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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ist 켈리장 Feb 19. 2019

Christo and Jeanne-Claude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

내가 사랑하는 아티스트 부부 크리스토와 잔 클로드는 수십 년에 걸쳐 시드니 해안(1969), 마이애미의 섬들(1983), 베를린의 독일 의회 건물(1995)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천으로 포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크리스토 부부의 대규모 포장작업은 195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작은 사물들을 대상으로 한 소형 포장작업에서 비롯되었으며 이후 작품의 규모가 점점 확대되었다. -위키백과 참조.

그들이 작품의 재료로 천을 선택한 이유는 고대의 인체 조각품을 감싸고 있는 것이 주름진 천이었으며 이는 신체의 아름다운 부분을 그대로 드러내게 하면서도 또한 감춤으로써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미 알고 있는 대상을 천으로 포장했을 때 즉 우리에게 익숙했던 형체가 갑자기 다 가려졌을 때, 우리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잔 클로드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오직 '아름다움'이 좋아서 작업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사진출처: 마이애미 Pérez Art Museum Miami 포토 바이 켈리 장

작년 12월에 마이애미에 다녀왔다. 아트 바젤을 직접 보기 위해 선택한 과감한 여행이었다. 그런데 내가 사랑하는 크리스토와 잔 클로드의 전시가 마이애미의 팸(PAMM)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이애미에서 돌아온 이후에도 나는 내내 그들의 작업에 대해 글을 쓰고 싶었다.


이 전시'Surrounded Island'는 그들이 마이애미의 11개의 섬들을 천으로 둘러쌌던 작업과 1980년에서 1983년까지의 그들이 이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의 전시로 보여주었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기까지의 지난한 노력과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전시였다. 이 프로젝트를 이루기 위해 환경부와 군당국의 허가를 받기까지 그리고 환경에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실로 대단했다.


Pérez Art Museum Miami -동영상 어지러움 주의 :)

Christo addressing the commissioners of the City of Miami. Miami City Hall, July 22, 1982

3년이 넘게 공을 들여 이뤄낸 결실은 그들의 모든 작품에 그러했듯이 2주 만에 철거되었다. 파리의 퐁네프다리를 천으로 덮은 프로젝트는 허가를 받는데만 10년, 독일제국의회 건물 포장은 25년이 걸렸지만 작품 철거는 2주 만에 이루어졌다. 크리스토는 한 인터뷰에서 예술작품을 영원히 남기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라질 것을 만드는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4-2016년 이탈리아 이세 오호의 '떠있는 부두'

나는 이 작품이 마이애미의 프로젝트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멀리서 아름다움을 보는 것에서 우리가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것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은 물 위를 걷는 경험을 했다. 상상해보라. 이 프로젝트를 위해 또 한 번 얼마만큼의 노력과 자본과 인력이 소모되었을까. 

크리스토는 뉴욕타임스에 이번 작품에 대해 "아무 사용가치가 없고 비합리적인 작품이라는 것을 잘 안다"라고 말했다. "내 작품이 없어도 이 세상은 돌아간다. 누구에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나와 잔 클로드에겐 필요하다. 우리 작품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 작품을 우리가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내게 늘 일깨워줬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좋아한다면 보너스로 여겼다." -Huffington Post 참조


크리스토와 잔 클로드의 작품이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 그러나 그들의 작품을 보고 난 후에 느낀 그 경이로움은 각자의 삶에 오래도록 남는다. 그들이 믿는 것을 우리가 있는 그대로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그 믿음을 실현시키기 위해 따르는 어마어마한 노력이 곧 '사라질 것'을 위함일지라도.


크리스토와 잔 클로드는 그 어떤 인터뷰에서도 어려운 말을 한 적이 없다. '아름다움이 좋아서, 혹은 우리가 좋아하기 때문에' 그들이 선사하는 스펙터클한 작품 앞에서 우리가 처음 할 수 있는 말도 그와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와' '멋지다' '아름답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왜?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내가 그들을 사랑하는 이유는 한 번쯤 내가 상상했던 것을 마법처럼 현실로 만들어주었기 때문이고, 다시 한 번 보이는 것 너머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가슴 뛰게 느끼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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