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먹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면 특정 맛을 지닌 음식이 당긴다고 한다. 그건 신체적 허기가 아닌 감정적 허기를 느끼는 거라고 했다. 감정적 허기라는 표현이 굉장히 와닿았다. 가끔 기분에 따라 당기는 음식이 있지 않던가?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도, 비슷할 수도 있지만.
예를 들어, 애정결핍이 생겼을 때는 초콜릿이나 단맛이 당긴다고 하는데 초콜릿 속에는 사랑을 느낄 때 분비되는 '페닐에틸아민'이라는 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배신을 당하거나 질투심이 폭발할 때는 씹는 식감과 소리까지 바삭한 과자, 기름지고 느끼하며 미끈미끈한 음식이 당기는 건 일상에 부드러움과 즐거움이 필요하다는 신호라고. 그리고 모두가 알겠지만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는 매운 음식이 당기는데 이는 매운 음식이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시켜 몸의 열기와 땀을 배출시킴으로써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재밌는 건 외로울 때 감자튀김을 먹으면 기분이 나아진다고 하는데, 감자튀김에 함유되어 있는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이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해소해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늘 나는 유난히 탄수화물이 생각났다. 최근 입맛이 없어서 하루 한 끼 정도만 제대로 먹고 나머지는 간단한 요플레나 딸기 같은 과일로 대체하곤 했는데, 오늘은 퇴근과 동시에 냉장고를 열어 허겁지겁 빵을 꺼내 먹었다. 속에서는 이미 가득 찼으니 그만 넣으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남은 빵까지 모두 먹어버렸다.
탄수화물이 당기는 건 평소보다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힘든 하루를 보냈다는 증거라고 한다. 힘들었던 하루를 보상받고 싶은 마음에 탄수화물을 찾는 거라고.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물질인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된다고 하는데, 그래서 빵을 다 먹은 후 약간의 평화가 찾아왔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탄수화물의 종류 중에서도 빵은 정제된 탄수화물로 일시적으로만 기분을 좋아지기 때문에 자제하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탄수화물 중독에 걸리기 쉽다고.
빵을 먹고 3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소화가 되지 않는다. 방금 먹은 것처럼 얹혀있는 빵 덕분에 오늘 밤은 꽤 길어질 것 같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탄수화물을 찾았다가 그놈의 탄수화물 때문에 스트레스를 더 받게 생겼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려고 했는데, 소화도 시킬 겸 새벽까지 모두 일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탄수화물의 순기능인지, 스트레스의 악순환인지는 내일 아침에 일어나 보면 알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