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장님 저는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고객사로부터 오후 6:30에 메일이 왔다.
또 내 속을 뒤집는 말들로 가득 찬 메일이었다.
일요일에 출근하고, 월요일 점심도 거른 채 follow up을 하던 중이었는데, 자기가 다 마무리했다면서 중간 버전을 보내온 것이다. 그 말미에는 왜 그렇게 오래 시간이 소요되는지 모르겠다는 멘트가 달려 있었다.
‘윤 과장, 그만하고 집에 가자.’
같이 달리던 과장은 메일을 아직 못 봐서 열심히 데이터를 보고 있었다.
‘그만해, 그리고 메일 좀 봐봐...’
윤 과장이 클라이언트 메일을 보는 사이, 나는 고객의 메일을 전달하면서 팀장님한테 메일을 썼다.
‘팀장님 여기까지 같습니다. 열심히 했고, 지친 팀원들 다독이면서 해 왔는데 더는 못할 거 같습니다.
의지 부족이라면 부족이고, 능력 밖이기도 한 거 같습니다. 어쨌든 더는 못하겠고요, 제가 최선을 다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8월까지 입니다. 그 안에 대체할 사람을 찾아주세요.
지난번에 이어 이렇게 또 말씀드려서 죄송하지만, 저는 여기까지인 거 같습니다.’
3월에 보내고 두 번째 던진 말인데, 이번은 관철시켜야 할 것 같다. 진심으로 더 했다가는 클라이언트랑 한판 붙을 거 같고, 그러면 1년 반을 해 온 게 모두 무너질 것이다. 실제로 예전 회사에서 클라이언트랑 붙어 본 적이 있는 나는, 사실 나도 어떻게 될지 무섭다.
먼저 흥분을 하는 자가 지는 건데, 나는 그렇게 지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내 삶은 회사 다니는 것과 무관하게 이어지기 때문에 퇴사 후 삶을 이어갈 에너지도 남겨 놓아야 한다. 지금이 그 시점이다.
두 달 전에도 그랬지만 팀장님은 이런 메일 받고 아무 말이 없다. 보통은 0.1초 만에 회신을 주더니, 이럴 때는 아무렇지 않은 척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나랑 마주쳐 인사하고, 안부 묻고 그런다.
내가 채근을 해야 하는데, 그날이 오늘이다. 불쑥 들어가서 다시 통보하고 쐐기 박고 나올 계획이다. 얘기를 들으면 다시 휘말리니 말하는 주도권을 뺏기면 안 된다. 플젝 멤버들에게는 이미 말했고, 양해도 구했다.
이번 주 해야 할 가장 큰 일. 그리고 나는 새로운 출발을 위한 준비를 차근히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