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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에게 마음을 들키는 순간

누가 누구를 속이겠어요...

by 오 코치
동료에게 마음을 들키는 순간
누가 누구를 속이겠어요…


“마케팅 팀장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이건 이렇게 해서 다음 주까지 부탁드릴게요.
그런데 혹시 다 못하실 것 같으면 내일까지 알려주세요.
외주 벤더 리스트에 얹으면 되니까요.’

일이 많다고 하니까, 일을 덜어줄 겸 배려해 준 거죠.”


일도 많고, 조직 개편까지 진행되는 중이라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래도 업무 지연은 없어야 하니,
본인이 어떻게 일을 처리했는지를 설명하는 중이었다.


“그러셨군요. 무엇이 고민되는 부분인가요?
오늘 어떤 결론을 얻고자 하시나요?”
점잖게 물었다.


“제가 업무를 도와주는데 마케팅 팀장이 퉁명하게 대답했어요.
협업이 잘 안 돼요. 저랑 상사가 같은 분인데, 이르고 싶어요.
저랑 협업 잘하라고 상사께 지시해 달라고 요청드리고 싶은데, 괜찮겠죠?”


“논의드리시면 될 것을 굳이 저에게 언급하시는 이유를 아시나요?”


“이유가 있는 건가요?”


“네. 다른 어젠다가 있는데 굳이 이 이야기를 먼저 꺼내셨으니,
이유가 있다고 보여요.
없으면 다음 주제로 넘어가도 돼요.”


젊잖게 설명했다.


이 팀장이 뽀로퉁하게 입술을 내밀었다.


“뭐가 거슬리신 건가요?”
다르게 물었다.


“아니… 그렇잖아요.
도와주는 건데 왜 퉁명하게 저한테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화딱지가 나네요.
그래서 제가 뭐라 하긴 싫어서 상사께 지시해 달라고 하고 싶은 거고요.”


“네, 상황은 이해했어요.
상사한테 그냥 그렇게 요청하시면 되는데,
저한테 굳이 언급하신 이유가 답의 열쇠로 보이네요.
왜 마케팅 팀장에게 화가 나신 걸까요?”


다르게 질문해도 답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맴돌았다.


“팀장님, 상사에게 보고해도 된다는 제 응원이 필요한 건가요?
만약 그렇다면, 그건 오늘은 안 됩니다.
이 상황에서 어떤 답을 찾고 계신 건가요?”


“모르겠어요. 그냥 답답하고, 억울해요.
저는 그냥 일이 되게 하려고 서포트하겠다고 했는데요.”


“정말 일이 되게 하려고만 하신 거 맞나요?
다른 건 없나요?”
조용히 물었다.


(행간에서 들리는 게 있었다고요!
말하라 오버! 나도 어지럽다고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


“모르죠. 뭐 잘못하셨어요?”


“일도 느리고, 결과물도 제대로 못 뽑는 것 같고.
그래서 플랜 B로 외주 벤더를 세팅해 놨어요.
물론 상사한테 승인받아서요. 그게 다인데요.”


“네,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입니다.
그걸 잘했다, 못했다를 묻는 건 아니에요.
다만 그 이면, 팀장님 마음에 대해 묻는 겁니다.
뭔가 반하는 게 있으니 화가 나는 거겠죠.”


그렇게 말하자 그의 풀이 죽었다.
스치듯 지나가는 생각이 있는 듯했고,
본인도 방금 그 찰나에 자신의 마음을 본 듯했다.


“무슨 생각하세요, 팀장님?”


그가 고개를 숙였다.


“코치님이 말씀해 주세요.
제가 든 생각이랑 같은 건지 들어보고 싶네요…”


(이그, 기 까지 죽을 건 아닌데.)


“스크래치 안 받겠다고 약속하시면 말씀드릴게요. 그리고 울지도 모르니까 휴지 준비하시고요.
어려운 건 꼭 저한테 하라고 하시고.
아, 정말 팀장님 밉습니다.”


말을 시작하기 전에,
일단 알아챈 것에 대해 손뼉을 쳐드렸다. 잘 한건 크게 축하해야 한다.

그렇게 하나씩 깨면서
진정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거니까요.


*** 포장은 했지만, 동료를 무시했다.
믿지 못했다.
상대의 값어치를 내리고, 독주하려는 마음이었다.

*** 의식하든 무의식하든 알고 있었을 것이다.
말과 행동에 드러나 있었다.
상대는 느낀다.

*** 일의 효율을 높이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진정성 있는 소통은 가능해야 한다.
기만에 척까지 더해지면,
곱게 전달될 리 없고,
결국 전달되지도 않는다.


***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부정적인 측면을 인정했다면,
이제부터는 소통을 ‘잘’ 해야 한다.


*** 일인칭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사실을 설명하고,
실행 방법과 원하는 결괏값을 이야기하라.

예를 들어 이렇게.


“제가 마음이 급해서 벤더에게 일을 시키려 했습니다.
사전에 꼼꼼히 상황을 공유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말씀드리며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다음엔 미리 논의하겠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외부 도움으로 진행하되,
진행 과정을 잘 공유드리겠습니다.
챙기지 못한 부분, 죄송합니다.”


***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 일인칭으로 말하세요.
그래야 상대가 방어기제를 올리지 않습니다.
목적은 ‘이기기’가 아니라
내 뜻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 외부 탓하지 않고 말하기는
처음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매일 연습하면 조금씩 달라집니다.

저도 7년 차인데, 아직 종종 엇박자 납니다.


그럴수록 말을 줄이고, 천천히.
그러면 나아집니다.


그래도 어렵습니다.
그래도 합니다.


지금은, 처음보다는 아주 잘합니다.


매일 연습!
하실 거죠?


응원합니다.




소심.jpg ©Williams Oscar A.Z. All rights reserved.







사람과 문제 사이, “낀 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 속에서
“생각 리터치”로 조금 다른 각도로 사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울고 웃으며 달려왔습니다.


지금은 프로 코치로서, 생각의 결을 다듬고 있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더 많은 “낀 자”에게 닿기를 소원합니다.


생각이 잠시 머무는 곳,

오코치 드림


#생각의_잔상 #오늘의_사유 #감정의_기술 #직장인_리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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