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방식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

by 몽상가 J
여자에게 하는 말이 너무 짧아 무언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더 보탤 단어들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 말들은 거짓이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너무 잔인한 진실도 안 되었다.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면, 나는 그렇게 할 거야, 같은 말들.

- 장강명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中 -



K는 문자를 참 간결하게 보내는 사람이었다. 사랑한다, 보고 싶다, 안고 싶다 등. K는 언제나 자신의 감정을 보태거나 꾸미지 않았고 그저 적확하게 표현할 줄 알았다. 군더더기 없는 K의 표현이 가끔은 너무 단출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조금만 더 적극적일 수는 없을까. 좋아하는 말을 예쁘게 포장해서 낯간지럽게 할 수는 없을까. 안 해줄 걸 알면서도 언제나 기대하고 기다리는 건 내 쪽이었다.


그렇다고 K가 애교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차갑고 낯선 느낌을 시종일관 유지했지만 돌아서서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다정함이 가득했다. 우리는 비밀연애를 했기에 많은 사람들 속에서 둘 만의 신호를 보내고, 눈빛과 제스처를 이용해 감정을 전달해야 했다. 들키지 않는 것이 관건이었고, 그럼에도 한편으론 스릴을 만끽했다.


"그만 좋아해야 되는데 자꾸 좋아지네."

"그럼 안돼요?"


그러다가도 K는 불쑥 튀어나오는 마음속 이야기를 하곤 했다. 너무 많이 좋아하게 되면 나에게 집착하게 될 것 같다고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 난 아무렴 상관없다고 대답했고, 그럴 때마다 K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걱정 어린 말투로,


“내가 집착하기 시작하면 넌 아무 데도 갈 수가 없어. 그게 얼마나 피곤한 일인데.”


라며 나를 다독였다. K가 나에게 집착하는 게 왜 피곤한 일인지 이해하지 못했던 나는 눈살을 찡그리며 입술을 내밀어 보였다. 일종의 반항이었다.





나는 당신이 나를 더 좋아해 주길 바랐어요.

내가 당신 품에 옴짝달싹하지 못하도록 묶여있다 한들 당신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보다야 나으니까.


헤어짐에 익숙해지는 순간에도 아무런 설명 없이 ‘보고 싶다’는 네 글자가 담긴 당신의 문자가 정말 그리웠어요. 그때는 참 많이 서운했었는데... 지금 내 마음이 그래요. 당신이 정말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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