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추억 사이

단 하나도 잊을 수 없어요

by 몽상가 J
“네가 뭘 해야 좋을지 나도 모르지만, 네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좀 알지.”
“그게 뭔데요?”
“미안해하지 않는 거야.”
“왜요?”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네.”
“흔치 않은 일이니까.......”
“........”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
“............”

- 김애란, <두근 두근 내 인생> 中



그 길.

K의 손을 잡고 걸었던 그 길.


그 곳.

K의 시선을 마주하며 수다쟁이처럼 이야기를 주고받던 그 곳.


그 사람.

K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그리고 나보다 더 K를 잘 알던 그 사람.


그 노래.

마지막이 될 우리 두 사람이 함께했던 그 장소에서 울려 퍼졌던 그 노래.



하루에도 열두 번씩 K와의 추억이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다. K를 미워할 이유들을 끊임없이 나열하며 미련을 떨쳐내려 애써도 ‘그래도 좋아.’라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내 다짐들은 부질없는 공상처럼 무너져 내렸다. K에게 닿아야 하는 이 마음이 갈 곳을 잃고 온전히 닿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 듯했다.


한참을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잠잠한 기운에 익숙해져 갈 때면 어김없이 K를 떠올리게 하는 무언가가 내 앞을 가로막아 세웠다. 마치 ‘넌 나를 잊을 수 없어.’라며 어디선가 K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몇 번의 반복 끝에 누군가의 앞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다. 왜 우냐고 묻는 말에 대답조차 할 수 없는 사소한 이유에서 시작된 눈물이었지만 내면의 슬픔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져만 갔다.


“뚝 그치지 않으면 집에 갈 거다.”


K는 내가 우는 걸 가장 싫어했다. 씨알도 먹히지 않는 협박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K는 엄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따뜻하게 안아주며 내 눈물이 멈출 때를 얌전히 기다려주었다. 왜 우냐고, 울지 말라고 다그치지 않았다. K처럼 다정하게 내 눈물을 마음으로 받아주던 이는 없었다.






나는 아주 사소한 이유 때문에 당신을 떠올렸어요.

그 사소함에 숨이 넘어갈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요.


당신이란 사람을 어떻게 잊어요.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는데.

매거진의 이전글어쩔 수 없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