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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그날

닿지 않는 고객을 만난 날

by 오 코치
오늘이 그날
닿지 않는 고객을 만난 날




하아.
말이 많았다.
말만 많았다.


“이런 곳에 이런 걸 만들어서, 이런 사람들을 모아서, 이런 걸 하고 싶어요.
그래서 이걸 해야 하는데, 이것 때문에 생각했던 그것이 안 되고 있어요.
지금은 이래도 때가 되면 되겠죠? 아직은 그때가 아니니까요.”


무슨 말을 하는지 정말 알아듣고 싶어서, 받아 적어 봤다.
역시나 잘 모르겠어서 문장을 고쳐 확인했다.


“아, 그래서 지금은 여러 이유와 상황 때문에 아무것도 실행하지 못하고 계시다는 거죠? 하고 싶은 건 있으시지만요?”


“네.. 맞아요, 코치님.”


“그렇죠.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을 때도 있죠.”


달아날 것 같은 정신을 붙잡아 매고, 기본 질문 모드로 기어를 바꾸었다.
목적의식이나 의미에 대해 묻다가 자칫 ‘거품기’ 안에 빠질 뻔했다.


“하고 싶은 것을 이루기 위해 하루에 딱 하나만 루틴으로 정한다면, 무엇을 하시겠어요?”


“딱 하나요? 흠… 지금은 너무 바빠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잘 때까지 잠시의 짬도 없거든요.”


‘종료 3분 전, 곧 종료 예정입니다.’라는 알림 창이 떴다.


(Save by the bell.)


코치를 하며 다양한 국가, 인종, 직급, 나이의 고객들을 만났다.

유난히 당황함을 불러일으키는 고객을 만날 때도 있다. 근래에 조금 더 그 양이 많다.

코칭 공부를 시작할 때 배웠던 분류가 있다.
Coachable과 Non-Coachable.

그런데 수년을 해보니 하나가 더 있다.
Non-Approachable.


고객이 귀를 닫고, 입만 열려 있을 때 코치가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다.
아무리 스킬과 마음을 다 써도 닿지 않는다.


이럴 때 내가 하는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고객의 귀가 열리는 날이 빨리 오기를 조용히 기도하는 것.
다른 하나는, ‘무엇이 나를 거슬리게 했는가’를 들여다보는 것.


(그래서, 닿지 않는 고객이 싫어요.
내가 또 나를 들여다봐야 하잖아요! 아, 힘들어!!!)


들여다보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하루 1분도 쓰지 않는 태도’가 답답했던 거다.

일분의 수고스러움도 하지 않고, 무언가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그 태도에 답답함을 느꼈다.


***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 오늘 해야 할 루틴 중 빠진 것이 없는지 확인합니다.
글쓰기 마감 시간을 지킵니다. 조금 여유를 두었지만, 결국 책상 앞으로 갑니다.


*** 컨디션이 최고는 아니지만, 거기에 집중하지 않고 **‘마음을 곱게 쓰는 일’**을 상기합니다.


*** ‘쟤는 왜 저래’ 하지 않습니다.
찰나에 그렇게 되었더라도, 빠르게 멈춥니다.


*** 보물을 만들 구슬을 못 찾는 날에는, 예쁘게 생긴 돌멩이라도 줍습니다.
나중에 문진으로 쓸 겁니다.


*** 한 땀, 한 땀입니다.
그 한 땀을 하는 자와 하지 않는 자 중에, 저는 한 땀을 하는 자로 삽니다.


*** 다시 기억합니다. 한 땀, 한 땀입니다.


구슬과 돌멩이를 모으고 쌓는 그대를 응원합니다.
함께 해요, 여러분.




그날.jpg ©Williams Oscar A.Z. All rights reserved.






사람과 문제 사이, “낀 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 속에서
“생각 리터치”로 조금 다른 각도로 사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울고 웃으며 달려왔습니다.


지금은 프로 코치로서, 생각의 결을 다듬고 있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더 많은 “낀 자”에게 닿기를 소원합니다.


생각이 잠시 머무는 곳,

오코치 드림


#생각의_잔상 #오늘의_사유 #감정의_기술 #직장인_리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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