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류궈량(중국)
1976년생
전형 : 오른손 중펜 전면 숏핌플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단식, 복식 금메달
1996년 님 남자 탁구 월드컵 단식 금메달
1999년 아인트호벤 세계 선수권 남자 단식, 복식 금메달
이전 이야기
첫 리그전 이후로도 시간이 될 때마다 두 번 정도 더 리그전을 나갔었다. 하위 부수이긴 하지만 조 편성에 따라 한 번도 이기지 못하는 날도 있고, 겨우 1승을 운 좋으면 2승을 하는 날도 있었다. 운이라고 해야 할지, 실력이라고 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운데 운도 실력이라 위로도 해본다. 매일 탁구를 치고, 레슨을 받고, 리그전까지 참여하면서 탁구장 회원들과도 많은 안면을 트게 되었는데 그중 부관장님과 많이 친해지게 되었다. 4살 차이에 열심히 하는 내게 이런저런 도움을 주었고, 친해지면서 호형호제를 하게 되었다.
리그 운영을 진행하면서도 회원들의 실력을 면밀히 파악하는 그가 마지막 게임을 지고 나온 나를 부른다. “라켓 들고 레슨실로 와” 내게 특별 과외를 시켜주겠단다. 연습 때 가끔 지나가는 말로 고쳐야 할 점들을 툭툭 던지기는 했었지만 이렇게 따로 불러서 제대로 알려주는 것은 처음이다. 포핸드 스트로크부터 치면서 공을 나눈다. 15년 생활체육 탁구인의 구력을 가지고 매의 눈으로 나의 동작을 유심히 살핀다. 이제 2달을 배운 내 자세는 얼마나 엉성하고 어설플까.
“스윙이 너무 작다”며 허리를 돌리면서 백스윙을 가져가고 중심을 옮겨주면서 앞으로 나오는 스윙을 더 뻗어줘야 한다. 그러면서 하나, 둘, 셋 박자를 세면서 쳐보라고 하는데 공과 라켓이 맞는 타이밍이 일정하지 않아서 하는 말인 것 같았다.
게임에 들어가면 가장 큰 숙제는 바로 백핸드다. 백핸드로 공이 들어오면 대지도 못할 정도. 게임할 때 모든 회원들의 탁구를 눈여겨본다고 했었는데 그걸 또 부관장 형이 캐치했나 보다. 포핸드를 짧게 마무리하고 백핸드로 넘어간다. 자세를 알려주기 전에 백핸드는 쳐서 넘기는 것보다 밀어서 보내는 느낌을 강조한다. ‘밀어주는 느낌은 뭘까?’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것을 찾아내느라 애를 먹는다. 세게 치려고만 하지 말고, 공을 몸 쪽 가운데에 두고 보낸다는 느낌을 기억하며 쳐 볼 것. 백핸드가 어느 정도 교정이 되었다면 다음으로 넘어간다.
앞서 한 포핸드와 지금 백핸드를 연결하는 ‘화백 전환’으로 볼박스로 공을 날려준다. 백핸드는 하나, 둘의 박자로 스텝을 옮겨 포핸드에서는 하나, 둘, 셋 박자로 공을 처리한다. 포핸드는 한 박자를 더 세는데, 코치님이 포핸드는 잡아서 쳐라는 것과 일맥상통한 것 같았다. 다음으론 백핸드, 백핸드, 포핸드를 이어서 하는 연결과 백핸드를 치고 이동해 포핸드를 두 번 치는 시스템을 알려준다. 나만의 박자로 시스템을 견고히 만들어놓고 그 속으로 상대를 들어오게 해 약속된 코스 연결을 이끌어 가는 것. 그것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게 실력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기본적인 것만 연습해도 한 부수 정도는 그냥 올라간다”고 형은 확신했다. 오픈 4부인 자기 역시도 아직 이 연습을 제일 많이 한다고 하니 탁구에서 기본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경험자가 먼저 닦아놓은 길을 걷는 기분이 이런 걸까. 비단길을 걷는 것처럼 부드럽다. 이 길만 따라가면 나 역시도 빠른 시일 내에 고수가 될 것만 같은 마음이 부푼다.
그간 본업을 하며 시간을 내어 구장을 관리했던 형은 탁구장 회원이 많아지자 본연의 일을 제쳐두고 오전부터 밤까지 탁구장에 상주하기 시작했다. 그가 자리를 비운 시기에 골수 회원들이 삼삼오오 운영을 해봤지만, 여러 말들이 나왔었고 분위기 또한 어수선해지는 것은 나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더 자주 보게 되었고 나뿐만 아니라 다른 신입 회원들에게 짧게라도 원포인트 레슨을 해주려고 한다. 그 원포인트 레슨은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원들에 집중된다. 그가 이렇게 장을 펼치면 초보 회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그가 하는 말과 자세를 유심히 듣고 본다. 형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가르치는 게 너무 좋고 재밌다”고 웃으면서 말한다. 지인의 지인들을 삼삼오오 알려주기 시작하다 탁구장까지 차렸다고 하는 그다. 자기도 초보일 때 몰랐던 것들, 알았다면 조금 더 수월하게 늘었을 사항들을 조목조목 알려준다. 그가 알려주는 것들이 코치님과 다를 때도 있으나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넘길 것을 구별해 대처한다. 어쨌든 내게 엄청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기에.
형의 원포인트 레슨 멤버들이 그룹화되어 갈 무렵 나와 같이 자주 공을 나누던 중년의 형님이 있었다. 화백 전환과 초보가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배운 것들을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이게 하루아침에 되겠어? 그럼 나도 오픈 4부지 뭐”라며 나와 공을 나누면서도 심드렁한 마음을 드러냈고, 그러는 순간 기합이 들어 한참 예열을 하던 나조차 팍 식어버리면서 공을 나누기가 싫어졌다. ’누구나 잘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닌가? 나만 그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몸이 말을 안 듣는다면서 “내가 너만큼만 젊었어도 엄청 열심히 했을 거야” 말한다. 자기는 공이 들어가든 말든 시원하게 스매싱 날리는 게 가장 스트레스가 풀리고 즐겁다고 한다. 형님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내가 그 상황이 되면 안 그런다고 장담하기 어려우니까. 사람과의 관계에서 역지사지를 배운다. 다만 아쉬운 것은 목표가 다른 우리가 한 테이블에서 연습을 하고 있으니 합이 맞을 리가 없다는 것. 이래서 탁구엔 파트너가 중요한 법인데, 나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기본기를 연습할 수 있는 파트너를 얼른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