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 카드값 미스터리
통장 내역을 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13일이 되면 두 개의 카드 회사가 앞다투어 나의 돈을 앗아간다. 정확히 말하면 한 달간의 채무 관계를 청산하는 과정(?)이겠지만, 돈을 쓸 때와는 달리 내 돈을 뺏기는 기분이 드는 건 여전하다. 한 달 동안 자기가 실컷 써놓고 왜 카드 회사를 미워하는지.
그런데 매달 청구되는 카드값은 미스터리하다. 내가 명품 가방을 산 것도 아니고, 값비싼 옷이나 신발을 산 것도 아닌데! 소소하게 편의점 털 이하고, 가끔 택시 타고, 밥 사 먹은 돈이 어떻게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눈덩이처럼 불어나 100만 원에 가까운 돈이 되는 거지? 그나마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과의 소통이 줄었고, 거의 집에서만 지내다 보니 카드는 출근하는 날 쓰거나, 배달 음식을 시켜 먹거나, 아주 가끔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사용한다.
그나마 작년에는 200만 원 가깝게 나오던 카드값이 올해는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100만 원이라는 돈도 적은 돈이 아니지만, 줄어든 게 이정도다. 물론 카드값이 많이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연차가 오르다 보니 후배들에게 지갑을 열게 되고, 왠지 모를 품위유지비가 날로 더해지고 있으며, 자기 전 담아뒀던 장바구니를 요리조리 살펴보다가 '코로나 블루'때문이라는 명목하에 결제 버튼을 누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나도 안다. 모든 게 핑계라는걸.
오늘도 역시나 카드회사들은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거침없이 나의 돈을 가져갔다. '13일의 금요일' 만큼이나 내게는 공포스러운 13일! 카드값 덕분에 텅 비어버린 통장을 바라보며, 열심히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주어지는 일을 마다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꼴도 보기 싫은 상사의 잔소리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며 웃어 본다.
그러나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기에 당장 내일이면 또다시 카드를 거침없이 긁을 것이다. 합리적이고 타당한 지출이었음을 어필하며 카드를 긁고, 동시에 울리는 문자메시지는 과감히 스킵하며 또 그렇게 한 달을 꼬박 채우겠지. 2월 13일에는 부디 웃으며 오늘을 기억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