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lly KyuHyang Lim Sep 12. 2018

아트페어장에서 센스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기

갤러리스트가  알려주는 아트페어 팁.


사람의 첫인상은 3 초 만에  판단이 된다고 했던가 , 나는 처음 오고가는 세 마디에서 그 사람의 생각과 목적을 파악할수있다.  페어장이라는 제한된 공간과 시간 특성상 매우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사람의 유형은 생각보다 정형화되어 있어 그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잠깐의 짧은 대화만으로도 제각각의 기억으로 내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된 ,  좋은 인상을 주었던 사람부터 어딘가 어색하고 불편하게 만들었던 사람들까지 떠올려보다가 급기야 페어 현장에서 생생하게 이 글을 쓰게되었다.

 








아트페어장에서 불필요한 말  




1, "이건 파는 건가요?"라고 질문하기.


"이건 파는 건가요?" -   NO
"가격이 얼마인가요?" -  BETTER


루이뷔통 매장에 가서 진열된 가방을 보고 “이거 파는 거예요?” 묻는 것과 같은 정도의 터무니없는 질문처럼 들리지만 흥미롭게도 아트페어장에서 꾸준히 들어오는 이야기 중 하나다.  다른 볼일을 보러 왔다가 우연히 흘러 전시장에 들르게 되어 아트페어라는 것을 처음 접해본 것이 아니라면  페어에 오기 전 자신이 가는 전시에 대해 기본적인 것들을 서치하고 오는 것이 좋지 않을까. 쉽게 말하면 아트페어는 미술시장이다.  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걸 누가 살까? 해도 이런 걸 사고팔기 위해 국내에만 30개 이상의 아트페어가 매년 꼬박꼬박 열리고 있다. 차라리 가격이 얼마인지 묻는 것이 아트페어장에서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질문이 된다.



2, "직접 그리신 건가요?"라고 무턱대고 질문하기.



"직접 그리신 건가요?" -  NO
"갤러리스트 또는 작가님이신가요?" Better




[Art director] 목걸이를 달고도 듣는 단골 질문이다. 그럴 때마다 “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고 갤러리스트입니다” 하며 설명을 하는 내 모습이 가끔은 씁쓸하다. 아직 국내에는 작가를 제외한 미술 인력에 대한 정보나 인식이 비교적 부족하기에 미술 전시를 보러 오면 그림 근처의 모두가 으레 작가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트페어장에 오래간 상주 하며 일을 하는 사람은 작가보다는 갤러리 관계자일 확률이 높다. 쉽게 말해 작가는 작품을 만들어 내고 그 작품의 판매와 홍보에 관한 것은  갤러리스트의 영역이니까  

더 ! 쉽게 말하자면 노래와 퍼포먼스는 가수의 일이고 가수의 활동에 따른 각종 행정 업무 , 홍보 , 기획은  소속사의 일이며 미술사업도 그 맥락과 같다.

작가가 나와 직접 작품 설명을 해주기위해 상주해 있기도 하니 그럴 때는 "작가님이세요?" 하고 담백하게 물어보면 된다



3, 미술 관련 경험을 엮어 자기소개 하기.

.

"나도 화실에서 미술을 배웠는데"   "어렸을 때 미술 상 받았는데 " - 제발 그만!


스스로가 어느 정도 미술에 조예가 있다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과 전시회에 왔으니 왠지 미술에 대한 화제를 꺼내야 할 것 같아 이야기의 노선이 갑자기 자신의 어렸을 적 미술 경험으로 빠지는 것이다.

초상화 그려달라는 말에 뒤 이어 미술인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중 BEST 3위 안에 랭크되는 뻔한 말이니 주의하자.  아트페어장에는 미술로 어떤 분야의 정점을 찍은 전문가들이 득실득실 넘친다. 차라리 자신을 컬렉터로 소개하거나  미적 취향을 이야기해보는 게 아트페어 공간이라는 상황에 적절하며 듣는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인상을 줄 것이다.




