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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엄마'를 데리고 왔을까?

거짓말하는 동료, 말 바꾸는 동료

by 오 코치


가는 왜 '엄마'를 데리고 왔을까?

거짓말하는 동료, 말 바꾸는 동료



조직 개편이 이루어지고 프로젝트 담당이 정해졌다. 규모가 큰 프로젝트는 그 안에서 세부 담당 업무가 정해졌다. 여기까지는 이례적이지 않았다.


그와 반년 동안 세션을 진행해 온 터라, 그의 전문적 영역에서의 노련함과 소통 능력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일을 해왔으니, 그 어디쯤에서 놀랄 만한 어려움도 있었고, 잘 그리고 우당탕탕 넘어온 이야기들도 들었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 본인의 우매함을 스스로 놀리기도 했다.


(같이 손뼉 치며 놀렸다. ㅎㅎㅎ 나는 더 멍청한 짓도 했다고…)


고객이 아니었다면, 비행기를 타야 하는 거리가 아니었다면, 가끔 커피 한 잔이라도 나누고 싶은 분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과거를 돌아보며 지금을 이야기했고, 또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도 나누었다.


프로젝트 협업 동료로 인해 지속적으로 거슬림이 있었고, 반응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적절하게 대응했고 조금 나아지는 듯했다.


“갑자기 미팅이 잡히더니, 참석하니 그가 본인의 상사와 함께 오더라고요. 둘이서 업데이트하고 의견 조율이 필요한 것들을 논의하는 미팅이었거든요.

그 팀장이 일을 이상하게 떠넘기려는 걸 상사가 알아차리고 바로잡아줬어요.

그런데 하는 말마다 조금씩 거짓말을 하거나 다르게 얘기하더라고요.

저는 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그 부분은 나중에 바로 잡자고만 하고 미팅을 끝냈어요.”


그 팀장은 거짓된 내용을 한 끗씩 틀어가며 말했고, 상사까지 불러 굳이 내용을 흩트렸다고 했다.


누구의 말이 진실이고 어느 정도 사실과 다른지는 알 수 없다.


“미팅 후 어떻게 하셨어요?”


“너무 화가 나서 마당에 나가 정신을 가다듬었어요.

조금 진정하고 제 상사에게 전화를 드려, 방금 일어난 일들을 설명했어요.

까먹지 않으려고 기록도 남겼죠.

그런데요, 코치님. 계속 거슬렸던 게요.

매번 뭔가 말을 다르게 하는 느낌이었는데, 너무 미세하게 틀어서 제가 바로 캐치하지 못한 것 같아요.

오늘은 그 미세한 방법을 증폭해서 하는 걸 보고 정말 당황했어요.

흥분할까 봐 물을 얼마나 마셔댔는지…”


(하아.)


가끔 정말 이상한 사람이 있다. 하지만 내가 그 상황을 직접 본 게 아니기에, 그 옆 팀장이 얼마나 이상한지를 이야기해 봤자 건설적인 답은 나오지 않는다.


“이상하다고 느끼실 만해요. 사실 여부를 떠나서, 조금씩 거짓말을 얹은 느낌을 받으셨다면요.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그 팀장님 나이가 어느 정도 되는지, 성별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30대 후반 정도로 알고 있어요. 남자예요.”


(아!)


“자, 그 팀장 이야기는 잠시 멈추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건데요. 한마디 드릴게요.”


그가 내 말을 기다린다.


(하. 정말. 이렇게까지 비유는 안 하고 싶지만, 꽂아야겠다!)


“그분, 무서워서 엄마 데리고 왔네요.”


네모로 힘이 바짝 들어간 그의 어깨가 처지며 등을 의자에 붙인다.


“하하하하하하. 코치님, 미쳐요.

아, 그렇네요. 그 팀장이 저를 좀 불편해하는데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엄마 데리고 온 거 맞네요. 근데 엄마가 편 안 들어줬네.

하하하하하.”


그가 그 팀장과 계속 일을 해온 장본인이니, 이 말이 어느 정도 맞았는지는 그만 알 터였다.
정확하게 맞는 모양!


“비유가 찰떡이에요. 하, 정말. 비겁하고 유치하네요. 코치님, 점집을 차리셔야 할 것 같아요. 하하하하.”


매우 심각하게 그 옆 팀장의 자잘한 태클에 대응해 온 터라, 대단한 실마리를 찾은 듯 허탈하게 웃는다.


“그냥 세 살짜리 아이 대하듯 해야겠어요. 아이와 싸울 수는 없잖아요.”


그는 빠르게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조용히 나지막이 나에게 물었다.


“코치님, 이번 일도 그렇고, 저번 스카우트 제의도 그렇고요. 어떤 의미를 담은 메시지가 자꾸 저를 건드리는 것 같아요. 지금 이 회사 너무 좋고, 연봉도 만족스럽고요. 상사도 너무 좋고요. 그런데요. 계속 정년까지 다니는 제 모습이 그려지지는 않아요.”


또다시 깨고 나오는 모습이었다.


“어린애랑 말다툼할 때가 아니네요. 제 지금과 다음 도약을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그때 숙제 주신 거 진지하게 안 했는데, 다음 세션에 해올게요. 흐… 어린애가 웬 말이냐고요…”


계속 되뇌며 웃음을 머금고 세션을 로그오프 했다.


*** 반칙을 하는 자와는 정식 매치를 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대응할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는 보호해야 합니다.


*** 거짓말과 개소리, 둘 다 나쁩니다. 개소리가 더 나쁩니다. 거짓말은 목적이라도 있지만, 개소리는 실체가 없습니다. 피해는 오롯이 상대의 몫이에요.


(조금 더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프랭크퍼트)


*** 거슬림으로 인해 알람이 울렸습니다. 코치로서 가장 즐거운 순간입니다. 같이 깹시다, 여러분.


좋은 사람과 좋은 책들과 놀아요. 훨씬 이롭습니다.



일루와.jpg ©Williams Oscar A.Z. All rights reserved.










‘낀 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학교 교육을 마치면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돈벌이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돈벌이의 중심, 바로 ‘회사’라는 조직 속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낀 자’는 회사라는 조직 안의 모든 구성원을 말합니다. 우리는 늘 조직의 구조 안에 끼어 있고,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문제와 문제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끼어 있는 건 알겠는데 어렵고 힘도 들지요.

그 안에서 웃고, 울고, 또 울고…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틀림없이 나아지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조금 편히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낀 자’에게 그 작은 조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그 응원이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일 수 있도록, 한 편 한 편 쓰고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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