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lly KyuHyang Lim Feb 04. 2016

대만의 시간을 끌어안은 폐공장의 재탄생

#1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타이베이의 1914화산예술지구


멈추어있는 과거와 회전하는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타이베이



Prologue


2016년 일월 겨울은 내게 많은 일거리와 끝내야 할 임무를 주었다. 빡빡한 일정 속에 천연덕 스레 자리한 며칠간의 타이베이 일정을 위해 겨울 치고는 포근하게 나를 감싸던 날들 속 미처 끝내지 못한 일을 과감하게 미루어 두고 비행기에 올랐다.


이륙 후 대기권 위를  진입하여 구름을  내려다보자  현실의 잡다한 일들이 머릿속에서 하나둘씩 잊히며 아침까지 시달리던 두통이 점점 사라져 간다. 비행기 만큼 비현실 적인 공간도 없을 것이다, 일상 속에선 겪기 힘든 극도의 감각적 상태가 되기에 적격인 장소이기도 하다.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한 후 도심까지 가는  공항버스를 탔다. 낡은  공항버스 내부와 운전기사의 장비들은 마치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우리나라의 70년대를 연상케 했다. 달그락 거리는 버스 창밖을  내다보니 어느 개발도상 국가의 횡량한 도로 위를 달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타이베이의 향기가 갑자기  성큼  다가올까 싶어 맘 졸이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느 순간 사람 사는 냄새와 함께 익숙한 듯 다른 세상으로 들어왔다.



나의 숙소는  도심 속의 도심에 있어 지하철역에서 한 발짝만 나가면 나오는 호텔이었다.

스타벅스가 보였고 지상철이 가로질러 다니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하나 다른 점은 한국의 겨울철 건조한 날씨에 비염을 달고 살았던 나는 이곳에 오자마자  적절한 온도와 습한 기후 덕분에 코가 뻥 뚫리고 피부가 촉촉함을 유지하는 둥 체질에 딱 맞는 이상적인 기후 속에서 기쁨의 탄성을 연신 질러댔다.      


1월의 타이베이에는 움츠림이 필요 없었다.






타이베이의 건축 #1 1914 화산 예술지구


어느새  해가 넘어갔다. 그래서  밤에 더 오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으로 향했다.

1914 화산 예술지구는 양조장이었던 폐공장을  재개발하여 화랑, 작가, 디자이너 소품 가게 들이 생명력을 불어넣은 곳이다. 영적인 생명력을 뺀다면 모든 건물들은 1914년 그대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무려 한  세기라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벽은 까지고 다치고 헤져 있었고 공장 특유의 투박한 멋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편집샵이 즐비하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원색적인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거친 외벽과 매우 대조되는 쌉싸름한 커피 향을 뿜어내는 세련된 커피숍 내부와 고급스러운 디자인 샵은 기가 막힌 반전이었다. 이토록 트렌디한 상점들이 낡아서 벗겨진 건물 속에 태연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건물 안을 들어가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건물마다 다른  비밀을 품고 있는 것은 마치 내면에 갖가지 색깔을 품고 사는 화장기 없는 수수한 여자를 알아 가는  느낌이랄까.  정성껏  들여다보지 않고선  모를 일이다.





 건물과 혼연일체가 되어버린 담장을 빽빽하게 수놓던 담쟁이와  습한 기후 덕에 제멋대로 뒤틀린, 르네상스 시대의  과장된 이상적인  조각상과 같은 거대한  나무의 모양을  그대로 존중하고 보존한 건축물을 보고 타이베이가 옛 것을 대하는 태도에 아주 멋졌다.



우리가 어떤 것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경외를 느낄 때는 그 반대되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익숙한 것과  반대되는 것을 두고 우리는 멋지다 아름답다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에게는 어떤 것이  결여되어 있기에 이 건물이 이토록 멋지게 느껴지는 걸까?  한 폐공장의 재탄생의 장은 서울 한강 산책 중 보이는 제2 롯데월드 타워처럼 매끈하지도 않고 새것도 아닌데 말이다.



 도시에 익숙한 내가 다른 도시로 여행을 왔는데  그곳 중심의 어느 공간에 이토록 낡은 것들이 그대로  보존되어있는 것을 경험하는 것은 흔치 않을 것이다. 도시생활 속의 나에게 결여된 것은 바로 잊힐  듯 희미한  옛 추억들과 오래된 시간성을 그대로 유지한 아날로그 감성이기 때문이리라.









예술로 개과천선한 오래된 공장 건물들은 흘러버린 한 세기와 시간과 빠르게  돌아가는 현재의 시간을  모두  끌어안고 묵묵히 제자리를 지킨다. 그 역사성과 시간성이라는 특질들과 연결된 이 낯선 아름다움 들은  시간 교향곡을 연주하는 듯 하모니를 이루며  다가올 조용한 새벽을 기다리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산타페 예술마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