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과 다시 시작하게 해주세요.
누군가를 보고 싶다고 계속 생각하면 언젠가는 틀림없이 다시 만날 수 있어요.
- 무라카미 하루키 <여자 없는 남자들 – 사랑하는 잠자> 中 -
우리는 버스를 타고 서울 시내를 빙글빙글 돌아다니는 데이트를 즐겼다. 제일 뒷좌석에 앉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며 스킨십을 했고, 단 둘이 앉을 수 있는 좌석에 꼭 붙어 앉아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었다. 늦은 저녁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가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인지할 수 없을 만큼 그 순간이 행복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터널이 나오면 우리는 동시에 숨을 참았다.
"터널 안에서 숨을 참고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대."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K와 나는 모든 터널을 지날 때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숨을 참았다. 긴 터널을 지나면서 숨을 참다가 얼굴이 새하얘진 적도 있었고, 힘들게 숨을 참다가 소원비는 걸 깜박했던 적도 있었다. 터널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K는 항상 물어왔다.
"무슨 소원 빌었어?"
그러나 나는 소원이 달아날 것 같다며 언제나 비밀이라고 입을 꾹 다물었다. K는 대답해주지 않는 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물어왔다. K에게는 끝끝내 이야기하지 않았던 내 소원의 내용은 언제나 동일했다. '서로를 더 많이 사랑하게 해주세요.'
지금도 나는 터널 속을 지날 때면 남 몰래 숨을 참고 소원을 빌어요. 당신을 만나 다시 시작하게 해 달라고.
내가 빌었던 소원들이 이루어지지 않는 걸 보니 아무 소용없는 짓인가 봐요.
그런데 왜 나는 당신에게 한 번도 묻지 않았을까요? 당신은 터널 속에서 무슨 소원을 빌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