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s made of stones
나의 어눌한 말로는, 그저 입으로 내어놓는 소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시간이 있다.
몽글몽글 벅차오르는 내 감정을 말로 해버리면 그 충만한 순간들이 건조하고 딱딱한 돌멩이로 변해버리는 느낌. 내가 말이 서툴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내 감정이 만약 상대방에게 훤하게 읽힌다면.
페이스북에 현재 이런 연구를 진행중이라고 기사에서 읽은 적이 있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불특정 다수의 삶을 공유하는 것도 모자라 이젠 다른 이의 생각 속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것이다. 명목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힘든 이들을 (육체적 결함으로 인해)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하지만. 나는 무서웠다.
언젠가 정말 그런 세상이 올 것이라는 암담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나의 생각이 누군가과 '반드시' 공유되어야 한다면.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생각한다. 이 역시 내 개념을 공유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미래엔 내가 타이핑을 하지 않고도 우리의 생각을 소셜 네트워크에 바로 투사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이와 마찬가지로 다른 이들이 보다 쉽게 우리의 아이디어를 읽게 될 것이다. 마치 쇼윈도의 물건을 들여다보듯이 상대에게 우리의 생각이 투명하게 드러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하는 말과 다른 생각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더 이상 말이 필요 없게 되겠지.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나의 말들을 상상했다.
어떤 말은 내 안에 절대 무너지지 않는 신념처럼 동상을 세웠다가 스스로 굴러 떨어져 무너지기도 했다. 나는 나의 말들이 소리가 되어 사라지기는 것을 원하기보다는 내 안에 차곡차곡 놓아두길 원했다.
만약 그런 미래, 불특정 다수를 향해 'Sharing is Caring'이 너무나 당연한 그런 무서운 미래가 온다면
나는 끊임없이 돌이 되어버린 돌들을 상상하리라.
내 감정과 생각을 차가운 돌들로 응축시켜 아무도 내 생각을 읽을 수 없게.
다른 시공간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이곳. 서울에서.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