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tist 켈리장 Sep 03. 2018

화가의 사진 3

-하늘 사진들

오늘 여기, 가을 하늘. Kelly Jang

오늘 저 구름을 보고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내 핸드폰에 저장되어있는 사진들을 보니 하늘 사진이 꽤 많다. 

유럽의 명화들에 왜 하늘이 그렇게 묘사되었는지 나는 이곳에 살면서 새삼 느낀다.

한국에 있을 때도 나는 하늘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다. 그렇게 하늘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내가 보고 있는 하늘이, 내가 가 닿을 수 없는 저 하늘이 진짜일까 생각할 때도 많았다. 영화 트루먼쇼의 한 장면처럼 내가 누군가 연출하는 세상 속에 갇혀있다면. 저 하늘이 그저 내가 아는 세상만을 덮고 있는 천정 같은 것이라면.

작업실에서 바라보는 노을. Kelly Jang

그럼에도 그 너머의 우주까지 상상하기에 나는 너무 작았다. 하늘 위를 나는 비행기를 자주 타게 되어도, 나는 항상 비행기 안에 그리고 하늘 안에 있었다. 

네덜란드의 봄. 하늘. Kelly Jang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보고 있는데 그 너머가 보고 싶긴 했을까.

베를린 마우어 파크. 하늘. Kelly Jang
안개 자욱한 새벽. 네덜란드 하늘. Kelly Jang
여름 저녁 하늘. 네덜란드. Kelly Jang

네덜란드의 하늘은 유난히 낮다. 그래서 나는 더 세월이 흐른 뒤에 이 곳에서 쭈욱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늘과 가까운 곳에서 죽음을 준비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럼 죽음 이후에 나는 그 너머를 볼 수 있게 될까.

샬롯테부르그. 독일. 여름 저녁 하늘. Kelly Jang
비온뒤 . 네덜란드. Kelly Jang

내가 서울을 떠나기 전. 그러니까 4년 전만 해도 나는 서울의 아름다운 하늘을 거의 매일 볼 수 있었다. 작년 겨울 서울에 방문했을 때 나는 마스크를 하고 외출하는 것이 너무 어색했고, 먼지 때문에 눈에 이상이 생겨 병원에 가야만 했다. 뿌연 도시를, 고향을 보는 일은 슬프고 두려웠다.

나는 두렵다. 내가 너머의 세상으로 가기 전에 너머의 세계로 도피해야 하는 순간이 오게 될까 봐. 먼 미래 혹은 가까운 미래에 우주여행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내가 지구를 떠나야 할만큼 지구가 황폐해지지 않기를 바란다. 전 세계에서 지구의 환경을 염려하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다른 행성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네덜란드는 해수면이 낮기 때문에 환경문제로 재앙이 가장 먼저 닥칠 경우를 예상하고 화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지금의 그들을 걱정하기보다 다음 세대를 염려하는 마음일 것이다.

네덜란드 하를렘 하늘. Kelly Jang
독일 비스톡, 노을. Kelly Jang

유럽의 하늘은 맑고 깨끗하다. 그래서 고마운 줄 모르고 당연하게 여기고 지낸다. 내가 서울에서 그랬던 것처럼.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을 당연시 여기지 않고 감사하는 하루하루.

그래서 나도 이 세상이 더 나아지도록 기여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게 만드는. 오늘의 하늘.

내게 주어진 일들을 최선을 다해 하나씩 이루어가면 언젠가 나도 이 세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으려나.

하늘은 내게 가르쳐준다. 아직 네가 못 본 너머의 세계가 있어. 그 세계를 지금의 삶과 차단해서 보려 하지 말고 지금을 온몸으로 잘 헤쳐나가 보자. 그래서 네 안의 우주를 발견할 때. 다른 사람들의 우주도 보게 될 테고. 네가 이 세계에 온 이유를 알게 될 거야. 너는 하나의 우주로 밝게 빛나기 위해 이곳에 왔어. 

독일의 스튜디오, 나의 사랑 러스티(2주동안 봐주었던 아이). 
낮은 하늘. 네덜란드. 켈리장.

가을바람소리가 좋다. 큰 나무들이 내 아뜰리에 주변에 있어 언제나 바람이 나무를 스치는 소리를 듣는다. 계절이 또 그렇게 지나간다. 창 밖의 나무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몸을 흔들며 떠나기 전에 내게 말을 건네는 것 같다. 그럴 때 이렇게 작고 작은 내가, 독일의 한 마을의 작업실에서 멍하게 창문을 보고 있는 내가 우주를 느낀다. 시간과 공간이, 나와 저너머의 세계가 잠시 하나가 된다. 내가 분주하게 고민하던 모든 일들이 완전히 내게 떠나가지는 않아도 조금 멀리서 그 걱정들을 보게 된다.

독일, 봄의 창문. Kelly Jang

하늘 너머의. 시공간. 그리고 조금씩 찾아오는, 봄을 닮은 희망의 느낌.

그런 순간들이 내 삶에 더 많아지길 바란다. 지치고 힘들어도 마음 한 구석 비워놓을 수 있기를. 

내가 나를 읽지 못해 다른 이에게 상처 주는 일이 없기를. 내가 나를 미워해서 다른 이를 아프게 하지 않기를. 나의 발은 땅에 있되 마음은 저 하늘에 그리고 그 너머를 상상하며 내가 이 세계에 온 이유를 천천히 알아가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화가의 사진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