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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ist 켈리장 Aug 18. 2018

화가의 사진 1

-화가가 찍은 사진들 part 1

당분간 이곳에 내가 '찍은' 사진들을 전시하려고 한다.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찍은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시간적 순서대로 올리고 싶지만. 지금 모든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라 우선은 내가 내키는 대로 업로드하려고 한다.

나는 네덜란드에서 휴가를 보내는 동안 내 핸드폰과 다른 여러 곳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들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작업 관련 사진들을 따로 모아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만들 계획이었다.

그런데 작업하면서 찍어온 사진들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만든 작업보다 사진들이 더 흥미롭다고 해야 하나. 그 사진들과 이야기들을 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고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하니까. 이 좋아하는 일들을 엮어서 새로운 작업을 만들기!

예를 들면 이런 사진.

2016년에 네덜란드에서 사무실을 집으로 개조한 곳에 월세로 살았는데 스튜디오를 따로 얻기가 힘들어서 그냥 집에서 작업을 했다. 집이 작업실이고 작업실이 집이고. 이런 공간을 스튜디오 아파트라고 부른다. 큰 작업을 하기엔 힘든 공간이었지만 그래도 해가 잘 들고 아늑했다. 여름에는 사우나가 된다는 단점도 있었지만.  

2년 전의 작업공간을 보니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독일의 작업실이 얼마나 크고 좋은지. 실감하겠다. 제일 좋은 건 물감을 바닥에 흘려도 괜찮다는 것?! 

이 집을 계약할 때 집주인이 내가 예술가라서 너무 좋아했었다. 그는 환풍기의 부품 제조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가끔 내게 그림의 재료로 써보라고 환풍기에 사용하는 천? 등을 주기도 했다. 내 개인전에도 기쁘게 와주었던 집주인이 생각난다. 유럽에 살면서 제일 좋은 점은 꼽으라면 '예술가로서 존중받는다'일 것이다. 내가 유명한 예술가가 아니어도,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있어도 작업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여기서는 존중받는다. 그럼에도 작업만으로 먹고 사는 일은 여기서도 힘들다. 

외국인 예술가로 살면서 슬픈 점은 내가 언제든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늘 갖고 살아야 한다는 것. 새로운 환경에의 빠른 적응력은 나의 가장 큰 장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정물 혹은 짐. Still life or Burden of life. Kelly Jang

나처럼 이곳저곳 옮겨 다녀야 하는 작가에게 캔버스는 좋은 재료라고 할 수 없다. 이미 서울 집에 내 그림들이 쌓여있다. 나의 오래된 작업들 중에 좋은 작업을 찾는 일은 쉽다. 왜냐면 좋은 작업이 없기 때문이다. 한 개 정도 찾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나머지 그림들은? 짐이 된다. 버리기엔 아쉽고 갖고 있기엔 무거운.

그래서 이곳에서는 맘에 안 드는 그림 위에 여러 번 덧칠하거나 기존의 작업 위에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리거나 해서 캔버스를 재사용해왔다. 특히 네덜란드는 재료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 아파트에서 만든 작업들로 베를린과 네덜란드에서 개인전도 했다. 내가 계속해서 대면해야 했던 건 이 모든 것의 불완전함과 나의 좁은 시각,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불안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 할렘. 스튜디오 아파트. 켈리장.

내게 대책 없는 혹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없었다면 헤쳐나갈 수 없는 일들이 많았다.

내게 상상력이 없었다면 한정된 자원과 시간과 공간에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많았다.

아직도 나는 저 때와 다름없이 불안하고, 내가 깨어있지 못하는 순간들과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답답함 때문에 힘들다. 나의 이 사진 작업들은 어쩌면 위로이다. 내가 나에게 건네는 위로.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다른 이들에게도.

어쨌든 이 모든 날들, 잘 지나왔고 

여전히 희망을 갖고 있음에 감사하다-

현재를 살되 현재에 매몰되지 않기를. 늘 깨어 있기를. 

마음에 새긴다.

The tattooed flower _Kelly 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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