘째, 가슴 앞에 공간을 내어 칠 것. 셋째, 팔만 뻗지 않고 하체를 먼저 움직여 칠 것. 이 세 가지 중 하나만 제대로 해도 오늘 하루 목표를 이룬 것이나 다름없으리라 생각했다. 이기려고 하기보다, 배운 것을 실전에서 쓸 수 있다면 더 좋을 텐데.


두 번째 게임도 바로 이어 들어갔다. 두 번째 상대분은 구력이 20년도 족히 넘어 보이는 지역 8부 작은 체구의 노년 여성분. 먼저 서브에 회전이 많다 적다를 떠나, 보내는 코스부터 너무 깊어 리시브를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 2구를 어떻게든 넘기면 기다렸는지 3구가 바로 반대편 깊은 곳으로 넘어왔다. 상대분은 가만히 서서 치는 거 같은데 나 혼자 테이블 좌우를 훈련하듯 넘나들고 있었다. 어느덧 세트를 내주고선 정신 차리고 눈을 더 크게 떠 공을 본다. 여성분이라 그런지 치는 박자가 너무 빨라 내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 박자를 맞춰주지 않고 무너뜨리면 상대 미스를 나오게 하면서 내게도 기회가 올 텐데 생각했다, 실행하지 못하고 딱 생각까지만. 게임은 3:0으로 졌지만 짧은 이 경기에서 어떻게든 해법을 찾을 생각을 했다는 것은 작은 성과로 볼 수도 있겠다.


게임을 끝내고선 땀을 닦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2개 테이블을 쓰는 하위부 경기보다는 박진감이 넘치는 옆쪽의 상위부 경기에 더 눈이 갔다. ‘올라가야 할 곳은 저기인데…’라며 쉴 때마다 그들 경기에 집중해서 보았다. 백핸드에 이면 러버인 핌플을 단 사람들이 꽤나 눈에 띄었고 주세혁 선수 같은 수비수 전형들도 눈에 들어왔다. 기술이 화려하다는 것을 차치하고서 탄탄한 기본기를 베이스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부수가 높을수록, 실력이 좋을수록 기본기가 좋았으니까. 기본기가 받쳐지니 동작과 스윙은 물 흐르듯 부드러웠다.


나머지 9게임은 조금 더 마음을 가다듬고 임했으나 딱 1 경기만 이기고 나머지 11경기는 모두 패했다. 허나 지면서도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자평한다. 커트로 이어지는 랠리가 많으니 자연스레 커트 감이 좋아지고, 배우고 있는 커트볼 드라이브를 실전에서 바로 해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성공을 하던, 실패를 하던 주구장창 하체를 내리면서 시도를 했는데, 성공률이 10%지만 이 성공률을 끌어올리면 실력이 늘고 상위부로 올라갈 수 있으리라. 주구장창 커트만 하는 게임은 딱 질색이라, 과감하게 선제를 잡고 싶은 마음도 크다.

그리고 서브를 다양하게 넣어보면서 경험치도 쌓았다. 회전과 코스의 변화를 내 나름대로 곁들여 커트, 우횡회전, 너클로 구질을 달리해보았고 yg서브, 훅서브처럼 자세를 바꿔보기도 했다. 깎이지도 않는 커트는 상대에게 바로 반격을 당하고, 네트에 걸려 점수를 헌납하기도 했으나 생각보다 나의 yg서브나 훅서브를 타는 분들도 있어 놀랬다. 얼마 연습하지 않았는데 ‘서브가 어렵다‘고 말해주시는 분들을 보며 서브 연습은 따로 시간을 내어 꾸준히 연습하면 더 좋아지겠구나 생각한다.


예선 탈락이 없기에 경기를 다 치르고 꼴찌로 본선 토너먼트에 올라, 조 1위로 올라온 6부 실력자와 첫 게임에 지면서 리그전을 마무리했다. 고수와의 경기는 서브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한 회원분이 끝난 내게 다가와 “나도 초반에 리그전 나왔을 땐 전패를 몇 번이나 했다”고 말한다. 다 그렇게 시작하는 거라고,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고,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게임 센스가 쌓이고 실력이 상승하는 거라고 위로한다. 위로가 필요하지는 않아 “너무 재밌는데요!” 하고 씩 웃어 보였다.


1승 11패라는 성적표를 받고서도 많은 이들과 정식으로 공을 나누었다는 것이 더 크게 다가왔다. 잘하지는 못했지만 진지하게 승부에 임했기에 몸은 지쳤어도 정신적 만족감은 아주 컸다. 시간을 보니 어느덧 4시에 가까워졌는데, 5시간 동안 오롯이 탁구에 매진해 놀라웠고, 일련의 행위에 깊게 몰입하기를 나의 생활신조로 삼는데 오늘이 딱 그렇게 몰입한 날이 아닌가 생각한다. 운동뿐만 아니라 많은 분야에서 몰입할 날을 만들며 살아가고 싶다. 앞으로 시간이 될 때마다 리그전에 참석해 배운 것을 응용하며 게임을 배워야겠다 다짐하며 탁구에 점점 미쳐가는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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