4, 작품 프로세스에 대한 것들을 최대한 상세히 물어본다.


"이건 어떻게 이렇게 만든 거죠?" - NOT HORRIBLE JUST OKAY.
"대단하고 멋지네요!" - BETTER.


나의 경우 작품을 살 사람인지 작품을 따라 하고 싶은 사람인지 구분하는 데에 있어 이 질문이 기준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며 자연스러운 질문이지만 더 깊게 파고들어가 기술과 방법에 대한 대화가 길어지게 하는 것은 작가에게도 갤러리스트에게도 실례가 된다.

어떤 관람자가 내게 작품의 기술적인 부분을 너무 자세히 물어보면 "작가님만의 비법이라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하고 마무리한다. 실제로 재료와 표현은 그 작가의 숱한 시간과 노력이 투자된 기술적 결과물이며 작품에 따라 그것이 작품의 모든 것이 될 수도 있다.


MEDIUM란을 살펴보자


관람자에게 필요한 정보는 이미  작품 캡션에 친절히 재료(Medium) 란에 명시되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작품이 만들어지는 방법에 대해 과다한 질문을 하는 사람은 대게 작품을 구매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 방법을 참고하여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큰 사람이다. 하지만 여기는 작품이 거래되는 곳이지 미술교실도 대학 강의실도 아니다.  

멋진 기술력과 뛰어난 재료연구를 가진 작품을 보고 우리가 해야할 일은 바로 감탄과 찬사이다.



5, 자신이 알고 있는 특정 작가의 실명을 언급하며 비교한다.


명사 사용( ~누구 작가 작품인 줄 알았어요) - NO
형용사 사용 ( 색감이 멋져요 ,  신비롭네요 , 강렬해요) - WAY BETTER


이 세상에 100프로 창작은 없다. 현대미술도 전통미술도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어떤 미술사조에 속하게 되어있고 그것을 처음 시도해낸 심벌과 같은 작가가 있다 .또한 작품 타입에 따라 어쩐지 눈에 익숙한 작품도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 자신의 얕은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는 특정 작가의 이름을 그 기억과 전혀 연관없는 페어 현장의 작가와 스텝이 듣게 언급하는 것은 작가에게도, 그 작품을 셀렉한 갤러리스트에게도 환영받는 감상평이 결코 아니다.


팝적인 색채의 작품을 보고 앤디워홀이나 리히텐슈타인 같다는 말을 하는 것은  당신이 아는 팝아트 작가가 그 둘 뿐이기 때문이다.

“이작품은 앤디 워홀 같네요”라는 말보다

“팝적이고 비비드 한 느낌이에요” 하는 형용사를 사용하는 것이 얕은 미술지식을 뽐내는 것 보다 더욱 센스있게 느껴진다. 적당한 형용사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어느 그림에도 “좋아요 , 인상적이에요 “

정도로도 충분히 당신의 안목이 전해진다 .

생각보다 센스있게 보이기가 얕은 지식을 뽐내려는사람으로 보이는것 보다 쉽다 .



6, 내가 누구인지 TMI(너무 많은 정보)를 흘린다.


화제는 내 가 아니라 작품과 작가 가 되어야 한다.


갤러리에서 몇 년만 일해도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나고 접하게 된다. 갤러리스트들은 대부분 견고한 안목을 지지닌 고단수들이다. 다른 곳에서 가능할 천민자본주의 같은 갑질이나 허세가 이곳에선 (최소한 나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내가 땅이 ~ 건물이 ~ 아는 사람이 누구~ 말을 늘어놓는 것은 작품을 구입하는 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웃는 얼굴로 그런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고 해서 정말 당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볼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갤러리에서 대단한 사람이란 자신만의 안목과 그림에 대한 애정으로 작품을 구매해 줄 수 있는 컬렉터쯤은 되어야 한다. 100억 부자가 온몸에 명품치장을 하고 와도 내 작가의 작품에 무관심하다면 내겐 한낮 행인일 뿐이다. 조용히 와서 천 원짜리 엽서 하나라도 구매하는 사람이 바쁜 페어장에서 사람 붙잡고 자기 자랑하는 사람보다 훨씬 멋지다.






