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1일에 작성해 봄
이상하게 아무런 글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런 소원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지금 하던 대로 하면 되는 것일까.
무엇을 더 소원할 것은 없는 걸까.
지금 머릿속은 안개 같은 상념들로 꽉 차 있다. 그 안개를 걷어내고 실체를 보는 방법은 글이었는데,
오늘은 그나마 그 방법도 여의치가 않다.
호르몬 영향이 클 것이다.
2020년에 나는 무엇을 이루고, 무슨 감정을 느낄 것인가.
어떤 날들이 될지 너무 뻔하지만 그래도 기대를 해 보고 설렘을 느끼는 게 인지 상정일 테니.
적어보자면.....
회사에서 부장이 된다, 그래서 연봉도 조금 오른다.
회사에서 얼마나 오래 있을지 판단을 하고, 떠날 시점을 가늠한다 - 더 이상 버틴다는 생각으로 다니지 말고 떠나기 적절한 시점을 잡아내고, 어디로 어떤 모습으로 떠날지 가급적 상세하게 계획해 둔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털어 내고 오랫동안 끌지 않는다. 내가 살아가는 여정에 이런 스트레스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특별히 누가 잘못하는 것도 없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을 가급적이면 줄이자.
이런 건 모두 사소한 것들.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어가 보자......
새해가 되기 전날, 어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생애 최선을 다한 순간은 몇 번이나 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최선을 다해볼 기회는 얼마나 남아 있는지.
그 최선은 어디서 부려야 할지. 무턱대고 부리는 것이 아니고 말이다.
이런 생각들이 미치자 유학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 내가 최선을 부릴 수 있는 가장 만만한 부분이다. 글을 쓰고, 책을 쓰는 과정이 모두 나에게는 그나마 최선을 부릴 수 있는 영역이다.
이제 어떤 분야로 돌진할지, 구체적으로 그 영역의 끝은 무엇인지를 정하면 된다.
즉,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떠한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정하면 된다.
어떠한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
무엇을 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 or
회사를 다니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 or
승진하고 대접받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 or
좋은 동료와 친구들에 둘러싸여 좋은 평판과 적정한 교우&인간관계를 만들어 가는 사람으로 살 것인가 or
돈을 많이 버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
무엇을 아직도 헤매는가, 내 안에서 답은 이미 쥐고 질문을 하고 있는데.
고립이 되어도 좋다고, 무한한 자유만 있다면 고립이 되어도 좋다고 외친 적이 있었다.
돈이 없어도 된다고, 최소한으로 먹고 사는 데에 만족하고 살 수 있다고 외친 적이 있다.
그리고 매번 그 고비 앞에서 무너졌었다.
다시 한번 떠올린다, 내가 생을 통틀어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할 때가 언제였을까.
조교와 과외로 버틴 대학원 2년이 그랬고,
책을 썼을 때 그랬다.
그때가 고립되었고, 돈이 없었다. 그래도 꽤 만족하며 살았었다.
대학원 학점은 1과목만 A였고, 모두 A+이었다, 아무런 마케팅 없이도 책은 그런대로 팔렸다.
결과는 차치하더라도 그 당시의 마음속에 품었던 꽃봉오리가 개화하듯 에너지를 분출했다.
마흔이 조금 넘은 지금, 무언가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마지막 생물학적 시점이 아닐까 싶다.
최선을 부릴 게 없다는 이유로 참 게으르게 살았다. 그 사이 시간도 많이 흘렀다.
이제 최선을 다할 시간도 충분히 남아 있지 않으므로, 일부러라도 찾아 세팅해야 하지 않을까.
마음속에 희미하게 드는 그것을 부여잡고, 고비를 넘으면 되지 않을까.
그 결과가 어디로 가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생은 흘러가는 것이지 차곡히 계획한 대로 쌓이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진지하게 내 안의 고민을 그 방향에 실었는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