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적 이미지

손을 잡고 걷고 싶어요

by 몽상가 J
우린 어떻게 되는 거지?

우린 사라지는 거야, 영원히. 하지만 두려워하지 마. 네가 나를 기억했듯이 누군가 너를 기억한다면 그것은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 천명관 <고래> 中 -


K는 대화를 할 때 앞머리를 옆으로 쓸어 올리는 버릇이 있었다. 그건 무의식 중에 이루어지는 반복적인 행동이었다. 나는 K가 하는 행동 중 예쁜 손가락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는 걸 가장 좋아했다. K의 손가락은 하얗고, 길었고, 예뻤다. 문득 내 시야에 K의 예쁜 손가락이 가득 들어오면 나는 뜬금없이 손바닥을 내밀었다. 내 손바닥 위에 K의 손을 올려달라는 제스처였다. 자신을 강아지 취급한다며 실소를 터트리기도 했지만 시큰둥한 말과는 달리 K는 선심 쓰듯 자신의 손을 내밀어주었다.


K의 손을 만지작거릴 때마다 나는 신기하고도 감사했다. ‘이 사람이 정말 내 사람이라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K가 내 사람이라는 게 신기할 때마다 나는 우두커니 K를 바라보았다. 그럼 K도 예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자주, 앞머리 쓸어 넘기는 거 알아요?”

“내가? 내가 그랬어?”


토끼처럼 놀란 눈을 하는 K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순간적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하면 K는 쉽게 허락해주지 않았다. 머리를 쓰다듬는 행위는 K가 나에게 하는 일방적인 스킨십에 가까웠다. 가끔 왜 만지지 못하게 하느냐고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그래 봤자 K는 내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은 감히 넘볼 수도 없는 내 사람.





당신이 내 손을 잡고 손가락 마디마디를 어루만져주면 난 그게 정말 좋았어요. 내가 정말 사랑받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손을 잡고 걷다가 내가 당신 손바닥을 간질여서 화났던 날 기억해요? 당신이 간지럽다고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내가 멈추지 않았잖아요. 그 날 나는 당신이 진짜 화가 난 줄 알고 엄청 마음 졸이고 있었어요.


'혹시나, 정말로 화가 나서 달아나버리면 어떡하지?'

그때 나는 당신을 잃게 될까 봐, 다시는 예쁜 그 손을 마주 잡지 못할까 봐, 진심으로 두려웠어요.


지금도 나는 그래요. 당신의 손을 잡고 싶어요.

그리고 그 손을 잡고 걷고 싶어요, 내가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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