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요.
그대의 똑똑함을 아끼지 말아요.
제발요.
힝구.
인사부터 십여 분이 넘게, 숨도 쉬지 않고 말했다.
일주일 동안 있었던 크고 작은 부침에 대해 마냥 늘어놓았다.
오죽 신경질이 나면 저럴까, 이해가 너무 된다.
말하고 싶었던 내용을 거의 다 털어놓았는지 말하는 속도가 느려지고, 말끝이 흐려졌다.
“제가 또 저를 보지 않고, 남 얘기만 했어요, 코치님.”
웃어줄 수밖에 없다.
빨리 알아채는 게 다행이고, 고맙다.
회사생활을 하는 분들은 이해할 것이다.
일이 많은 건 어떻게든 해낸다.
하지만, 사람과 관계는 또 다른 차원의 난이도가 있다.
본인이 잘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어디서나 기분 좋지 않은 일들은 **‘총량의 법칙’**에 충실하게, 다양하게 연출된다.
(참, 속상해...)
일 잘한다고 자부심이 있고, 그렇게 인정도 받고 있는 나의 고객님, 김 부장님.
어김없이 난감한 일들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발생했다.
업무 누락이 생긴 것은 노련하게 잘 처리했다.
문제는 사람이었다.
협업을 꼼꼼하게 해야 하는 마케팅팀의 부장이 말썽이었다.
나의 고객이 해볼 수 있는 방법과 리소스들은 이미 투입할 만큼 다 투입했다.
“다 해서 거저 먹여줘도 일 처리가 안 돼요. 그 팀원들도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더라고요.
우리 팀원들은 또 무슨 죄예요. 병목이 생기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요.
마케팅팀 부장이 끌어안고만 있으니, 앞뒤 프로세스가 다 엉기고요.
그렇다고 윗선에 보고하자니, 이르는 것 같아서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어요.
제 상사가 지나가는 말로 ‘마케팅팀이랑 잘 돼가냐’고 물어보시긴 했는데,
망설이다가 대답을 그냥 대충 흐리멍덩하게 하고 지나갔어요.
그냥 해달라는 대로 해주면 되는데 왜 저럴까요?
매출도 우리가 책임지고, 마케팅할 수 있게 예산도 우리가 잘 책정해서 리딩해줬거든요.”
십여 분을 넘게 툴툴거렸지만, 분이 풀리지 않아 계속 말을 잇는다.
(오케이, 여기까지!)
“김 부장님, 말을 끊겠습니다. 호흡 조절 한 템포 깊게 하시고요. 잠시만요.”
꽥— 소리를 조금 높여 요청했다.
(친절하게 했음! 소리만 컸어요!)
“부장님!”
“네?”
“쉿, 말 쉿!”
스스로 검지손가락을 본인 입술에 세로로 가져가 세웠다.
(우리 러블리 김 부장님!)
“자, 밤새도록 부장님의 속 타는 이야기를 들어드릴까... 일초 생각했습니다.
그건 못 해 드리고요. 질문이요.”
익히 잘 안겠다는 듯 김 부장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장님이 다 해서 마케팅팀에 안을 만들어서 주셨다고 했잖아요. 누가 했어요?”
“제가 했죠. 영업 바빠서 우리 팀원들 시킬 수도 없고요. 업무 자체가 너무 다르니까 구체적으로 만들기 쉽지 않아요.”
“오, 부장님이 하셨구나. 아주 훌륭합니다. 부장님, 계속하세요.
마케팅 기획안 만들고 전달도 잘하시고요.- 그들의 일을 대신하거나 뺏으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네? 제 일이 아닌데요?”
“네, 그런데 이미 하고 계시잖아요. 초안 정도는 만들수 있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그리고 영업팀 수장이니, 필드에서 직접 주고받는 정보도 구체적이고 날것일 테고요.”
“흠…”
“흠? 다음 질문이요. 마케팅팀이 잘 펼칠 수 있는 기획안을 전달했다고 가정하고요.
그럼 막힌 부분이 어디예요?”
“그야 뭐, 끌어안고 있는 부장이죠.”
“그렇죠. 그 부장님이랑 무엇을 하셔야 일이 매끄럽게 진행되는지 아시죠?”
“흠… 네. 오랜 시간 같이 근무했으니, 대충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 같긴 해요.”
“부장님, 제가 부장님께 무엇을 해보시면 좋겠다고 말씀 드린건가요?”
“이미 했으니, 네가 더 해봐라. 그리고 마케팅팀장이랑 소통해 봐라.”
“네, 그랬죠. 제가 왜 그랬을까요?”
“그러게요. 왜 그러셨어요?... 흠... 흠...”
잠시 뜸을 들이더니, 본인도 만족스러운 답을 했다.
우리 러블리 김 부장님의 대답에 손뼉 쳐드렸다.
참 잘 아셔!
참 잘하셔!
입술이 도널드 덕처럼 나와서 툴툴거렸지만, 로그오프 할 때는 앵두입술이 돼서 웃으며 나가셨다.
오랜 시간 영업 업무를 해왔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본 마케팅 기획안은 본인에게도 흥미로웠다.
기술적인 부분까지 알지 못했지만, 콘셉트와 결과물은 영업에도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다.
불편하고 매끄럽지 않다고 외부의 탓이나 이유에 에너지와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러블리 김 부장님이 알아챘다. 선을 넘지 않고, 해보는 것이다.
(님아, 그 똑똑함을 하나에만 쓰기엔 너무 아깝잖아요!)
*** 제한적인 상황에 빠져 있기보다, 흥미로운 무언가를 해보는것이 좋다. 다양한 것을 해 보는 것이 좋다.
*** “남의 일까지 해야 하나요?” 남의 일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 본인에게 남을지는 계산해 보시길 바란다.
*** ‘남의 일’이라는 것은 그저 트리거일 뿐이다. 거슬린다면, 스스로에게 득이 되는 것을 찾아 해 보면 된다.
*** ‘온갖 이유’도 명분 좋은 핑계다. 그 이유를 넘어서는 근육을 만드을 만들어 보시는게 어떻겠는가.
*** 외부 탓은 그만, 그대 속을 들여다 보고, ‘나나 잘한다.’를 해 봅시다!
코치 말 들으면 자다가 떡 생길 수도 있어요.
귀찮으면 안 하셔도 됩니다.
그래도, 귀찮은 ‘진짜 이유’를 한 번 탐구해 보세요.
오늘도 저는 그대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문제 사이, “낀 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 속에서
“생각 리터치”로 조금 다른 각도로 사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울고 웃으며 달려왔습니다.
지금은 프로 코치로서, 생각의 결을 다듬고 있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더 많은 “낀 자”에게 닿기를 소원합니다.
생각이 잠시 머무는 곳,
오코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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