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리서치를 잘하려면 어떻게하면 되죠? (2)

- 조금은 친절하게 말하자면...

by Kelly Kenye Kwon

"정호대리, 정호대리는 왜 리서치를 해?"

"그게요, 원래 이길로 안오려고 했는데요, 제가 전공이 사실 호텔경영학이거든요... 그런데 졸업했을 때...."

"아니, 리서치를 하게 된 계기말고, 그냥 왜 이 일을 하냐고. 일을 하다보면 스스로에게 물어볼 때가 있지 않아?"

정호대리의 똘망똘망한 눈동자가 나를 또르르 쳐다본다.


태도도 바르고, 영어도 잘하고, 주변에 예의도 깍듯한 '바른생활 청년'이다. 그런데 해오는 설문지나 보고서 초안은 중언무언에, 초점도 없고, 목적도 없다.

일을 하다보면 이런 친구들이 있다. 조사 진행을 담당하는 실사(fieldwork)팀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젠틀하고, 클라이언트의 자잘한 응대 -조사회사에서 좌담회가 있을 때 주차권이나 도시락준비 같은 -도 잘 처리하고, 미팅 전에 머티리얼도 넉넉한 부수로 잘 챙겨오는. 그런데 그건 대리로써 할 일의 핵심은 아니다. 그런 친구들의 행동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뭔가 핵심은 빗겨가고 주변-즉, 외형이나 격식 같은-을 멤도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 느낌은 그 친구가 밤을 새워 썼다는 보고서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에 물어본다.

'왜 리서치를 하냐'고......

이 질문은 그 친구에게 '넌 이 일이 맞지 않으니 다른 일을 알아보라!'는 식의 야비한 비유가 아니다. 정말 중요하고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왜 리서치를 하는지 대답하지 못한다면 그 주변을 멤도는 듯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머티리얼 생산은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리서치를 2-3년간 한 친구들 중에 자신이 하는 일의 의의나 목적 같은 것을 잘 모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는 대뜸 '클라이언트 응대가 중요하다느니', '보고서 레이아웃이 중요하다느니'하는 너무 건너뛰는 애기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의 '의의,목적'이라!

사실 쉬운 얘기는 아니다. 요즘 같은 취업난에 이런 것 따위 근처에도 가지 않고 입사한 경우도 허다할 것이며, 설사 고민했어도 휘몰아치는 업무와 일상에 잊어버리기 쉽다. 하지만 매일 야근과 일주일에 한번은 새벽 퇴근을 하면서 이런 고민조차 없다면 너무 비참하지 않은가.

그런데 사실 이것을 되새기는 것과 함께 생각해봐야 하는 게 리서처로서의 자질이다. 의의와 목적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정의될 수 있지만, 리서처로서의 자질은 좀 다르다. 사실 리서처는 전공불문하고 누구나 할 수 있다. 워낙 실무 중심이기 때문에 딱 맞는 전공도 없을 뿐더러, 그나마 연관되는 경영학이나 통계학을 전공했어도 어차피 기본부터 배워야 한다. 다만, 리서처로서의 유전요소를 포함한 필수자질은 분명히 있다. 사실 나는 후배나 팀원 중에 이 자질 중 하나라도 부족해 보이면 업계를 떠나라고 말하는 편이다. (단, 상처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 그리고 아주 정중하게)


KakaoTalk_20171109_020551406.jpg @내 방_Job interview 전, 이 직장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따져보는 중.

자 그렇다면 그 자질이 무엇인가.

첫번 째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기본적으로 말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달변의 차원이 아니라,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그 메시지의 핵심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을 말한다. 이는 국어 능력과도 연관된다. 우리가 수능 언어영역에서 숱하게 풀었던 '이 단락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따위의 질문에 오답을 찍은 사람들 말이다. 이들은 자신이 하려는 말도 정리하지 못하고, 남이 하는 말의 핵심도 알아채지 못한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나면 모든 일은 커뮤니케이션에서 시작되서 커뮤니케이션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클라이언트의 세부 요구사항, 실사팀, 분석팀, 비주얼팀 같은 지원부서에 전달할 메시지가 모호해지고, 무엇보다 설문지 구성, 즉 응답자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모호해진다. 게다가 해외조사라도 맡게 되면 해외 조사업체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영어표현의 장벽까지 더해져 더욱 난항에 빠진다. (이는 영어실력과 별개이다). 따라서 분명하게 말하고, 핵심을 알아채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리서처로서 필수사항이다.


