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 떡을 싫어합니다

식탁 위에 올려진 떡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먹다가 체한 음식은 한동안 거들떠보지도 않는 경험. 예전에 김밥을 먹다가 체해서 몇 년 간 먹지 않았다고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최근 김밥보다 더 강력한 음식이 등장했다. 바로 떡이다.


작년 11월, 초겨울의 날씨에 패딩을 껴입고 추위에 떨며 하루 종일 야외 촬영을 하고 있었다. 추위도 추위였지만 너무 바쁜 나머지 끼니를 챙기지 못했는데, 배를 곯아가며 일을 하는 후배가 불쌍해 보였던 선배 언니는 출출할 때 먹으라며 랩에 곱게 싼 찰떡을 손에 쥐여주었다. 개인적으로 떡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거절하고 싶었지만, 서로 바쁘고 예민한 촬영장에서 나를 생각해 주고 챙겨준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가방에 넣어두었다.


오후 3~4시쯤 잠시 여유가 생겨 계단에 걸터앉아 가방을 뒤적거리다가, 언니가 주신 떡을 발견했다. 배가 고프던 참에 잘됐다 싶어 한입을 먹었다. 많은 양도 아니었고 정말 딱 한입이었다. 그런데 그냥 떡도 아닌 찰떡은 그 작은 양으로도 나의 위를 강타했다. 저녁까지 이어진 촬영 내내 속이 안 좋고, 두통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주 체하는 편이라 특정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조치를 취한다.


이건 백 프로 체한 거다.


내일까지 이어지는 촬영에 영향을 미치고 싶지 않아 부리나케 약을 먹었다. 몇 시간이 지나니 두통이 사라졌고 속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그렇게 새벽에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아침 7시에 일어나 밥을 조금 먹었는데 이상하게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주저앉아 버렸다. 몸이 왜 이러지? 밥 조금 먹은 게 다인데, 또 체했을 리가 없잖아? 주저앉아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어제 먹었던 찰떡의 효력이 여전히 발휘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오후 촬영에서 나는 거의 죽어가며 일을 했고, 끝나기 2시간 전에는 결국 탈진 모드로 쓰러졌다.


원래도 떡을 싫어했지만 나는 그날 이후 떡을 끊었다. 떡 하나 먹고 이틀 동안 죽을 고생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과거에 김밥을 먹고 체했던 그날보다 더 혹독한 경험이었다. 평소 다니는 한의원 선생님께 여쭤보니 다른 떡보다 찰떡은 더 소화가 안된다고 한다. 추워서 장기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도 못했겠지만, 예민하게 긴장한 상태에서 하필이면 찰떡을 먹어서 그 고생을 했냐며 한바탕 잔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일어나 주방에 가보니 식탁에 엄청난 양의 떡이 놓여있었다. 누가 선물로 받은 떡인지, 누가 사 온 떡인지 알 수 없지만, 떡을 보자마자 입맛이 뚝 끊겨서 아침도 패스하고 주스로 대체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내가 또 떡을 먹으면 성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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