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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상가 J Aug 05. 2018

잠수 이별

마지막 인사는 최소한의 예의다.


'요즘 애들은.'

나는 이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이 말을 듣는 입장이었을 때는

꼰대들의 잔소리처럼 들리는 그 말이 참 듣기 싫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개념 없는 애들과 동종 부류로 취급받는 게 무척이나 불쾌했다.


이 말을 하는 입장이 된 지금은

어린 친구들의 이해하기 힘든 언행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도 모르게 내뱉곤 한다.

하지만 스스로가 이 표현을 사용하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 아차! 하고 후회한다.


요즘 애들의 가장 이해하기 힘든 행동 중 하나는 이별의 형태인데,

그중 최고는 '잠수 이별'이다.


잠수 이별은

말 그대로 갑자기 연락을 끊고 사라지는 스타일의 이별 방식인데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연하와 썸을 타다가 잠수 이별을 당했던 적이 있다.


싫으면 싫다,

너의 이런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우리 정리하자 등

할 말이 있으면 하고 깔끔하게 끝을 내면 될 텐데

흐지부지하다가 연락두절!

메시지도 씹고 전화도 씹는다.


다른 사람이 생겼다거나

썸이니까 관계의 깊이를 아주 얕보았다거나

좋아하던 마음이 급히 식었는데 귀찮으니까 '에라 모르겠다' 심정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어디 한번 골탕 좀 먹어봐라' 하는 못된 심보인 건가?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잠수 이별을 하거나, 당한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어쩌면 잠수 이별이라는 것이

요즘 애들에게는 '그럴 수도 있는 하나의 문화' 같은 걸지도 모르겠다.


잡지를 보다가

최악의 이별 방법 중 문자로 이별을 고하는 방법이 1위를 차지한 걸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잠수 이별 앞에서 문자 이별은 아주 개념 있는 행동이 되어 버린다.

솔직히, 잠수 타는 거 너무 책임감 없는 거잖아.


하루를 만나도,  

한 달을 만나도,

일 년을 만나도.

아주 조금의 정이라도 오간 사이라면

서로에게 마지막 인사는 최소한의 예의다.


나는 정말이지,

요즘 애들을 이해하기가 점점 버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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