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아티피오 #4회 강연 이후 어떤 변화가 있으셨나요?
코로나 마스크 시기의 끝무렵이었는데 많은 분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은 분들이 강연을 찾아와 주셔서 감동하였고 또 신나게 강연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신기한 건 불과 1-2년 전임에도 불구하고 그때와 지금의 트렌드가 미묘하게 바뀌었다는 것이죠. 고물가 고금리 시대에 경제상황은 악화되었고 그에 따라 소비 트렌드도 바뀌었지만 예술에 대한 가치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빛을 발하기에 시류에 상관없이 갤러리를 운영하며 꾸준히 전시를 기획하고 작가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Q. 25살에 갤러리 대표가 되었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굉장히 이른 나이에 데뷔(?)하셨는데요. 이러한 추진력과 결단이 놀랍습니다. 어떤 계기인지 궁금합니다.
일치감치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과 아닌 것을 일찍 알게 된 것이 어린 나이에 갤러리를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였습니다. 회화과 전공이었는데 1학년때부터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무언가를 기획하고 일을 꾸미는 것이 적성에 맞았던 것을 깨달은 것이죠. 학부 재학 중에도 유화수업은 줄곧 땡땡이치고 놀러 다니거나 해외로 여행 다니기 일쑤, 그래도 좋아하는 교수님의 과제는 열심히 해서 직접 기획해 전시회도 여는 등 아이러니하게도 그림 그리는 것 빼고는 다 관심 있는 회화과 학생이었습니다. 학부시절에도 영어회화, 소통능력의 장점을 살려 아르바이트를 갤러리에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갤러리나 미술관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처음 지원해 본 시립미술관 큐레이터는 보기 좋게 낙방하고 대학 졸업 후 한동안 화랑에서 어시스턴트로 일하다가 주체적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자 세무서에 달려가 사업자를 내고 지금의 러브컨템퍼러리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초기에는 전시보다 아트페어, 기업콜라보 기획등 다방면으로 경력을 쌓았습니다. 물론 노력은 사업의 결과와 무관하기 때문에 초기 수년간은 적자를 기록했지만 완벽하게 준비되었을 때를 기다리기보다는 그때그때 실현 가능한 일을 찾고 곧장 실행해 나갔기에 지금까지 러브컨템퍼러리아트가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Q. 갤러리 전시를 준비할 때 많은 작가들을 조사하고 만나볼 것 같습니다.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함께할 작가를 찾는다는 것은 단순히 작품으로만 보고 판단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너무 완벽한 작가보다는 미완성이지만 나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작가인지를 살펴봅니다. 계약서보다 두터운 것이 작가와의 신뢰이기에 그 신뢰를 기반으로 롱런하기 위해서는 가치관, 인성 등 여러 가지 인간적인 합이 맞아야 합니다. 작가가 갤러리를 신뢰하고 협조해 준다면 작가를 대신해 많은 일을 도전해 내고 만들어낼 것임이 분명합니다. 또한 작가의 활동지속가능성을 증명하는 작가정신과 예술본능, 성실성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죠.
Q. 러브 컨템퍼러리 아트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전시에 대해 알려주십시오.
러브컨템퍼러리아트는 경주에서 시작하여 온라인 미술시장을 전신으로 수요층과 팬들을 확보하고 2020년 북촌으로 갤러리를 확장이전하여 지금의 가회동 전시공간, 60년대 지어진 집을 현대식으로 개조한 2층짜리 가옥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감각적인 전시 기획과 취향을 주도하는 작가 발굴이나 갤러리의 색이 확실하다고 많이 말씀해 주십니다. “이 작가는 딱 러브 스타일이네” 하는 이야기들이죠.
