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오준성(한국)
2005년생
세계 랭킹 20위
전형 : 오른손 셰이크핸드 올라운더
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은메달
24년 아스타나 아시아선수권 단식, 남자 단체전 동메달
이전 이야기
포핸드 스트로크로 어느 정도 몸을 풀고 있을 때, 코치님이 갑자기 드라이브를 걸어보라 한다.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포핸드 드라이브를 해보라니 전에 배운 자세와 동작의 기억을 겨우 더듬어 찾고, 임팩트는 그저 감에 맡길 뿐이다. 흉내 낸다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 구장에서 어깨너머 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스윙 연습을 하기도 했으니까. 어떻게든 연속으로 드라이브를 걸자 “지금 3개월 밖에 안 됐다고? 1년 넘어도 이렇게 못 걸어 사람들” 공을 잡고서는 코치님이 사뭇 진지하게 말한다. 코치님의 입에서 드물게 나오는 말들은 칭찬일까? 라켓을 잡을 때마다 항상 잘하고 싶은 마음이 활활 불타오른다. 이런 말들은 진행 방향 점검으로, ‘바른길로 잘 가고 있구나’ 정도로 받아들인다. 코치님의 말에 설레지도, 자만하지도, 때론 자책하지도 말 것을 곱씹는다.
언제나 날카로운 지적사항들이 날아오기 때문에 좋은 점이나 칭찬의 말은 금방 잊힌다. 첫 볼은 잘 거는데 두 번, 세 번 반구 되는 볼을 연결하면 타이밍이 늦어진다. 볼을 칠 때 허리를 돌린 내 가슴 앞에서 공이 타구 되어야 하는데 코치님은 그 구간을 ‘내 땅’이라는 말로 강조한다. 내 땅 안으로 들어왔을 때 처리해야 원하는 곳으로 공을 보낼 수 있다. 공이 좌우로 빠질 때는 그나마 다리로 쫓아가는데, 짧거나 길게 나올 때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한다. 짧으면 공에 마중 나가야 하고, 길면 더 뒤로 물러서며 오른발로 잡아서 공을 쳐야 한다. 공이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니 착지점을 예상해 포착해야 함은 중요하다.
“지금 드라이브 치면서 제일 중요한 게 무엇인 거 같아? 스윙도 괜찮고 회전도 이 정도면 없는 편은 아닌데” 공의 움직임을 잠시 멈춘 채 질문받는 이 시간은 언제나 난감하다. 한참 머리를 굴려봐도 의도를 알 수 없고, 정답을 찾을 수 없다. “박자야, 박자. 기계 볼을 치는 게 아니잖아, 빨리 올 때도 있고 천천히 올 때도 있으니 그에 맞는 박자를 맞춰야지.”“박자는 뭘로 맞춰야 해요? 발로 맞춰야 하나요?” 박자를 맞추는 방법을 몰라 다시 묻는다. 내 딴에는 발로 공이 오는 길을 찾고 자세를 취한 뒤 미리 기다리는 건가 싶었다.
“그게 아니라, 계속 똑같은 박자로 친다고. 공이 빠르면 스윙을 작게 해 빨리 잡아야 하고, 늦게 오면 그동안 스텝을 더 뛰면서 기다릴 줄 알아야지” 공이 빨리 오면 아예 잡지 못하고, 느리게 오는데도 공을 일찍 때리거나, 멍하니 그 자리에서 서 있는다. 박자뿐만 아니라 스윙이나 스텝까지 복잡한 문제가 얽히고 설켜있다. 상대 공이 강하게 나온다면 조금씩 위치를 뒤로 옮길 수 있는 센스도 필요하다. 강하게만 치는 게 아니라, 유연하면서 부드럽게 공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다.
배운 지 3개월 차에 쉽게 볼 수 없는 드라이브를 치는 나로 인해 코치님도 욕심이 난 걸까. 커트 서브를 넣고 백사이드에서 돌아서서 커트볼 드라이브를 건 다음 민볼 드라이브로 연결하는 랠리를 주문한다. 지금 초급 단계인 내 수준에서 게임 중 가장 많이 나올 패턴으로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훈련인듯했다. 우리가 레슨에서 배우는 것들은 모두 게임 중에 자연스레 나와줘야 하는 것들이다. 커트볼을 걷어 올리기도 전에 내 어설픈 서브에 발목이 잡힌다. 커트 서브를 넣을 때는 공을 러버 끝에 얇게 맞춰야 하고, 하회전 서브를 강하게 넣으면 돌아오는 커트도 강한 것은 당연한 것. 그다음 공인 커트볼 드라이브는 더 힘을 줘서 걷어올려야 하고, 상회전으로 바뀐 공을 연결하려면 지금의 자리보다 더 뒤로 물러나 드라이브를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