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일

울어봤자 소용없어

by 몽상가 J
다케오가 내 곁에서 없어진다. 그것이 사실의 전부였다. 나는, 내가 어느 정도 상처받았는지 모른다. 한 번은 붙잡았다. 다케오가 없으면 안돼,라고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당당하게 말했다. 내가 진정으로 부탁하는 일은 다케오가 들어주지 않을 리 없었다. 지금까지는.

- 에쿠니 가오리 <낙하하는 저녁> 中


5살 때였나.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살려보자면.

백화점에서 인형을 사 달라고 조르다가 팔이 빠져서 죽을 만큼 아팠던 적이 있었다. 단호하다 못해 완강한 엄마의 이끌림에 나도 버틸 만큼 버텨보자며 젖 먹던 힘까지 써보았지만 결론은 어린아이의 대성통곡. 세상이 떠나갈 듯 울고 불고 난리를 쳤는데 의사 선생님이 내 팔을 뚝딱하며 어루만지자 놀랍게도 3초 만에 아픔이 사라져버렸다. 어린아이는 기적을 경험하자 이미 흘러내린 눈물이 턱 끝에 닿기도 전에 울음을 멈춰버렸다.


아주 어릴 때, 이미 나는 깨달았다. 눈물을 흘리면서 애원해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걸. K가 이별을 이야기하던 순간에도 나는 눈물을 흘리며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K는,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라고 답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서 두 눈을 질끈 감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자꾸만 슬픈 생각이 엄습해 온다. K가 내게 해주었던 말들, 나를 사랑해주던 순간들이 하염없이 떠올라서 그 생각들이 스칠 때마다 눈물이 차오름은 막을 수 없었다.






내가 당신에게 했던 말, 전부. 단 하나도 진심이 담기지 않은 말은 없었어요.


뭐가 옳고 그른지 그건 모르겠어요.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해봐도 그때의 내 눈물은 진심이었고 아직도 난 그때의 당신이 옳지 않았다고 여기기에 이 모든 게 당신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나는 점점 마음의 문을 닫고 있고 앞으로 내가 당신이 아닌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어요.


빈 천장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그런 생각을 했어요. 더 이상 심장이 뛰지 않으면, 그 누군가가 내 품을 파고든다 해도 이 심장이 뛰지 않으면 어쩌나. 뛰지 않으면.


당신이라면 가능할까요? 당신이라면, 내 심장을 뛰게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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