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볼 포비아 (2)

by 분더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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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탁구 성장기

50구


하회전이 없는 민볼 공을 때리는 위치와 커트 공을 때리는 위치가 같다는 말이 이어진다. 커트볼은 공의 아랫부분, 엉덩이 쪽을 때려서 올려야 함을 머리에 새긴다. 커트볼이 네트에 걸리는 게 제일 안 좋다고 하는데, 오히려 테이블 밖으로 날아가는 오버미스가 더 고치기 쉽다고 말한다. 다른 기술들은 낮게 공이 넘어가야 하지만 드라이브는 회전 많게 높이 넘어가도 된다고. 폭풍 피드백을 들으면서 하나씩 고치기는 하나 커트볼을 칠 때마다 ‘어이구, 어이구’ 나도 모르게 야유와 한숨이 섞여 나온다. 알려주는 대로 해보려고 해도 몸이 내 뜻대로 움직이니 않으니까 몸이 끓는다. 그 누구에게 화풀이를 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의 부족함에 화가 치솟는다. 커트볼을 정복하려다 되레 공포증에 걸릴듯하다. 그야말로 커트볼포비아가 따로 없다.

포사이드로 나오는 커트볼을 연습한다. 커트볼을 걸 때는 테이블에서 떨어지지 않고 붙어서 쳐야 하니, 몸의 위치 또한 테이블에 가까울수록 좋다. 공을 잡아서 쳐야 하는데 잡지를 못한다는 코치님의 말. ‘잡아서 치는 게 뭐죠?’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말이다.

커트볼 드라이브를 걸고 민볼 드라이브를 연결하면 공이 많이 나오니 자리를 뒤로 살짝 옮겨야 한다. “공이 왼쪽으로 갈 때도 있고 오른쪽으로 갈 때도 있는데 너 서 있는 자리를 봐봐, 계속 위치가 똑같잖아.” 좌우 앞뒤로 위치를 조정하면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어야 하고, 발은 언제나 멈추지 않고 공을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스텝의 중요성은 매번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 내 다리는 바닥에 박혀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도저히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한다. 중심을 앞으로 하고 다리에 조금의 반동이라도 줄 것을 생각한다.

상회전으로 바뀐 공을 드라이브로 처리하기 시작하면 상대의 대응에 따라 위치를 달리해야 한다. 쇼트가 약하면 공이 안 나오니 내 몸이 더 앞으로 가야 하고, 쇼트를 강하게 하면 뒤로 가는 게 정석이다. “너 공은 세고 회전이 많으니까 상대가 짧게 주기 힘들 거다, 그러니 드라이브 걸고 나면 더 뒤로 포지셔닝해야 한다.”라고 코치님은 말한다.

‘내 공이 회전이 많고 세다고?’ 처음 듣는 말이 코치님의 입에서 나왔다. 그저 쉽게 받아주니 회전이 있는지, 공의 위력은 어떤지 알지 못했다. 내가 걸지만 회전이나 공의 위력은 내게 잘 보이지 않는다. 구장에서 드라이브만 거는 연습을 하면 쇼트가 약한 회원들은 내 드라이브를 5번 이상 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백핸드 쇼트가 약한가 보다’ 하며 갸우뚱거리곤 했었고, 반대로 백핸드에 자신 있는 나는 상대가 거는 드라이브를 곧잘 쇼트로 보내주어 20개까지 받아주기도 했었다. ‘잘 받는다’며 상대는 엄지척을 날려주곤 했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도 있지만 선제를 잡지 못할 경우 좋은 수비로도 득점을 하고, 흐름을 바꿀 수 있다. 백으로 상대 드라이브를 무력화하는 것은 새로운 재미다.

커트볼 장벽에 부딪힌 지 얼마나 되었는지 아득하다 못해 이젠 커트볼이 두려운 포비아까지 생길 정도이지만, 당연하게도 포기는 없다. 중국 레전드 탁구 선수 장지커는 많이 깎여 오는 공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 힘을 이용해 자신이 더 강한 공을 보낼 수 있었으니까. 반대로 회전이 적은 볼은 미스가 나올 수 있어서 경계했다고 한다. 약점을 수련해 강점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수없이 커트볼을 쳐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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