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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 분이 ‘게임 불참’을 선언하며 탁구장을 박차고 나갔다. 감정조차 컨트롤이 안되는데, 몸과 공을 컨트롤할 수는 없었을 터.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게임 준비를 하며 몸 둘 바를 몰랐지만 정리가 되고 회원분께 들어보니, 종종 이렇게 탁구장 내에서 의견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자주 트러블을 일으키는 분들이 그 시리즈의 연속 편을 찍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내게 말해주는 분은 ‘아, 또 저분들이구나’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의 행동을 질타하고 싶진 않진 않지만 탁구장 에티켓과 스포츠의 매너를, 그리고 수많은 아랫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것을 숙지해 주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7명이서 한 조로 게임을 하게 되면 중간 쉬는 시간이 많아 루즈해지기도 했다. 게임에 들어가 이제 막 예열된 몸은 잠깐 쉬면 바로 식어버렸다. 그 사이 자세 연습도 해보고 사람들과 대화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조에서 1위를 한 분과 게임 차례가 다가왔다. 서브를 넣고, 리시브를 하고 여차 저차 강공을 해보려고 했으나 역시나 전체적인 실력에서 역부족이 느껴졌다. 상대는 포핸드건 백핸드 건 모두 조금이라도 공에 회전을 걸어서 보내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소리를 내는 게 보였는데, 그걸 뻔히 보이면서도 리턴을 주기가 어려웠다.
게임을 하면서도 ‘강한 회전이 아니라도, 나 역시 조금이라도 회전을 주면서 공격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둥둥 떠다녔다. 그러기엔 나는 아직 포핸드 드라이브를 배우지 못했는데 말이다. 서브도 동작이 거의 비슷해 이게 커트 서브인지, 너클 서브인지 간파하기도 힘들었다. 상대의 수를 꿰지 못했으니 그저 눈 뜨고 당할 수밖에. 기계볼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 마냥 상대에게 공격하기 좋은 볼을 헌납하고 있었고, 게임은 3:0의 참패로 끝이 났다. 무기를 한 번 써보지도 못하고 패잔병이 된 나는 그와 악수하며 쓴웃음 밖에 짓지 못했다.
월요 리그전은 조별 예선을 거쳐 예선 탈락 없이 본선을 치른다. 5조에서 3승을 거두며 3위를 기록하며 올라간 토너먼트에서는 무려 6부의 고수님을 만났다. 서로 몸을 풀고 첫 점수가 나는 시점에서부터 ‘상대는 나랑의 게임이 재미없구나’ 하는 게 느껴졌다. 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과 치는 스타일을 봐도 알 수 있는 게 있다. 순간 나 역시 게임에 흥미를 잃고 말았다. 최선을 다해주었다면 서로가 즐거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고개를 들었다. 여담이지만 지금의 나는 나보다 하수를 만나도 최선으로 게임에 임하고, 그게 예의라고 생각한다.
공만 슥 넘겨주는 랠리에도 내가 실수하며 대부분 점수를 헌납했고,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3:0 완패로 리그전을 마쳤다. 몇몇 지켜보던 이들은 ‘그래도 잘했다’며 응원을 건넸다. 고수 몇 분들은 나를 보며 예전 자기의 초보 모습들을 투영하는 것 같기도 했다. 없는 실력이 게임에서 갑자기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오히려 마음은 편했다. 지금은 이기기보다 배운 것을 쓰는 게 더 중요한 시기니까. 오늘 공을 나눈 것들을 바탕으로 나만이 할 수 있는 탁구를 만들기 위해 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이 작은 경험들이 축적되면 내게도 큰 성취가 다가올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