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사전에 그런 말이 없어요.

소통과 불통, 그 사이 어디에선가 헤매고 있습니다.

by 오 코치







내 사전에 그런 말이 없어요.
소통과 불통, 그 사이 어디에선가 헤매고 있습니다.




“오늘 집중하고 싶은 어젠다가 무엇인가요?”


안부를 서로 확인한 후, 초점을 정확하게 맞추기 위해 주제를 정한다. 그리고 무엇을 얻어가고 싶은지까지 질문을 던진 채 세션을 시작한다.


(허헙)


“제가 응원하고, 조언해 주고, 잘 챙기는걸 참 잘해요.

그래서 누구라도 와서 얘기하면 격려를 아끼지 않아요.”


(다시, 헙)


“아. 그러시군요. 오늘 정리하고 싶은 내용이나 개선하고 싶은 내용을 알려주세요. 뚜렷하게 없더라도, 무엇을 얘기해야 하는지 정리하고 시작하면 챙겨 가는 게 있어요. 무엇을 애기해 볼까요?”


“두괄식으로 설명하는 것을 유념하고 있어요. 그리고 소통을 잘하고 싶고요. “


대답이 엇박자이긴 하지만, 일단 흐름을 따라간다. 내 질문이 외계어인 것을 알아들으라고 강요하는 것에는 의미가 없다. 내가 고객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다시 시도한다.


“소통을 잘한다… 소통을 잘한다는 것은 팀장님한테는 어떤 의미인가요?”


“아 제가 새로 맡은 팀이랑 프로젝트가 있는데요.

새로 하는 일이다 보니, 제가 대부분의 일 처리를 하고 있더라고요.

결과는 잘 나왔지만, 제가 일을 팀원들에게 지시했어야 했던 거 같아요. 끝나고 나니, 제가 너무 지쳤어요.”


“업무지시, 업무 분배를 소통이라고 생각하시는 거 맞나요?

그걸 잘하기 위해서 소통을 잘하고 싶다고 하시는 거죠? 이유가 궁금하네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질문에 대한 답이 둘러둘러 다른 편에서 나오니, 말이 자꾸 문어체로 표현되었다.


(아오오.)


“아. 왜냐면요. 제가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일 때, 누구라도 찾아오면 답을 줄 수 있고, 지혜로운 관점을 주고 싶어서요. 잘 알 고 있으니까 신뢰받을 수 있잖아요.”


(워. 워. 워.)


“팀원들에게 업무지시와 분배를 잘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팀원이 찾아오면, 그 당사자가 어떤 부분을 어려워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아시나요?”


“네, 그럼요 조언도 주고요, 응원도 많이 해줘요.”


(하…)


“그러셨군요. 팀원이 그냥 하소연하는 거였을까요?

조언이 필요했을까요?

아니면 리소스가 필요한 거였을까요?

정확하게 아시나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시작하는 팀장은 말이 없다.


잠시 멈췄다는 것은 좋은 신호다. 얼굴은 굳어 있었지만…


“몰라요. 그렇게 물어보시니까 정확하게 무엇을 필요로 했는지 모르네요…”



나는 오늘 질문을 했으나, 단 한 개의 답을 얻지 못했다.

오늘의 질문들을 다시 되짚어 본다.

문제 해결에 대한 고객의 의지와 준비가 되어 있었는지 확인을 했나?

확인했고, 하고 싶다고 했다.

고객의 대답은 여러 겹의 의미가 있으니, 한 번에 믿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바로 받아들였다.

알맹이가 없는 단어들의 나열인 것을 이미 알아챘는데도, 그렇게 했다.

거품에 미끄러졌다.

다음 세션에 짚고 가야 한다.


*** 제가 물은 질문의 의도를 말씀해 주세요. 왜 이 질문을 드렸을까요?


*** ㅇㅇㅇ을 하고 싶은 이유가 ㅇㅇㅇ 인가요? ㅇㅇㅇ인가요? 틀리면 답을 다시 말씀해 주세요.


*** 그 의도와 의미가 맞나요? 아까 언급한 ㅇㅇㅇ과 차이가 무엇인가요?


그의 사전에 있는 단어의 정의가 다르다.

그만의 사전에서는 다른 단어로 쓰이니, 다른 이들과 소통이 어려울 수 있다.


이 다름을 알아채는 것이 소통의 시작이다.


소통이 이렇게 어렵습니다.

본인 사전의 단어 정의를 정확하게 알고 계신 거죠, 여러분?

다르다면, 상대 사전의 단어 정의를 알고 계신 거죠, 여러분?


!!!

답답함 (출처, 내 사전) = 우울함을 느끼며, 도파민이 발생하지 않았다. 불통이 발생하여 시간의 쓸모 있음의 만족도가 절반 수준을 뜻한다. 단, 이 내용에서의 정의로 제한한다.



사전단어.jpg ©Williams Oscar A.Z. All rights reserved.






사람과 문제 사이, “낀 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 속에서
“생각 리터치”로 조금 다른 각도로 사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울고 웃으며 달려왔습니다.


지금은 프로 코치로서, 생각의 결을 다듬고 있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더 많은 “낀 자”에게 닿기를 소원합니다.


생각이 잠시 머무는 곳,


오코치 드림


#생각의_잔상 #오늘의_사유 #감정의_기술 #직장인_리셋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는 왜 '엄마'를 데리고 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