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자연스레 구사될 때 실력이 된다는 것을 (2)

by 분더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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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탁구 성장기

42구


경기 날 실력이 좋은 선수들도 컨디션에 따라 들쭉날쭉한 플레이를 보이기도 한다. 컨디션이란 건 결국 변수이다. 변수는 ‘어떤 상황의 가변적 요인’을 일컫는다. 변수의 반대말은 상수. 가변적 요인 없이 일정한 상황을 나타냄을 의미한다. 변수가 없기를 기대할 순 없으니 그것에 대응하려면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는 것이 손웅정 운동 논리의 핵심이 아닐까.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뿌리가 튼튼한 게 먼저다. 보이는 위쪽보다 보이지 않는 아래쪽이 더 튼튼하게 만들어져야 하는 것’ 그가 덧붙인다. 그야말로 뿌리 깊은 나무 아닌가.

악착같은 기본기를 베이스로 삼아서 였을까, 서른이 넘은 지금도 그는 국내외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해야 할 때마다 해주는 플레이로 오히려 우리의 기대감이 커졌을지도 모른다. 그가 경기에서 공격포인트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을 때 실망감이 커지기도 한다. ‘흥민이 월드클래스 아닙니다’ 한때 손웅정의 말이 축구 신을 넘어 개그코드로까지 번질 정도로 회자된 적이 있다. 그가 보여준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월드클래스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든 운동에서 컨디션이란 중요하다마는 변수를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역시 기본기라는 것엔 일말의 여지가 없다. 탁구에서의 기본기는 무엇일까 생각하며 오전반 초심부 트레이닝 반에 참석했다. 처음 보시는 분들을 포함해 열 분 정도가 몸을 풀고 있었다. 가볍게 공을 치면서 부관장의 설명을 듣고서는 모두 테이블을 마주했다. 부관장의 기본기는 심플했다. 포핸드 100개 랠리, 백핸드 100개 랠리, 포핸드와 백핸드 커트 100개씩을 실수 없이 해내는 것. 한 명이 포핸드를 치면 반대편에선 쇼트로 치기 좋게 공을 받아주고 중간에 공이 이어지지 않으면 다시금 처음부터 개수를 샌다. 커트까지 끝나면 포핸드 한번, 백핸드 한 번을 연달아 치는 화백 전환으로 넘어간다. 역시 상대는 포사이드로, 백 사이드로 공을 대주면 된다. 이 기본기 연습만 해도 일취월장 실력이 상승할 것임을 그는 자신했다.

맞은편 회원분이 포핸드를 치기에 쇼트로 공을 받았는데 일정한 곳으로 공을 대주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이 역시 두 명의 호흡이 중요한데, 호흡이 조금만 맞지 않아도 공은 난데없이 이리저리 튀었다. 그나마 컨트롤을 좀 하는 회원들은 몇십 번의 실패 끝에 한 코스를 수월하게 넘어갔지만 그렇지 않은 회원들도 많이 보였다. 서로가 100개씩의 임무를 수행하고서는 하이파이브를 하며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함께 땀 흘리며 운동하는 것만큼 즐거운 게 어디 있을까. 실력 향상을 위해, 건강을 위해 운동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운동 본연의 즐거움이 가장 먼저 다가온다. 몰입하게 되는 순간, 실력은 중요한 게 아니게 되고 공 하나를 상대에게 보낸다는 그 원초적인 행위가 가장 돋보이게 된다. 왜 탁구에 열광하게 되었는지 누군가 물어본다면 ‘일단 한번 쳐 보자’라는 말을 건네고 싶다.


실력을 늘리는 것은 요령이 아닌 반복숙달

대략 10일 동안 출근 전에 구장에 들러 트레이닝 반에 꾸준히 참석해 여러 오전반 회원들과 포핸드, 백핸드, 커트를 집중해 연습했다. 그러면서 기본기에 대한 믿음을 차곡차곡 쌓았고 고수인 부관장 형과 트레이닝 하면서 포핸드 백핸드 전환까지 부드럽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탁구를 배우게 되면 레슨에서 코치들이 해주는 볼 박스나 스텝은 잘 되는데, 막상 게임에서는 연습하는 동작들이 잘 안 나온다. ‘왜 게임에서는 잘 안되지’ 누구나 속상해한다. 그럴 때마다 ‘임계점’을 생각한다. 항아리에 물이 조금씩 차오르다 더 이상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차올랐을 때, 마지막 물 한 방울이 떨어지면 항아리가 넘치게 된다. 바로 그렇게 넘치는 순간 또 한 번의 실력 상승을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게임에서 레슨 때 하던 것들이 나오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 감동적인 순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게 무언가를 배운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은 탁구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되어 끈질긴 인내를 필요하게 된다.

혹시 당신의 탁구가 잘 안 된다면 다시 기본기로 돌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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