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스트는 애초에 모두가 같은 형태로 일하지 않으며 각자 다른 환경에서 다른 색깔의 안목으로 하는 일이기에 흥미로운 직업이다. 이점에 있어서 러브컨템포러리아트의 차별점은 온라인 미술시장을 전신으로 오프라인 공간이 생기기 전에 수요층과 팬들을 확보하고 이들과 탄탄한 유대를 형성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미술계는 공급자나 수요자나 소수의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분야였다. 화랑은 자본 없이는 시작할 수 없었고 그것은 작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제는 작가도 갤러리스트도 개개인의 능력만으로 팬을 만들고 자기 브랜딩이 가능한 시대가 온 것이다.
오히려 코로나 시대의 위기가 우리 갤러리에게는 기회였다. 유튜브 라이브로 24시간 전시 오프닝을 생중계하여 잭슨 심 작가의 작품을 완판하고 최초로 온라인으로 아트페어를 개최하여 30명의 작가를 모집하고 2000만 원 상당의 온라인 작품판매대금으로 의료진과 대구시청에 기부를 하기도 하는 등 이 시기에 우리 갤러리의 행보는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중요한 발판이 되었고 갤러리의 높았던 문턱이 댓글로 낮아지는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시사하게 된다.
그렇게 온라인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오히려 미술품의 대면가치는 영원하다는 생각아래 삼청로에 서울 첫 둥지를 틀고 2년 뒤 지금의 가회동 공간으로 확장 이전하게 되었다.
우연히 가회동을 걷다가 60년에 지어진 2층짜리 가옥을 모두 허물고 공사를 하는 광경을 보게 되었는데 삼청로에 공간을 운영을 하고 있었을 때였음에도 불구하고 골조만 남은 공사 중인 이곳의 모습에 작가들의 그림이 걸린 모습이 전개도처럼 머릿속에 펼쳐지면서 덜컥 계약을 하게 되었다.
갤러리라는 공간은 어쩔 수 없이 조금은 차갑기 마련이지만 아늑하고 편안하게 2층 나선형 계단으로 이어진 건물에서 북촌의 정취를 느꼈으면 하는 의도를 담아 전시를 기획한다. 갤러리 곳곳의 창문을 모두 살려 공간에 자연이 들어오게 한 것도 이 이유 때문이다. 바로 옆에 민속문화재인 백인제가옥이 있는데 갤러리 2층에서 옆집 가옥이 훤히 보이는 것도 재밌는 요소이다.
요즈음 같은 시대에는 워낙 유행이 빠르고 소셜미디어 트렌드 또한 빨리 바뀌기 때문에 늘 세상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다양한 분야의 시도를 벤치마킹하여 미술동네 안에 가지고 온다. 갤러리의 하위브랜드로서 젊은 작가 레이블 (CLUB THE RAW) 론칭하여 패밀리십을 심어주고 작가들의 창작환경을 돕고 갤러리파티나 VIP 프로그램을 개최하여 고객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며 해외에 팝업전시를 개최하는 등 동시대적 감각으로 기존의 미술시장의 관례를 벗어나 다양한 시도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우리 갤러리의 모토는 작가가 창작환경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소통하고 교감하며 한 배에 타고 같은 곳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언젠가 우리 소속작가가 수십 년 뒤에 거장이 되면 뮤지엄에 작품을 기증하거나 서포트를 하는 것이 나의 꿈이다.
작가들의 작품으로 전시를 만들고 나의 감각으로 마무리되면서 마침내 작품 세계가 완성되는 것 같은 기분은 작품의 마지막 터치처럼 작업을 완성하는 듯한 환희가 있다. 갤러리스트로서 사랑하는 예술가들과 함께 죽을 때까지 성공의 궤적을 그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