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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Dec 29. 2023

예비퇴사자가 ADHD일때 장점

세상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성인ADHD를 가지고 있는 나에게 퇴사계획을 세우면서 아주 큰 장점을 발견했다. 이전에도 그렇긴 했지만 나는 세상에 늘 관심이 많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이 사는 방식도 궁금하고 이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저건 또 누가 처음 발견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관심있는 모든 사람과 사물에 적용되었다. 물론 관심없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히 외면하였지만...  이게 ADHD인줄 몰랐던 시절에는 나는 왜 쓸데없는 것에만 흥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삶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일, 생계에 활용할 수 없는 일, 알아도 쓸데 없는 정보 등등.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에게 그런 것들은 내가 삶을 버틸 수 있는 취미가 되어준 것이 대다수였다. 뜨개질, 도서 구매(책 사는 속도가 읽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내 취미는 독서가 아니라 도서구매이다.), 클래식 연주 감상, 뮤지컬 및 공연관람, 각 종 쓰기(글, 일기, 다이어리 등), 좋아하는 펜 모으기를 포함한 기타 등등의 취미를 가지고 있다. 공통점을 찾아보면 모두 그것을 행할 때 다른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어렸을때부터 관심있는 것에만 집중하고 관심없는 것에는 진짜 하등 신경을 안쓰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고등학생때도 좋아하는 과목만 계속 공부해서 내 성적은 늘 언밸런스였고 대학생때도 좋아하는 과목에만 집중해서 결국 교수님에게 잡혀 대학원까지 갔다. 해야해서 하는 일에는 늘 꾸역꾸역이라는 키워드가 붙었고 좋아하는 일에서는 시키지 않았는데도 라는 말이 따라 붙었다. 그래서 인가 대학원 면접때 전공관련 수업 교수님들은 별 말씀 없으셨고 열심히 하라고 했는데 그렇지 않은 수업 교수님들께서는 너는 이 과목을 싫어하는거니? 라는 말까지 들었을 정도이다.


현재 회사 재직 중 과호흡 증상이 있어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니게 되었다. 그러면서 점차 내가 가지고 있는 병명이 하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범불안장애, 다음은 공황장애, 우울증, 그리고 성인ADHD까지 내가 살면서 들어본 정신건강의학과 병명이 이게 다인데 그 모든 것이 나에게 자리한 것이다. 이것이 내가 퇴사를 하려는 사유이다. 회사를 약까지 먹으면서 다니는 내가 너무 불쌍했다. 지금은 이것이 회사생활 중에 하고싶은 일만 할 수 없고 하기싫은 일도 해야한다라는 말 중에서 하기싫은 일의 비중이 너무 많았다고 생각한다. 하고싶은 일이 었으면 나서서 밤을 지새우던 주말 특근을 해서라도 해냈을 것이다. 하지만 현 회사에서는 내가 하기싫은 일로 밤을 지새우고 주말 특근을 해야하는데 책임감까지 가지고 있으니 병이 나지않을 재간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는 예비퇴사자인 나는 퇴사 이후의 삶에 꽂혀있어 현재의 불편하고 하기싫은 것들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 것들은 이제 부수적인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 이거 어떻게 하지? 하다가도 어떻게든 되겠지.. 정도의 생각만 하고 퇴사 이후에 뭘 할 것이며 자금계획이 어찌 될 것이며 얼마나 휴직기간을 갖고 어느 종류의 직업을 갖게 될지 너무 궁금해서 이것 저것 생각하게된다. 이것의 장점은 못 버티고 중도하차하는 내가 아니라 이후 잠깐의 자유를 누릴 나에 집중하고있다는 것이다. 내 삶에 ADHD가 도움이 될 줄이야..... 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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