두번 째로 호기심이다. 이는 리서치 'Research'라는 단어의 뜻만 생각해봐도 금새 짐작할 수 있다. 리서치는 기본적으로 모르는 것을 알아내는 분야이다. 시장 변화로 발생하는 새로운 이슈, 수년간 해 온 트래킹 조사의 올해의 데이터값 등등 고객사가 알아내고 싶은 것은 무궁무진하다. 이 모든 궁금증과 question은 리서처가 풀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클라이언트의 심정에 동화되어 같이 궁금해하고 풀어나갈 의욕이 충전되어 있어야 한다. 그것의 근원은 바로 호기심이다. 가끔 정말 재미있는 조사를 해 놓고서도 x씹은 표정으로 보고서를 쓰는 친구들을 볼 때가 있다. 그들의 관심은 빨리 이 장표를 끝내 버리는 것이다. 이는 일에 대한 열성과 약간 다르다. 천성적으로 호기심이 없다면 모든 조사 결과가 오늘 밤에 그려내야 할 장표들에 그치고 만다. 이는 일하는 사람에게도, 보고서를 받는이에게도 모두 손해이다. 리서치 결과는 기본적으로 '아, 문제의 답이 이거로구나~~!'하는 마음으로 써야 잘 써진다. 그런 보고서가 결국 고객사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다.


세번 째로 사고력, 즉 인사이트이다. 리서치가 그나마 지식산업이라고 여겨지는 것은 이 부분 때문이다. 숫자 데이터이든, 정성적 멘트 데이터이든 우리가 질문해서 얻어내는 것은 데이터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그 숫자나 멘트만 필요한 조사도 있지만, 대부분의 고객사는 그 데이터가 의미하는 바를 최종 아웃풋으로 기대한다. 그것은 데이터라는 구슬을 리서처의 인사이트로 꿰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바늘과 실이 평범하면 뻔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고, 날카로우면 정말로 hidden meaning을 밝혀내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 이것은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는 앞의 두가지와 달리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사람과 사회 트렌드를 관찰하고, 미디어나 광고의 패턴을 읽어내는 등의 노력을 생활 속에서 할 수도 있다. 물론 기본적으로 책을 보고 (자기계발서 같은 것 말고, 인문서,철학서, 예술 서적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 말이다), 영화, 전시 같은 다양한 문화활동을 경험해야 한다. 리서치는 결국 사람을 알아내는 것이다. 그 사람을 소비자라고 부를 뿐. 사람의 심리와 행동을 알아내는 것은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사람 간의 역학관계를 읽어내야 하는 것이다.


IMG_1354.JPG @두바이 출장 _ 부자가 많은 이 곳에서는 금색 도색 차량도 흔히 보인다. 즉, '과시'가 이들 문화의 키워드이다.


이전 편(#6)에서 리서치 환경의 변화로 리서치를 잘 하기 위한 요건 따위는 소용없다는 식의 다소 맥빠지는 글을 쓴 것 같아, 이번 편을 추가로 구성했다. 아무리 환경이 변화되고, 고단해도 리서치는 여전히 수행되고 있고, 리서처들은 지금도 밤을 새우고 있다. (심지어 연말 매출 채우느라 더욱 바쁠 때이다. 이런 ㅜㅜ) 그 리서치를 어떻게든 잘 해보려고 고군분투하는 후배님들을 위해 정리를 해 보았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호기심, 그리고 인사이트.


이미 알고 있는 뻔한 내용일 수 있다면 미안하다. 그렇지만, 9년차 리서처인 나에게 이것은 9년째 변하지 않는 요건이다. 이것이 부족하거나 채울 의지가 없는 후배님들에게는 정중히 다른 업종을 알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반대로 잘해보고 싶은 후배님들에게는 이것 중에 채울 수 있는 것부터 채워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동기들, 선배들도 이것들이 낡고 식어빠지지 않게 계속 기름칠을 해야 할 것이다.


ps. 이 능력은 소비자 조사 ad-hoc. 즉 고객사(기업)로부터 조사를 의뢰 받아 조사를 수행하는 프로젝트에 한해서 정리한 요건으로, 정치여론조사, 장기간 걸치는 트래킹 지표 조사 같은 프로젝트에는 또 다른 요건이 필요할 수 있음을 말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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