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 어른스럽다

후배의 험담을 듣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잘못을 했으면 인정을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죄송하다, 그 한마디면 될 것을! 그걸 안 한다니까요. 진짜 어른스럽지 못해요, 그 사람은!"


후배의 격앙된 어조에 맞장구를 쳐줬다. 그러다가 불현듯 '어른스럽다'라는 말이 참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자주 쓰는 표현이지만 명확한 뜻은 알 수 없는 말. 네이버 국어사전에 검색을 해보니 '나이는 어리지만 어른 같은 데가 있다'라고 풀이되어 있다. 그래서 어떤 점이, 어떤 구석이 어른 같다는 거지? 어른 같다는 건 어떤 의미인데?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해 보았다. 후배의 멘트에서 욕을 바가지로 먹은 그 사람의 어른스럽지 못한 포인트는 잘못을 했으나 시인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음을 두고 한 말이었다. 굉장히 이해가 됐다. 어른이라면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하고, 곧바로 사과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어른스러운 사람인가?


예전에 친구와 싸우지 않는 이유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나는 사과를 하거나 화해를 하는 순간을 굉장히 부끄러워한다. 비슷한 이유로 사회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 정말 괴로웠는데, 사회생활 초반에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해야 하는 순간이 닥칠 때마다 그 말을 하는 게 정말 어려웠다. 그러나 점점 죄송하다는 말에 진심이 빠지는 경우가 늘다 보니 크게 어려운 일로 여겨지지 않았고,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게 부끄럽거나 수치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어른스럽다는 표현 속의 잘못에 대한 시인과 사과는 윗사람이 아닌 아랫사람에게 하는 경우이다.


윗사람에게 죄송하다, 잘못했다는 말을 하는 일은 종종 있을 수 있지만, 자신보다 아랫사람에게 사과를 하는 일이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고, 나도 모르게 욱해서 아랫사람에게 큰 소리를 낼 때도 있지 않은가? 그럴 때만큼은 권위도, 자존심도 모두 내려놓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 사람이 진짜 어른스러운 거다.


또 한 가지 '어른스럽다'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은 화가 날 때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흔들림 없이 차근차근 말을 하는 경우라고 생각한다. 살다 보니 화가 날 때가 너무 많은데 (오늘도 여러 번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럴 때 욱해서 소리를 지르거나 울분을 토하는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그 상황을 설명하고, 자신이 느낀 것을 조리 있게 말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정말 어른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어른스러운 사람인가?


그 외에도 어른스럽다는 말이 어울리는 진짜 어른은,


-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

- 남의 말에 귀 기울이고 함부로 조언하지 않는 사람

- 남 탓을 하지 않고 자신부터 돌아보는 사람

- 자신의 일과 비전에 대해 자립할 능력이 있는 사람

- 헛된 욕망보다는 현실을 직시할 줄 아는 사람


쓰다 보니 끝도 없이 나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어른스러운 사람인가? 계속해서 마음속으로 이 질문을 되뇌어보지만 단 한 번도 나는 YES를 외칠 수 없었다. 먼 훗날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현재의 나는 진짜 어른이라 추앙받을 수 없다. 어른스럽다는 것과 나이는 절대 비례하지 않는다. 내 마음대로 어른의 범위를 규정하자면, '진짜 어른'과 '어른스러워지고 싶어서 척을 하는 꼰대'와 이도 저도 아닌 '나이만 먹은 어른' 정도가 아닐까 싶다.


당신이 생각하는 어른스러움의 정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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