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lly Kenye Kwon Jan 30. 2017

Insane

- 정신이 변해가는 나를 바라보며

Oct 16, 2016


감성.... 감성이었다.

나에게 힘들었던 점은 그 감성을 없는 듯 숨기고 살아야 했던 점이었다.


그래서 결국 내 정신은 미쳐가고 있다.... 


브런치를 끊은 지 6개월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작년 10월 조용히 적어 놓은 메모를 발견했다.

10월 16일...

그때 난 참 많이 무너지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난 그걸 알고 있었다. '작가의 서랍'에 조용히 잠겨 있었던 저 메모. 

아마 기억하기 위함이었으리라. 내가 왜 힘든지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적어두고 싶었음이라.


감성과 삶. 의무와 내 의지. 이 모든게 뭐가 내 안에서 나왔고, 뭐가 밖에서 들어온 것인지 죄다 섞여 버린 지금, 난 온전한 삶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큰 병을 앓는 분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정상적으로 출퇴근을 하고, 퇴근 후나 주말에 친구들이나 가족을 만나고, 한 두달에 한번씩 가까운 곳에 여행을 다니는 정도의 체력은 진작에 잃어버렸다. 그렇게 소진되어가는 동안 나의 정신은 내 감성이 사라지는 것을 퍽이나 안타까워했던 것 같다. 


기운 없고, 지치는 시간을 4개월 넘게 보내다보니, 나에 대한 연민이 자연스레 찾아온다. 

가족들은 끊임없이 기운을 주고, 그중 어떤 이는 나를 다그치기도 하는 식으로 힘을 주지만, 

매주 꼬박꼬박 병원을 가고, 매일 2번씩 2개 이상의 약을 먹고 있지만,

그저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몸부림일 뿐, 감성을 잃어간다는 저 두려움의 해결은 되지 못하고 있다. 


오늘 라라 랜드를 봤다. 

주인공 남녀 모두 맘에 안들었고, 뻔한 스토리라 별로라 생각했는데, 다들 난리고, 팀원 중 한명이 나보고 꼭 볼 영화라고 해서 봤다. 

역시 별로였다. 신파였고, 꿈팔이였고, 무엇보다 주제에 비해 풀어나가는 방식이 너무 가벼웠다.  

가장 역겨운 건 진지한 주제를 깊지 못한 시선으로 다루는 것이다.

그래도 중간에 인상깊은 대사도 있었고, 중간 부분에서 눈물도 잠깐 났다. 


주말에 많은 영화를 보고, 많은 책을 보고, 나름 생각하는 시간도 많이 가진다. 

좋다. 아주 좋고, 더 하고 싶다. 

이런 감성어린 시간이 나에게는 생명줄이라는 걸 다시 한번 절감하며, 이 짓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미쳐버린 나의 지금 상태에 절망하며, 어떻게 현실과 융화시키며 살아가야 하나 또 고민이 밀려온다.


그래도 적어도 이렇게 내일 출근을 걱정하지 않으며,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어서 좋다.

한달 간은 이렇게 매일 살 수 있을테니, 이 정도로도 다행이다. 


다음 글부터는 그냥 독후감을 올릴 생각이다.

깊은 에세이는 좀 건강이 회복된 뒤에 올려야 할 것 같다. 구상은 하고 있지만......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 뒤, 한껏 아픈 뒤 브런치에 로그인 하는 데 6개월이 걸렸다. 

그 사이 난 많이 변했지만, 이렇게 로그인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작가의 이전글 진심이라 믿었던 탐욕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