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을 만들어내는 시간
'표리불일'을 다시 읽다.
대답을 만들어내는 시간
“제가 생각이 깊지 않아서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것을 물어보셨어요.
제가 말이 적어요.”
그는 자신의 상사와 1:1 미팅에서 답을 하지 못한 일을 이야기했다.
소극적이거나 망설이는 말투는 아니었다.
마치 생각이 없는 것처럼, 무게감이 없는 말도 아니었다. 말의 내용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표정엔 찡그림도, 당황도 없었다.
준비되지 않은 허둥거림도 보이지 않았다.
답의 느낌과 그의 모습은 어딘가 어긋나 보였다.
(표현하려는 것과 반대로 말하는 습관이 있는 걸까? 이 표리불일, 뭔가 이상하다.)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말해 줄 수 있나요?”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네. 상사가 질문을 하셨어요. 업무 업데이트 중이었는데, 잠시 말을 끊으시더니 ‘이 일을 하는 이유가 뭘까? 본인은 정말 뭐가 하고 싶어요? 잘하는 게 뭐예요? 꿈은 뭐예요?’라고 물으셨어요. 질문 자체가 어렵기도 했고,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막막해서 ‘생각이 깊지 않다’,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어요…”
그는 천천히 말했다.
“상사와 이런 미팅을 자주 하나요?”
“자주는 아니에요. 비슷한 질문은 가끔 하세요. 물어볼 때마다 어떻게 답해야 할지 난감해요. 정리된 생각이 아니라서요. 그리고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저도 잘 몰라요.”
“그랬군요. 좋은 질문들을 해 주셨네요.
자, 여러 가지 주제가 들려요.
소통 관련 세션을 원했고요.
상사의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건 제안인데요, 질문에 답하는 것이 왜 어려웠는지도 얘기해 보면 좋겠습니다.
그 이유가 지금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들의 열쇠일 것 같아요.
어떤 것부터 얘기하고 싶으신가요?”
후훗.
그는 하나씩, 본인이 원하는 순서를 골라 질문에 답했다.
질문 하나에 답 하나.
시간을 들여 생각했고, 생각을 잘 전달할 단어를 고르는 모습이 정성스러웠다.
천천히 말하는 것에 대한 양해도 구했다.
뜻이 잘 전달되는지 확인하려고, 내가 다시 설명하게 했다.
스스로를 ‘소심하고 느리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무리한 겸손이었다.
그는 배려 깊고 신중했다.
강점으로 가는 갈림길에 잠깐 턱이 높은 길을 만나 고개를 들어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
팀원을 관리하는 모든 팀장님들 또는 선배님들께 소리 높여 말씀드리고 싶다.
한 번에 하나씩 탐구하게 해 주세요.
잘 물어보면 잘 대답해요.
우리의 후배님들은 대부분 우리보다 똑똑해요.
다만, 혼자 자란 경우가 많아 따라 할 본보기가 많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팀장님께 묻습니다. 바로 대답이 해… 보시라..
일 하는 이유와 목적은 무엇인가?
꿈은 뭐였고 왜 그 꿈을 이루고 싶었는가?
이루었다면 정말 꿈꾸던 대로였는가?
이루지 못했다면 어떤 이유가 무엇이며, 아직 그 과정 중인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잘하면 무엇을 느끼는가?
한 번에 물어보니까 정신없죠?... ^^
저요?
저는 여러분이랑 이런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되지 않았습니까.
여러분보다는 조금은 선명한 답을 할 수 있을 겁니다. ^ ^
제가 팀장이었을 때….
는….
묻지 마세요… (흑역사는 당연히 있습니다.)
지금 팀장인 여러분이 더 똑똑하게 잘하고 계실 확률이 높습니다.
후배가 더 똑똑하다고 말씀 드렸…. ^^
***
모두 다들 살아내는 중이니,
강 약 중간 약을 적절하게 균형 잡아 살아 봅시다.
균형을 제일 잘 잡는 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오. 뚝. 이.
(카레 만드는데 말고요.)
묵직한 추가 중심을 잘 잡아줘서
매일 누가 건드려도,
바로 잘 서요.
흔들흔들. 저도 매일 흔들립니다.
오뚝이를 닮으면 좋습니다.
여러분도 잘 만들어진 오뚝이 닮아보세요.!
응원합니다.
***
Dear, 글을 읽어주시는 당신;
제 생각을 표면으로 끌어올린 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허공에 대고 혼자 떠들어도 글을 지어보겠다…
호기롭게 큰소리는 팡팡 치고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그렇다 해도,
당신의 발자국이 없다면
소심함 어깨가 자꾸 말려들겠지요.
당신의 발자국이 반갑고 고마워서 저도 흔적을 남겨봅니다.
고맙습니다.
종로에서 오코치 드림.
사람과 문제 사이, “낀 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 속에서
“생각 리터치”로 조금 다른 각도로 사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울고 웃으며 달려왔습니다.
지금은 프로 코치로서, 생각의 결을 다듬고 있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더 많은 “낀 자”에게 닿기를 소원합니다.
생각이 잠시 머무는 곳,
오코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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