2024년 3월에는 갤러리의 전속작가 잭슨심의 개인전 ‘AIR & ROLLINGROSES’이 열리는데요, 잭슨 심은 2018년부터 갤러리와 함께 성장해 온 갤러리의 대표작가입니다. 기존의 관성을 깨고 갤러리와 함께 많은 도전을 함께 했던 작가이면서 성실함과 기민한 감각으로 빠른 시간에 성장세를 보여왔고 지금은 SNS 활동을 접고 오롯이 작업에만 집중하고 계십니다. 갤러리에서 작가님의 모든 일을 위임받아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번 신작은 형태와 테두리를 없애며 추상적인 요소가 강조된 것이 특징인데요, 잭슨 심 작가님은 재현적인 붓질을 덜어내고 공기 속에 퍼진 장미꽃 향기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느껴지는 '존재'를 표현한 AIR & ROLLINGROSES 시리즈를 발표합니다. 작가는 지금까지 뮤즈, 동경했던 것들의 이야기부터 캔버스 위 반복해서 보이는 도식적 기호 RR(RICH & ROYAL)과 같은 자본주의에 대한 솔직한 욕망을 토대로 대중문화 속에서도 순수한 가치를 지닌 작품부터 딸에 대한 사랑과 영감을 캐릭터로 선보인 알파벳 카드에 이르기까지 많은 변화와 발전을 보여왔고 또 사랑받아왔는데요 보다 재현적으로 캐릭터를 표현했던 기존작품과는 다르게 이번 신작에서는 관습적인 묘사가 사라지고 추상적인 요소가 강조된 것이 특징입니다.
원초적 영감에서 비롯된 즉흥적이고 생생한 선들은 작가의 상념에 따라 공기 중을 유영하듯 흘러가 묵직한 덩어리의 형태를 만들어내는데 이런 회화적 변형을 한걸음 물러나 바라보면 비로소 그것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캐릭터였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가 도달하고자 하는 세계로 진입하여 한층 더 무르익은 잭슨심의 화풍의 변화를 많은 이들이 놀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Q. 갤러리를 운영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아트디렉터로서의 갤러리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갤러리 운영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오늘날을 사는 갤러리스트가 해야 할 일은 예전보다 확실히 늘어났습니다. 유행과 소셜미디어 트렌드 또한 빨리 바뀌고 경제상황 또한 변동폭이 크기에 늘 세상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만의 미감과 취향을 깊이 들여다보고 키워야 합니다. 또한 갤러리 공간만 있다고 해서 컬렉터와 작가가 절로 생기는 것도 아니며 공간은 갤러리를 구성하는 물리적인 요소 중에 하나이고 결국엔 사람과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컬렉터와의 관계, 작가와의 신뢰관계를 진정성 있게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것. 힘든 시기가 와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길게 멀리 갈 수 있는 비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트디렉터로서의 역할
갤러리는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며 작가의 예술언어를 대중에게 쉽게 번역해 주어 작가가 붓을 꺾지 않게 지속적인 무대와 동기부여, 생업으로서의 작가의 삶을 이어가게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상업갤러리는 작품 판매로서 수익구조가 만들어지지만 동시에 예술안내자로서 공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생각하여 가끔은 시장성을 고려하지 않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경우도 있어 이 간극 사이에서 밸런스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지점이 항상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궁금합니다.
작년부터 도쿄, 타이베이에 소속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여왔고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도쿄의 작가들 또한 서울에 전시하고 있는데 양쪽 모두 반응이 좋아서 많은 동기부여가 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컬렉터들도 우리의 시각언어에 공감해 주어 새로운 국가의 팬들과 갤러리의 새로운 기둥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해외진출과 새로운 길의 모색에 대한 대한 갈증이 커졌습니다. 올해도 이처럼 해외연계를 꾸준히 이어 나갈 것이고 기존의 시장에만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기획과 도전으로 활로를 모색하려고 합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하는 것이 우리 갤러리의 정체성이기 때문입니다.
해외의 도시로 지점을 내는 것이 단기목표이며 러브컨템퍼러리가 긴 역사를 가지고 설립자인 제가 죽어서도 갤러리와 작가는 남을 수 있도록 갤러리를 잘 경영해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