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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은 짝사랑을 더 많이 한다.

무시와 존중 사이

by 오 코치
‘존중’은 짝사랑을 더 많이 한다.
무시와 존중사이




“저는 미팅에서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싫어요.
디테일을 보지 못하고 섬세하지 않은 사람들이 싫어요.
효율이 더 나은 방법이 있는데 하던 대로만 하려는 사람이 싫어요.
결정을 미루는 사람이 싫어요.
일 못하는 사람이 싫어요.”


세션마다 토로하는 불만이 상황과 사람만 다를 뿐이었다.
각각의 상황에 맞게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장애물을 인지하고, 필요한 리소스를 투입해 조금 더 나은 실행 방법을 찾아가면서 부침이 덜해지나 싶었다.


세션을 지속적으로 주기적으로 진행하는데도 도돌이표 같은 그의 불평의 농도는 옅어지지 않았다.
이 상황이 거슬렸다. *‘고객이 꺼려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 빨간불 경고다.


즐겁고 경쾌한 세션들이 이어진다 싶으면 어김없이 발생한다.
(아 정말. 어긋남이 없는 총량의 법칙! 우씨.)


(뭐가 문제지!!!)


불평을 할 때 그는 전투적이었다. 문제를 인지하고 어느 정도 성찰이 시작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불투명한 것들을 한 겹씩 벗겨가며 부침이 덜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매우 불쾌해했다.


(화가 아닌데… 아 뭐냐고!!!)


효율성과 소통 이면의 다른 무언가가 있음을 오늘 그의 태도가 손짓하고 있었다.
디테일에 대해 질문하면 그는 분노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할 것이었다.


“잠시만요. 문제에 대한 디테일은 잠시 멈출게요.
다른 이면의 것을 짚고 가려하는데 괜찮지요?”


동의를 구하고자 묻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겠다는 친절한 통보다.


“아, 네네. 어떤 것을 짚고 가야 하는 거죠?”


“지금까지 얘기한 이슈들은 어느 정도 잘 풀어가시는 걸로 보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선명하게 정의하고 싶은 게 있어요.
불통을 원활하게 하고, 효율적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등등하셨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이에요.
상황 설명을 하실 때요. 목적에 다다랐음에도 불구하고요. 이유가 뭔가요?”


“제가요?”


“네.”


“본인만의 표정이 있어요. 만족하고 기분이 괜찮을 때의 표정과, 그 반대의 표정이요.
저는 말씀하실 때, 제 눈으로 보이는 광경이니까 인지되는 모습입니다.
해결하고 싶은 대로 해결해 나가고 있는데, 그에 비례한 표정이 아니에요.
이유를 펼쳐야 할 것 같습니다. 통일감 있게요. 기분과 상황과.”


“저는 제가 그런지 몰랐어요.”


(그러니까, 알아야죠. 찜찜하잖아요. 매치가 안 되면요…ㅠㅠ)


“추상적일 수 있으니, 옵션을 드릴까요?”


“네. 저는 전혀 이유를 모르겠어요.
제가 그렇게 화를 내고 있는지도 몰랐어요.
매치가 안 되고 있는 것도 몰랐고요.”


그럴 수 있다.

본인의 표정을 본인이 항상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니 말이다.


*** 말 많은 게 싫다
→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에 민감하다고 생각했다.
진짜 이유: 자신의 시간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 디테일을 모르고 섬세하지 않은 점
→ 무지함과 무식함에 화가 난다고 생각했다.
진짜 이유: 자신의 노력과 수고를 알아주지 않아서였다.


*** 더 나은 방법을 선택하지 않을 때
→ 독단적 행동에 화가 난다고 생각했다.
진짜 이유: 자신의 의견을 묻지도, 듣지도 않는 무시였다.


*** 결정을 미루는 게 싫을 때
→ 효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진짜 이유: 자신의 전문성 있는 제안이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 일 못하는 사람이 싫을 때
→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진짜 이유: 본인의 좁은 관점과 시야 때문이었다.


*** 위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단어는 **‘존중’**이다.


상황과 이슈가 무엇이든, 그는 ‘존중받고 있다’는 확신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확신을 얻기 위해 애써왔다.

결과가 좋아도, 의견을 내도, 존중의 용량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다.


‘존중’을 사 올 수 있다면 대가를 치르겠지만, 그럴 수 없다.
(Respect can only be earned, not given or forced.)


무시와 존중.


무시를 하면 존중이 없고,
존중하면 무시가 없다.


이를 어쩌랴.


그냥 ‘존중이 짝사랑을 더 많이 하는 걸로’ 일단은 정리한다.


*** 결과가 좋은데도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 이유를 들여다본다.
우리, 그거까지는 해봅시다.


저도 오늘 들여다보는 중입니다.
뭔가 시원찮은데, 이유를 모르겠어서요.


응원합니다.




뭐.jpg ©Williams Oscar A.Z. All rights reserved.







사람과 문제 사이, “낀 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 속에서
“생각 리터치”로 조금 다른 각도로 사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울고 웃으며 달려왔습니다.


지금은 프로 코치로서, 생각의 결을 다듬고 있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더 많은 “낀 자”에게 닿기를 소원합니다.


생각이 잠시 머무는 곳,

오코치 드림


#생각의_잔상 #오늘의_사유 #감정의_기술 #직장인_리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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