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떨림이 아직도 느껴져요
처음 만났을 때 내게 해줬던 바로 그 말을 그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잊지 못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누굴 좋아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될 수는 없다고.
- 이석원 <실내인간> 中 -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데이트를 했지만, 우리 두 사람의 추억이 담긴 아지트는 따로 있었다. K와 나는 그 곳에서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쇼핑을 하고, 벤치에 앉아 캔맥주를 마시며 수다 떠는 걸 좋아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했고, K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기도 했다. 그리고 K는 내 무릎 위에 누워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K의 시선이 닿는 것만으로도 묘한 설렘을 만끽했다. 그러다가 시폰 케이크처럼 폭신 거리는 입술로 입맞춤을 해주던 K의 입술에서는 언제나 딸기 향이 났다. 맥주를 마실 때마다 딸기 맛 막대 사탕을 물고 있던 나 때문이었다.
K와의 입맞춤을 하고 나면 언제나 우리의 처음이 생각났다. 새벽 5시, 속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들어선 술집의 영업시간이 끝날 때까지 K와 나는 술을 마셨다. 내 앞에 놓인 술잔으로 자꾸만 기울어지는 술병 때문에 조금씩 취해갈 때쯤 K는 술병에 든 모든 술을 물 통에 부어버렸다.
"그만 마셔."
마지막 손님으로 가게를 나서던 순간, K는 나를 꼭 끌어안아주었다. 갑작스러운 K의 행동에 당황했지만 따뜻했던 품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건물을 나와 잠시 계단에 걸터앉은 K와 나는 우리 두 사람의 공식 게임인 향수 맞히기 게임을 시작했다. K가 제안한 벌칙은 입맞춤이었다.
"그 날 내가 뽀뽀 안 해주면 어떻게 하려고 했어요? 피했으면?"
"해줄 줄 알았어."
나는 독한 술기운 때문인지 K의 계략에 홀린 건지, 도무지 어떤 향수를 뿌리고 나왔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결국 그 게임에서 진 패배자는 나였고 K는 사랑을 갈구하는 눈망울로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입맞춤을 하기 위해 K의 볼을 매만지던 그 찰나의 순간. 나는 그때를 회상하며 K와 함께했던 시간 동안 가장 떨렸던 순간이었음을 수차례 고백했다.
가끔씩 그 장소를 지날 때마다 당신 생각이 나요. 이미 날이 밝아오던 그때. 그때의 떨림이 아직도 느껴져요.
몸을 가누지 못하는 척 휘청거리던 당신도 기억나요.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헤어지고 싶지 않았어요. 1분 1초도 당신이랑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어.
우리의 시작은 아주 자연스러웠는데. 그때는 정말 몰랐어요. 우리가 헤어지고 난 뒤 내가 당신 때문에 이토록 힘들어하게 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