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에 대한 양가감정 (1)

by 분더카머

cover 주천희(한국)

2002년생

세계 랭킹 25위

전형 : 오른손 셰이크핸드 올라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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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탁구 성장기

33구


주에 레슨 두 번을 받으며 2달 차 레슨을 끝냈다. ‘청풍명월’이라 했던가. 운동하기 좋은 가을 날씨 아래 레슨을 받고, 사람들과 땀 흘리며 공을 나누고 집으로 돌아와선 줄넘기와 라켓을 들고나가 또 고군분투 나와의 싸움을 이어간다. 몸뚱아리가 고작 하나라는 게 아쉬울 정도로 운동에 몰입하는데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총량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을 다 소진한 뒤 일종의 만족감과 성취감 같은 걸 느낀다. 몸의 피곤이 극에 달할수록 묘한 그 감정을 쉽게 설명할 수 없다. 강행군을 매일 이어가자 곧 탈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체력 소진도 느껴진다. 체력을 늘리는 방법을 찾으려 이곳저곳 수소문도 해본다.


처음 리그전을 나간 뒤로 ‘처음치고는 잘하고 있다’는 생각과 ‘얼마나 쳐야 탁구 다운 탁구를 칠 수 있을까’ 하는 이상한 양가감정이 일었다. 양가감정은 보통 사람이나 사랑에 대한 것이라고들 하는데, 탁구가 애증의 대상이 될 줄이야. 탁구 커뮤니티의 글을 읽다 처음 6개월의 고비를 넘겨야 된다는 한 탁구인의 글을 보았었다. 생전 하지 않던 운동을 배운다는 것, 진입하긴 쉬우나 잘하기에는 꽤나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흥미를 느끼기도 잃기도 쉽다는 것을 이미 겪은 이가 말해주고 있었다. 나 역시 그런 생각에 머리가 한창 복잡해지고 있을 때였다. 단순한 내 성격상 복잡한 건 딱 질색인데, 머리가 복잡할 때 몸을 힘들게 하는 것만큼 좋은 약도 없다. 다리와 복근에 강제적인 피로를 주러 탁구를 치러 간다. 내 앞 타임에 오픈 3부 친구가 들어오는 바람에 이날 레슨이 갑자기 당겨졌다. 몸을 제대로 풀지 못하고 허겁지겁 레슨실로 들어간다.


자세를 잡고 포핸드 스트로크부터 시작. 포핸드 랠리가 이어지면서 공에 힘을 주어 보내면 그 공이 반구 되어 더 빨리 돌아온다. 그런데 스윙 타이밍은 기계처럼 똑같이 나가니 공이 밀린다고. 야구에서 오른쪽으로 파울이 나는 이치와 같은데 조금 더 빨리 준비하고 공을 쳐내야 한다. 빨리 치거나 밀리면 공이 상대에게 바르게 가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것. 또 공을 맞힐 때 스윙을 끊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준다. 공이 맞을 때 임팩트를 주면서도 앞으로 더 나간다는 생각으로 팔로우 스윙까지 해줘야 한다.


백핸드는 많이 안정적으로 올라왔고, 미스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코치님의 말. 탁구를 치면서 셰이크핸드 라켓을 처음 잡았고 그만큼 어려웠던 백핸드를 정복하는 것은 흥미를 배가시키기에 충분했다. 포핸드로 공을 받는 것보다 백핸드로 상대 공격을 받는 게 재밌을 정도로 백핸드에 푹 빠져버렸다. 이제 막 백핸드 기본자세의 중간을 관통하고 있다는 느낌인데, 네트에 걸릴까 조마조마한 그 순간은 확실히 지났다는 생각이 든다. 잘 넘기기는 하니까 그다음은 상대방이 받기 어려운 공을 백핸드로 넘겨야 하지 않을까, 그게 또 실력의 상승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포핸드와 백핸드가 어느 정도 틀이 잡히니 코치님이 집중적으로 시키기 시작한 화백 전환. 백 사이드에서 백핸드를 치고 포어 사이드로 넘어오는 공을 포핸드로 처리해야 한다. 이 전환을 하다 코치님이 스톱을 건다. “신체구조상 팔이 긴 만큼 제자리에서 쳐도 맞긴 하지만 포핸드로 넘어갈 때 오른발로 잔발이라도 구르는 습관을 들여라.” 실전 게임에 들어가면 상대가 포핸드 깊은 코스로 뺄 것인데 그 경우에 이렇게 제자리에서 팔만으로 치면 정확하게 타구할 수 없다고. 공을 따라가면서 오른발로 거리를 맞추는 게 필수라고 한다. 발로 따라가 복근에 힘을 주고 허리를 돌리면서 공을 쳐낸다.


또 지금은 드라이브를 치는 게 아니라 기본 스트로크를 치는 건데 백스윙이 너무 크다며 작게 줄이라고 한다. 강하게 치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치는 법을 배우고 그게 적응이 되면 강하게 공을 보내는 것이 순서라고. 머리는 이해하면서 몸은 왜 이리 둔할까. 코치님이 동작과 방법 알려주면 열을 알아야 하는데, 하나를 알려주면 전에 말한 사항을 놓친다. 레슨을 하면서도, 게임을 하면서도 항상 내 몸의 움직임에 놀라게 된다. 정확한 자세가 잡히지 않으니 다음 동작은 고려하지도 않는 무지성 스텝과 동작들이 본능적으로 나오고 이리저리 섞인다. 보지 않아도 볼품없는 탁구를 치고 있는 것이 뻔하다. ‘내가 생각한 탁구는 이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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