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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로 채용할게요.

응, 안돼!

by 오 코치
코치로 채용할게요.
응, 안돼!


응안돼.jpg ©Williams Oscar A.Z. All rights reserved.



그는 젊다.
꿈이 크다.
영혼이 자유롭다.
유쾌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다.
긍정적이고 사랑스럽다.


나의 그 젊은 고객은 계약이 종료되었다.
두어 달이 지난 어느 날, 메신저로 연락이 왔다.
신나는 일이 있다며 화상 일정을 잡고 싶다고 했다.

개인 일정 링크를 공유해 주고, 스케줄을 잡았다.


뿅.


여전히 아름다운 미소와 유쾌한 인사를 한다.


“코치님, 잘 지내셨죠?”


답을 듣지도 않고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말을 이어간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정말 이제 다 된 것 같아요. 절차도 다 알아봤고요. 연말에 통보하고, 내년 봄에는 가능할 거예요!”


이 꿈이 크고 영혼이 자유로운 젊은이는 living the dream을 곧 현실화할 수 있게 되었다며 신이 나 있었다.
세션을 하면서 여러 차례 언급된 내용이었다. 목적, 방향, 방법 등 고려해봐야 할 것들을 조금씩 설계해 왔기에, 이제는 준비가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싶어 연락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 젊은이는 100%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을 얻고, 유럽의 한 나라를 선택해 살고자 했다. 오랜 역사를 지닌 그곳의 사람들과 함께 살며 그들의 문화, 음식, 음악, 건축, 자연 속에서 자신을 녹이고 싶어 했다.


그 안에 있으면 매우 행복할 거라며, 그때 느꼈던 냄새, 소리, 이미지들을 언젠가 모아 콘텐츠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 콘텐츠를 보는 누군가가 조금의 감동이라도 느끼면 좋겠다고 했다.


그 젊은이가 묘사하는 장면들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거기까지다.


(그래, 좋다 이거야. 아주 아름다워.)


코칭을 통해 인지한 것들을 잊지 않고 하나씩 실행하고 있었다.


원하는 근무 조건의 회사를 찾았고, 잘 적응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유럽에 정착하고 싶은 나라에 휴가를 내어 다녀왔다. 그리고 그 나라의 언어도 배우고 있었다. 비자 발급 절차도 알아보고 있었다. 재택근무 확인서를 회사에서 발행받아 제출하면 비자가 나온다는 간단한 절차라고 했다.


그래서 준비가 다 되었다며, 곧 출국하면 된다는 설명이었다.


(아이고 두야...)


신나 하는 그에게 일단 손뼉 치며 웃어 주었다.
미루지 않고 계속 전진하는 모습은 아름다우니까.


“잘하고 있었네요. 좋아요. 그런데 재택근무지 거리 제한이 얼마나 되죠?”


답을 못한다.


“그리고 지금 입사한 지 석 달 정도 됐다고 했죠? 거리 제한이 없다 하더라도, 확인서 요청 시점은
채 1년도 안 된 시점이겠네요. 흠. 제한이 없다 하더라도, 만약 상사가 흔쾌히 동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죠? 현지에서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돈이 없다면 얼마를 버틸 수 있나요? 지금 받는 월급의 몇 퍼센트를 저금하고 있어요?”


여전히 답을 못한다.

당황한 젊은이의 얼굴이다.


“코치님, 제가 코치님 개인 코치로 채용하면 안 될까요? 비용이 어떻게 되는지 여쭙고 싶어요.”


(응, 안 돼요!)


본인도 이 간단한 질문에 답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걸 인지하니, 다시 원점에서 생각해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젊은이님, 개인 코칭 안 해주렵니다.”


“왜… 왜요? 코칭해주세요. 많이 비싼가요?”


“제가 오늘 물어본 내용 숙제해 보세요. 그리고 회사랑 상사에게 협조를 구하려면 본인이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도요. 답이 나오고 진행하면서 논의할 사람이 필요하면 메시지 줘요. 꼭이요. 알겠죠?”


고개 숙여 인사하고 나갔다.


(아… 아름다운 젊은이여…)


*** 꿈은 클수록 좋다. 목표는 자세할수록 좋다.


*** 두 개는 다르다.
꿈에 다다르도록 해내야 하는 것들이 목표다.


우리의 젊은이는 목표를 해내야 한다. 시작했으니, 하나씩 도장 깨듯 하면 되지 뭐.
(옆에 있었다면 등짝 스매싱을 피할 수 없었을 거다. 화상이어서 행운이야.)


코칭 비용을 받고 안 받고는 내 마음이다.

우리 젊은이는 지금 많이 먹고, 많이 읽어야 하므로 코칭에 돈을 쓰는 것은 아직 이른 시점이다.
(나중에 그 젊은이가 늙은이가 되면 받아낼 거다.)


본인의 결정을 점검받고 싶어 한 점은 매우 높이 산다.

*** 좋은 일이 있을 때, 진정으로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 ‘나’였으니, 둘 다 칭찬한다.

*** 본인이 다 알아서 잘하는 것도 좋다.

그래도 함께 동행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잘 모시자. 복 받으실 겁니다.

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
목표는 더 진하게 응원합니다.


둘 다 잘하는 사람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낀 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학교 교육을 마치면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돈벌이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돈벌이의 중심, 바로 ‘회사’라는 조직 속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낀 자’는 회사라는 조직 안의 모든 구성원을 말합니다. 우리는 늘 조직의 구조 안에 끼어 있고,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문제와 문제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끼어 있는 건 알겠는데 어렵고 힘도 들지요.

그 안에서 웃고, 울고, 또 울고…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틀림없이 나아지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조금 편히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낀 자’에게 그 작은 조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그 응원이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일 수 있도록, 한 편 한 편 쓰고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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