대신 이렇게 한다면?



1, 화랑 관계자의 호칭을 확실히,

큐레이터 보다는 갤러리스트  


보통 아트페어 부스에는 갤러리 대표 , 실장 , 어시스트 등 이 구성되어 일한다.  포지션을 막론하고 그들을 통틀어 갤러리스트라 정의될 수 있는데 그들에게 큐레이터가 아닌 갤러리스트라 칭해준다면 당신은 그림 보러 좀 다녀본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큐레이터라는 직함이 갤러리에서도 통용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큐레이터는 학예 연구를 하는 미술관/박물관 인력이지 미술시장의 갤러리 인력이 아니다.


2, 작품 구매 이외의 사적인 이야기나 질문은 눈치껏 간결하게.


아트페어의 궁극적인 목적과 승패는 작품 판매로 이루어진다. 지인이나 가족 , 친구 로서 갤러리로 부터 초대 찬스를 받았다거나 오랜만에 페어장에 일하는 반가운 얼굴을 발견했다면 대화는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깊은 이야기는 페어가 끝나고 따로 연락하여하는 편이 낫다. 처음에 반갑게 대화하다가 점점 갤러리스트의 동공이 사방으로 지진되는 것이 느껴진다면 바로 "난 좀 둘러보고 올게" 하고 자리를 피해 주는 것이 고마운 일이다.


지인이 아니더라도 앞서 언급하였듯 작품 구매나 작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면 너무 오래 자기 이야기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시간적으로 실례가 될 수도 있다. 아트페어장에서의 갤러리스트는 겉으로는 아주 여유롭고 우아하게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폭탄이 터지는 전쟁중이기 때문이다. 4일간 1년치 먹고살 작품을 파는 경우도 있는 집약적인  페어기간 시간은 평소보다 5배는 빨리 흐르는 듯 아쉽다.  



3, 꽃이나 화분 선물은 NO 화환은 절대 사절   


페어 초대권을 받았는데 빈손으로 오기가 미안하다면 차라리 먹을 것 마실 것들을 사다 주거나 부스 안에서 판매하는 엽서나 소품 한 점이라도 사주는 것이 진심으로 센스 있게 느껴진다.(페어장에서는 어쩐지 마실것과 먹을것이 늘 모자라다.제대로 식사를 할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  작품을 사준다면 당신은 이미 내 마음속의 VIP. 하지만 그림은 결코 인사치레로 거래되어선 안되고 구경을 빈손으로 와도 전혀 무리가 없다. 누구나 좋아하는 것이 꽃과 화분일지라도 페어장에서 이 둘은 가끔 끔찍한 존재로 전락한다. 작품을 걸기에도 공간이 부족하고 4일 동안 사용할 각종 잡동사니와 포장지들도 겨우 구겨서 숨겨놓는 페어 부스 안에서 화분이나 꽃은 철수할 때마 저 "이걸,, 정말 챙겨야 하나?" 싶을 만큼 애물단지가 된다.

아 혹시 누군가 페어장에 화환을 보내려고 하면 무조건 말려야 한다. 진심으로.



4, 마지막으로 가격과 작가/작품에 대한 질문은 주저할 필요가 없다.


갤러리스트들은 겉으로 보기에 쌀쌀맞아 보일지 몰라도 당신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면 매~우 환영하는 얼굴로 바뀔 것이다. 아트페어에 입장한 이상 당신은 잠재적 컬렉터라는 것을 명심하고 작품에 대해 질문하고 미술계 관계자들에게 정보를 얻는 것에 주저하지 말았으면 한다.


작가나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하는 관람자는 작품 구매와 상관없이 언제든 환영이다.




LUVcontemporary art

Director

임규향





매거진의 이전글 만 스물넷에 갤러리 대표가 되고 느낀 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