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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요. 바빠요. 바빠요.

이게 맞나요?

by 오 코치
바빠요. 바빠요 바빠요.
이게 맞나요?


대략 난감한 표정이다.


하 팀장은 얼마 전 팀장으로 승진했다. 팀원과 팀장의 역할 차이가 크다는 걸 몇 달째 실감하는 중이었다.

그는 오늘도 조직 체계와 업무 분담에 대해 한참을 설명했다.


(새내기 팀장님이니, 열심히 들어드린다…)


“그래서요. 그래가지고요. 그렇잖아도 많이 바쁜데, 그런 이유로 일정이 더 바빠요.
제가 그 팀원들이랑 일대일 미팅을 정기적으로 잡고, 기술적인 논의를 하려고요.”


뭔가 이상하다.
일정이 바빠서 어떤 문제가 생긴 건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일정 관리가 어려워서 효율을 높이는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건가요?
아니면, 제가 팀장님 이야기를 못 따라가는 걸까요?”


“아, 아니요. 제가 알고 싶은 건 그 팀원들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예요.”


“그 팀원들? 팀장님 팀 말고, 다른 팀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이야기인즉슨, 그 기술팀은 1팀과 2팀으로 나누어져 있고,
본인은 1팀, 옆팀은 2팀이라고 한다.

2팀 팀장이 전배를 가게 되어 자리가 비었고, 본인이 2팀 팀원들과 일대일 미팅을 잡는다는 것이다.


“지금 새로 맡은 팀도 합을 맞추는 중이라고 하셨는데, 2팀까지 관리하라고 지시받으신 건가요?”

대답이 없다. 멋쩍은 듯 웃었다.


(응? 노답? 왜 웃는 건가?)


“그게요. 제 상사가 그렇게 하라고 지시하신 적은 없어요.”


(잉? 답을 이해 못 하는 중…)


“상사가 지시하지 않았는데, 2팀 팀원들이랑 일대일을 진행하려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네. 그럼요. 팀은 달라도 우리는 한 회사에서 일하니까요. 다 같이 해야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온보딩도 해주고요. 그때까지는 제가 업무 견인을 하려고요.
우리는 모두 한 팀으로 협력해야죠.”


(아. 아아. 아아아.)


“그런 마인드 참 좋네요. 그런데 왜 아까 대답 못 하셨을까요? 멋쩍게 웃으신 것 같기도 하고요.”


“다 함께 도와야 하니까 하긴 할 건데요. 너무 바빠지는 것 같아서요.
그리고… 뭔가 이상한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어요.”


(으이그!)


“뭔가 이상하다는 건 느끼시는 거죠? 바빠지는 것도 그렇지만.”


“네. 이게 맞나 싶기도 하고요.”


“음. 제 추측이니까 틀리면 말씀 주세요.
2팀한테 일대일 하자고 하니까 그들이 좀 꺼리는 느낌 받으셨죠?
그리고 그 내용, 보스랑 얘기 안 하셨죠?”


“엇. 네. 어떻게 아셨어요?”


(아이고 팀장님. 제가 어떻게 아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고요!)


“제가 크리스털 수정 보는 점쟁이가 아니라,
팀장님 설명에 그 내용이 안 나왔으니까 알았죠.”


*** 새내기 팀장님들의 우당탕탕 신고식 같은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어렸을 때 이미 배웠습니다.

“모르면 선생님께 물어라.”
회사에서는 “보스에게 물어보세요.”


*** 좋은 의도라도, 타인에게는 욕망·야망·오지랖·간섭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냥 그렇습니다.


*** 협의, 합의, 공유가 이루어지는 게 조직입니다.
그렇게 해도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질 확률은 100%가 아닐 수 있어요.


*** “이렇게까지 복잡할 일인가요?”

네. 그래서 월급 받고 하시는 겁니다.


*** 이건 단계별 프로세스와
‘매니지 업(Manage Up)’ 스킬을 배우는 과정이에요.
상사와 논의하고, 필요한 소통을 한 후 도우세요.



하 팀장의 난감한 웃음의 이유가 참 좋습니다.
알람이 제대로 작동된 거니까요.
본인도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거죠.


이런 작은 엇박자를 느낄 때마다,
잠시만 멈추세요.


엇박자의 원인을 족집게처럼 집어내는 능력이 있다면
제가 손뼉 세게 쳐드리겠습니다!


오늘도 저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특별히, 하 팀장님 파이팅을 외쳐주세요, 여러분!



새내기 우당탕.jpg ©Williams Oscar A.Z. All rights reserved.






사람과 문제 사이, “낀 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 속에서
“생각 리터치”로 조금 다른 각도로 사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울고 웃으며 달려왔습니다.


지금은 프로 코치로서, 생각의 결을 다듬고 있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더 많은 “낀 자”에게 닿기를 소원합니다.


생각이 잠시 머무는 곳,

오코치 드림


#생각의_잔상 #오늘의_사유 #감정의_기술 #직장인_리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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